美 미니애폴리스 총격 일파만파…“트럼프 행정부 최악의 사건” 분노 들볼
프레티 부모 “진실 밝혀달라”…미니애폴리스 1000여명 시위
민주당, ICE 예산 저지 입장…공화당에서도 비판 여론 확산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국경 단속 요원들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 알렉스 제프리 프리티(37)가 사망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피해자가 단속 요원들을 공격하려 했다는 연방정부 주장과 배치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공화당 내에서도 독립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민주당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예산 100억 달러(14조5000억원)가 포함된 양당 합의 예산안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전날 오전 9시 사건 당시 현장 영상을 여러 각도에서 초단위로 분석하며 피해자를 비난한 국토안보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NYT는 해당 영상에 대해 “요원들이 불과 5초 만에 최소 10발 이상의 총격을 가하는 폭력적인 현장이 기록돼 있다”며 국토안보부의 입장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총격 직전 프레티는 휴대폰을 들고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연방 요원들의 후추 스프레이를 막기 위해 얼굴을 가린다. 프레티는 총기를 몸에 휴대하고 있었지만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 연방 요원 7명이 프레티를 제압했고, 한 요원은 총격 전 이미 프레티의 총기를 빼앗는다. 프레티가 연방 요원들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정부 주장과는 배치된다. WSJ는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정책이 도덕적·정치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날 미니애폴리스 시내 정부광장에는 혹한에도 약 1000명이 모여 프레티를 추모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알렉스에게 정의를” “ICE 퇴출”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피해자 프레티의 부모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우리 아들에 대해 퍼뜨린 역겨운 거짓말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혐오스럽다”며 “아들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레티에 대해 “이 세상에 변화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남긴 영향력을 직접 보지 못하게 됐다”고 애도했다. 피해자가 재향군인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간호사로 성실히 살아온 미국 시민이라는 점도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피해자를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키보드 뒤에 앉아 재향군인 간호사와 아들, 동료, 친구를 모욕하는 행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열하다”고 비판했다.
연방정부는 이번 총격 사건 수사에 착수했지만 미네소타주 당국의 개입은 차단했다. 모든 수사 과정을 연방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미네소타주 수사 당국은 반발하고 있다. 미네소타주 연방 판사는 전날 해당 사건에 대해 “관련 증거를 파기하거나 변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임시 금지 명령을 발부했다. 하지만 현지 수사 당국은 수사에서 배제돼 프레티를 총격한 연방 요원들의 신원 같은 기본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2주 전 ICE의 총격으로 사망한 러네이 니콜 굿(37)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방 이민 단속 요원들에 대한 부실한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폭스뉴스에 나와 “이 나라에서 법 집행관들을 공격하고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는 이미 여러 명의 국경순찰대 요원들에게 바닥에 제압된 상태였고 총격은 이후에 이뤄졌다. 국경순찰대의 그레고리 보비노 사령관은 CNN에 나와 “피해자는 현장에 있던 국경순찰대원”이라고 주장하며 프레티가 “스스로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를 총격한 요원들이 미니애폴리스 단속 현장을 떠나 행정 업무에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이날 NBC방송에 나와 “10초짜리 영상만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영상을 몇 번이고 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해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바로 그 때문에 조사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에서는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 등 중도 성향 의원들이 독립적 수사를 촉구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머코스키 의원은 총격 사건을 거론하며 “이민 단속 훈련이 충분했는지, 임무 수행 과정에서 어떤 지침을 받았는지에 대해 행정부 내부에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 엑스에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사형 선고가 아니라 헌법으로 보호받는 신이 부여한 권리이며, 만약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법 집행이나 정부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라고 썼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예산 패키지에 ICE 지출 100억 달러를 포함해 국토안보부 지출 644억 달러가 반영된 점을 들어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예산 패키지가 30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일부 정부 기관의 사업이 중단·축소될 수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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