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진짜 문제"라던 이곳...조합장 '종신 집권', 철퇴 내릴까
농협은 200만 농민의 조직이나 실상은 '임직원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높습니다. 농식품부 감사 결과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감사 보고서를 토대로 농협의 민낯을 5회에 걸쳐 꼼꼼히 들여다보고 개혁 방향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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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농협중앙회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특별감사에서 비위 의혹과 인사·조직 운영 난맥상, 내부 통제 장치 미작동 등 65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두 건에 대한 법령 위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
| ⓒ 연합뉴스 |
대통령의 이 한마디가 거대한 개혁의 파고를 불러왔다. 지난해 12월 11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농협 개혁안을 보고받던 중 작심한 듯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이 직접 "농협은 진짜 문제"라고 규정할 만큼 범농협 조직의 도덕적 해이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이었다.
12년 채우고 '비상임' 갈아타기… '꼼수 장기집권'에 제동
이후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제왕적 권력'의 민낯이 정부의 특별감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고, 2026년 농협은 이제 환골탈태의 기로에 섰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의 지시 직후 급물살을 타며 지난 12월 19일 국회 농해수위 상임위를 통과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을 2회(3선)로 제한한 것이다. 그동안 농협 현장에서는 상임 조합장으로 3선(12년) 임기를 채운 뒤, 연임 제한이 없는 '비상임 조합장'으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 '종신 집권'을 이어가는 '우회로'가 성행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상임 3선 후 비상임으로 전환한 현직 조합장은 전국에 69명에 달한다. 특히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 2025년 한 해에만 22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15건은 법 시행 전 '막판 꼼수'로 정관을 개정해 비상임으로 전환한 사례였다.
개정안은 비상임 조합장도 동일하게 2회 연임만 가능하도록 못 박았다. 4선 이상 장기 재임 조합에서 금융 사고와 비위 비율이 월등히 높은 선례가 법 개정의 근거가 됐다.
중앙회장이 지역 조합을 길들이는 '당근'으로 쓰였던 13조 원 규모의 무이자 자금(조합상호지원자금)도 수술대에 오른다.
앞으로는 어느 조합에, 어떤 기준으로 자금을 지원했는지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이사 조합이 일반 조합보다 4.3배나 많은 자금을 받는 등 객관적 기준 없이 '내 편'에게만 쏟아붓던 쌈짓돈 정치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도시-농촌 조합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도농상생사업비'를 명문화하고 부과율 상한을 3.0%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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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 ⓒ 농림축산식품부 |
개정안은 내부 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산하 기구 및 조합에 대해 농식품부 장관이 감사인을 직접 지정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4년마다 한 번 하던 외부 감사를 1~2년 주기로 단축하여 퇴직자 단체와의 수의계약 밀실 담합을 상시 감시한다. 목적 외 사용 논란이 일었던 기부 물품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수혜 대상 선정 기준을 법령에 명시하고, 사후 배분 내역을 점검하여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관리 책임을 강화했다.
또한 그동안 이사장이 입맛에 맞는 인사를 지명하던 관행을 깨기 위해, 사무총장 등 주요 보직 채용 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한 공개 모집'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후보자 검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증빙서류 없는 '황제 채용'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현장 농민들 "농민 위한 조직으로... 중앙회장도 조합원 직선으로"
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까지 진행된 특별감사에 이어, 추가 감사 및 정부합동감사 예고를 통해 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농협법 개정안에 더해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인사 운영 투명성 확대와 내부감사 및 견제 기능 강화, 정부 관리감독권을 강화하는 방안 등 추가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 개정과 감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농협의 정체성 회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진구 전농충남도연맹 회장은 "농협이 조합원의 실익 증진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중앙회장 선거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전환해 회장이 조합장들의 눈치만 보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향후 실효성 있는 상설적 농협 내외의 감시·점검 체계 마련"도 요구했다.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둔 농협법 개정안과 농식품부의 특별감사 결과를 통한 추가 제도 개선 방안으로 올해가 농협 개혁의 시작이자 원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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