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등록금 인상이 ‘뉴 노멀’… ‘깜깜이 등심위’ 개선 과제로
교육부 "물가 인상 수준 정도는 허용"
학생들 "등심위 절차부터 개선"

정부가 ‘등록금 족쇄’를 풀자 전국 사립대들이 일제히 등록금 인상에 나섰다. 정부는 앞으로 물가 오르는 수준으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할 방침이다. 20년 가까이 이어졌던 등록금 동결 기조에 마침표를 찍고, 물가 수준 인상을 ‘뉴 노멀’로 설정한 것이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사립대 대다수가 올해 등록금을 올릴 계획이다. 대학 총학생회 협의체인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는 최근 전국 사립대 91곳의 등록금 논의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14~21일 대학별 법정 등록금 심의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 등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91곳 중 27곳은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고, 58곳은 대학 당국이 등심위에 인상안을 제시했다. 조사 대학의 93.4%가 인상을 확정했거나 인상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들 대학은 2.5~3.19% 인상을 추진하고 있었다. 동결이 예상되는 대학은 4곳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먼저 법정 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최근 3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에서 1.2배로 줄였다. 등록금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물가상승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은 3.19%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립대 등록금 평균은 800만2400원이다. 3.19%를 인상할 경우 학생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5만5276원이다. 한 학기에 12만7638원, 한 달에 2만1273원 수준이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혜택을 늘린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가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차상위 계층의 경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1~3구간은 연간 600만원, 4~6구간 440만원, 7~8구간 360만원, 9구간 100만원이다. 소득 최상위층인 10구간을 빼고 지원이 이뤄진다. 둘째 이상 다자녀 가정의 경우 지원금이 더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 인건비와 대학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국립대처럼 사립대 등록금도 묶어두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 사립대는 적어도 물가 상승분 정도는 인상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거점 국립대들로 지역의 우수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해 지역의 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들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이 거의 없어 등록금을 지속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 유학’ 비용이 높아지고 지역의 거점국립대 수준이 높아지면 서울 쏠림이 완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관건은 학생들의 반발이다. 다만 과거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시도 때와 차이가 있다. 여전히 등록금 인상을 막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측도 있지만, 등록금 인상을 일부 수용하되 학생 혜택을 늘리는 방향에 집중하자는 현실론도 있다. 전총협 관계자는 “아직 대응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학생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일단 등록금 인상에 앞서 ‘깜깜이 등심위’ 관행부터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심위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대학 당국이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고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총협 관계자는 “조사한 대학 3분의 1은 회의 안건만 기재하고 회의 내용을 기재하지 않는 등 회의록이 부실하게 작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충청권 대학의 학생회 관계자는 “대학이 등록금 인상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실제 얼마나 재정이 어려운지, 인상 시 학생에게 늘어나는 혜택은 무엇인지 같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등심위를 통해 학생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학생들을 충분히 설득하라는 메시지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전국 대학에 등심위 규정 준수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심위 절차가 준수되지 않는 대학을 제재할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학생들 요구를 접수했다. 이 부분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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