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현안마다 적극 개입… 이제껏 본 적 없는 주한미군사령관
동맹 현대화 등 자신 의견 공개 언급
우리 정부, 美 정부 영향력 작용 판단
미군 “韓 국민에 이해 구하려는 의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은 한국 국민과의 소통에 역대 가장 적극적인 사령관으로 평가된다. 그의 관할인 주한미군과 유엔군사령부도 민감한 안보 사안을 두고 최소 대응 관행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원칙과 입장을 강조하는 기조가 뚜렷해졌다. 단순한 소통 성향을 넘어 비무장지대(DMZ) 관할권과 ‘동맹 현대화’ 등 군사 현안에서 해석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미군 권한을 공고히 하려는 브런슨 사령관의 등장에 군이 긴장하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의 ‘이례적인’ 적극 소통 행보와 발언은 우리 군 안팎에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군 관계자는 25일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대응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입장도 선명하다”며 “기존 틀에서 벗어난 행보”라고 말했다. 유엔사가 강원도 고성 DMZ ‘평화의 길’ 재개방 문제에 연일 강경 입장을 내는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유엔사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 “DMZ 내부에 있는 3개의 도보 구간은 보안상 이유로 출입이 제한되며 유엔군 관할에 속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도 군사분계선(MDL) 이남 DMZ의 출입통제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사의 발 빠른 즉각 반박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 정부는 유엔사의 적극적 반대 기조에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쉬운 단계의 협의로 여겨졌던 평화의 길 개방까지 반대한 것을 두고 일종의 ‘기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평화의 길은 2019년 이미 개방된 곳인 만큼 유엔사가 반대할 뚜렷한 이유가 없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평화의 길 재개방을 반대한 건 DMZ법이나 판문점 개방 등을 둘러싼 의견 차이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통일부는 유엔사와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유엔사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의 선제 대응 기조는 브런슨 사령관의 적극 소통 방침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브런슨 사령관은 홈페이지 기고, 기자 간담회, 방송 출연, 공개 발언을 통해 주한미군과 유엔사 입장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 역할 변화와 한·미동맹 현대화 등 군사적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그동안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대응 기조는 최소한의 공식 입장만 내는 데 머물렀는데 이와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브런슨 사령관의 동맹 현대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은 그간의 공개 발언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8월 국방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주한미군)의 이동을 막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더 강력한 대비태세를 갖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동쪽이 위(east-up)인 지도’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한 뒤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취약점이 아니라 전략적 이점”이라며 “이곳에 배치된 전력은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억제력”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해 12월 ‘제2회 한·미 연합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는 “동맹 현대화가 단순히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단순히 한반도의 위협에 대응하는 존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한반도의 지리적 이점과 주한미군 이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동맹 현대화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 메시지를 전달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국 전략 변화 속에서 동북아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적극적 행보는 양국 간 민감한 안보 현안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미군 당국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MZ 관할권 문제는 미군의 법적·군사적 권한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최근 유엔사의 즉각적 반박 기조는 이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미군이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가 실현되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한·미 연합작전 개념 조정은 불가피하다. 한국 여론 관리는 국민 설득을 통해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브런슨 사령관이 한국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송태화 박준상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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