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작은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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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쓴 글이 나를 의외의 곳으로 데려가 준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컵에 담긴 차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마찬가지로 내겐 호사를 부리는 시간이다.
지금은 작은 호사로 기쁨을 겪어나가면서 내 안의 그릇을 더 키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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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쓴 글이 나를 의외의 곳으로 데려가 준다고 생각한다. 글이 내 생활의 반경을 넓혀 주기도 한다. 몇 년 전에 ‘후추’와 시를 연결하여 에세이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본 이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향신료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보고자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후추는 내가 여전히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 것이고, 접근 방식이 재미있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다.
인터뷰어의 사전 질문지를 읽다가 ‘작은 호사’에 관한 질문에 오래 머물렀다. 내가 누리는 작은 호사에는 어떤 것이 있고, 그런 작은 호사를 누릴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문득 떠오른 것은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카페에 가서 먹었던 오니기리와 오차즈케였다. 호사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누리는 시간은 귀하다. 또 다른 것은 문구나 컵이 떠올랐다. 컵을 좋아하는데 가끔은 정말 비싼 컵을 사기도 한다. 도자기로 손수 만든 컵은 곧잘 깨지기도 하는데, 그런 컵을 한 개 사서 정말 소중한 보물처럼 대한다. 좋아하는 컵에 담긴 차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마찬가지로 내겐 호사를 부리는 시간이다. 잠깐의 행복일 수 있지만 그런 행복의 여운은 오래간다. 문구점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다 펜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에도 그렇다. 갖고 싶었던 작은 피규어를 책상 위에 두는 순간도.
작은 호사에 대한 것을 생각하다가 문득 왜 나는 작은 기쁨을 더 원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큰 슬픔이나 고통에 많은 힘이 들 듯 큰 기쁨에도 그것을 소화시키고 내 안에서 다루어내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물론 큰 에너지가 든다고 하더라도 큰 기쁨의 일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다). 슬픔만큼 기쁨도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작은 호사로 기쁨을 겪어나가면서 내 안의 그릇을 더 키워봐야겠다.
안미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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