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들어갈 의사 찾기 최대 난제”… 수가·장비 등 지원 절실

김영선 2026. 1. 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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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 현장에 가다] <1부> 돌봄의 정석 ④ 배 타고 서비스 전달하는 여수
지난 21일 강풍주의보로 전남 여수 돌산 신기항과 금오도 여천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여수시 통합돌봄팀은 개인이 운행하는 사선(私船·큰 사진의 배)을 타고 금오도에서 나와야 했다.


의료·복지 서비스 접근성이 가장 낮은 곳 가운데 하나는 섬이다. 섬 주민들에게 '내가 살던 집에서 받는' 의료·복지 서비스, 즉 통합돌봄은 어떻게 가능할까. 전남 여수시는 그 해답을 '배'에서 찾았다. 섬 지역에서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돌봄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2023년 7월 도서지역 통합돌봄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해 올해 본사업으로 전환한 여수는 고질적인 인력난과 제한적인 배 운항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섬 주민들에게 통합돌봄의 온기를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뭍에서 나 보러 여까지, 고맙소”

통합돌봄팀 조해봉 간호사가 금오도 주민 송연화(가명) 할머니의 혈압을 재는 모습.

여수시 남면 심장리 금오도에 사는 송연화(가명·93) 할머니는 21일 아침 여수시청 통합돌봄팀의 전화를 받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강풍주의보로 배 운항이 중단돼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할머니는 “괜찮다”고 했지만, 내심 서운한 마음은 숨기기 어려웠다.

그러다 바람이 다소 잦아들고 파도가 잠잠해지면서 오전 10시 30분 배가 운항한다는 공지가 떴다. 여수시청 소속 한나경 주무관과 주세진 사회복지사, 조해봉 간호사는 곧바로 송 할머니에게 연락한 뒤 돌산 신기항에서 출발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주 복지사는 “섬 지역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의사와 함께 방문진료를 나가는데, 여섯 번 중 한 번가량은 배 결항으로 못 가는 경우가 있다”며 “어르신들도 이런 상황이 잦다 보니 어느 정도는 이해하신다”고 말했다.

송 할머니 집까지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여수시청에서 차로 50분 넘게 달려 돌산 신기항에 도착한 뒤 배를 타고 20분가량 이동해야 금오도에 닿는다. 금오도 여천항에서 다시 차로 20분을 더 가야 할머니 집에 도착한다. 할머니 한 분을 만나기까지 2시간 가까운 이동이 필요한 셈이다.

오전 11시 10분쯤 할머니 집 앞에 도착하자 조 간호사가 마스크를 하나씩 건넸다. 그는 “우리는 육지에서 왔기 때문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송 할머니는 “나를 보러 뭍에서 이렇게나 많이 왔소”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가운 마음이 앞섰는지 혈압을 재는 동안에도 말을 멈추지 않아, 조 간호사가 잠시만 가만히 계셔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할머니는 연신 “고맙기로, 고맙기로”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혈압 측정을 마친 조 간호사는 “지금도 양쪽 팔의 혈압 차이가 크다”며 몸 상태를 살폈다. “숨이 조금 가쁘다”는 할머니의 말에 그는 “오른쪽 팔 혈압이 높은 것은 심장 문제와 관련 있을 수 있다”며 “따님께도 상황을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한 주무관과 주 사회복지사가 식사 상태 등을 꼼꼼히 묻자 할머니는 며칠 전 미역을 먹다 탈이 나 밤새 토했던 일을 꺼냈다. 주 복지사는 “섬 지역 어르신들은 날것을 드시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처럼 멀리 떨어져 혼자 지내는 고령자의 경우 응급 상황 시 위험이 큰 만큼 응급안전안심벨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20분가량 안부를 살핀 통합돌봄팀이 자리를 뜨자 할머니는 힘든 몸을 이끌고 집 밖까지 나와 배웅했다. 거센 바람에 추위를 느낀 할머니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어 통합돌봄팀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주 복지사는 “섬 어르신들은 육지에서 누군가 자신을 찾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기뻐하신다”고 말했다.

육지 병원 대신 ‘집 안의 진료실’

송 할머니 집 앞에서 바라본 여수 바다와 섬.

금오도에서 홀로 사는 송 할머니는 집 근처에서 밭일을 하다 지난해 가을 낫에 왼쪽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절단 자체도 큰 충격이었지만 할머니를 더 괴롭힌 것은 ‘환상통’이었다. 신체 일부가 절단되면 상처가 아문 뒤에도 사라진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는 환상통이 지속되는데, 할머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사고 이후 꾸준한 건강 관리가 필요했지만 고령의 할머니가 그때마다 육지로 나와 병원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할머니의 사정을 면사무소 공무원을 통해 접한 여수시는 곧바로 통합돌봄팀을 투입했다. 2024년 10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통합돌봄팀이 처음으로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의료진은 현장에서 곧바로 드레싱 처치를 하고, 고혈압 관리를 위해 약을 처방했다. 할머니가 고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 통합돌봄팀의 처방 덕분이었다.

이후 통합돌봄팀은 매달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의료진은 환상통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의학적 안내에 더해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한 인지활동 프로그램 책자를 제공했다. 규칙적인 식사와 통증 관리 방법도 함께 교육했고, 보호자인 딸에게는 혈관 질환 가능성을 설명하며 조속한 진료를 권했다. 집 안에 작은 ‘진료실’이 차려진 셈이다. 할머니는 단독 보행이 가능해질 만큼 전반적인 상태가 안정돼 공식적인 방문진료는 일단락됐지만 통합돌봄팀은 이후에도 사후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여수시의 통합돌봄 시스템은 기본 구조만 놓고 보면 여타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와 읍·면·동이 대상자를 발굴해 통합판정을 실시하고, 대상자로 선정되면 맞춤형 돌봄 계획을 수립해 의료·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여수만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 도서지역 서비스다. 윤영선 여수시청 통합돌봄팀장은 “섬 지역은 병원 접근성뿐 아니라 배편과 기상 여건, 일상생활 지원까지 함께 고려한 돌봄 설계가 필수적”이라며 “여수시는 방문진료에 이·미용, 밑반찬 배달, 안부 확인 등 섬복지사업을 연계해 의료·복지·생활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여수시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2년 5개월간 진행된 시범사업 기간 도서지역 주민 115명에게 방문진료·간호, 주거환경 개선, 식사·상담 서비스 등을 연계한 섬복지 사업이 제공됐다. 통합돌봄팀은 한 번 섬을 찾을 때마다 4~5가구를 방문해 가구당 약 30분씩 머물며 대상자의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 등을 살핀다.

인력난 해소 위해 수가 인상 필요


도서지역 통합돌봄 서비스의 최대 난제는 인력 확보다. 육지와 달리 섬으로 들어가야 해 이동 시간이 길다 보니 선뜻 나서는 의사를 찾기 쉽지 않다. 주 복지사는 “의사들이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수가”라며 “도선료를 지원하더라도 항구까지 이동하는 차량비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입장에서는 하루 진료 일정을 통째로 비워야 하는 것이어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상 여건도 변수다. 날씨가 나빠지면 섬에 발이 묶일 수 있다. 송 할머니 집을 찾았던 날 역시 육지로 나오는 배편이 모두 결항돼 통합돌봄팀은 개인이 운항하는 사선을 타고서야 금오도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주 복지사는 “지난해 12월 초에는 폭설로 배가 거의 끊겨 뜨는 배가 있으면 무조건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오전 방문만 마치고 서둘러 섬을 나온 적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여수시는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2월까지 도서지역 통합돌봄 서비스에 참여했던 의사는 1명이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났다. 주 사회복지사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분이었지만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섬이라는 지역 특성 탓에 장비 지원의 필요성도 어느 곳보다 크다. 방문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하려면 의사가 다시 육지로 나가야 하는데, 다음 방문 일정이 한 달 뒤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실제 처방전이 전달될 때는 진료 시점과 한 달 가까운 시간차가 발생한다.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처방전을 발급·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휴대가 쉬운 의료장비와 원격 시스템 지원이 이뤄진다면 방문진료의 연속성과 실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섬이다 보니 제공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종류도 제한적이다. 예컨대 주사 처치 이후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의사들이 독감 예방접종조차 선뜻 나서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제약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팀장은 “섬 지역 방문진료는 방문 횟수를 늘리거나 인력을 효율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운영 기준과 충분한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이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글·사진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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