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실익이 없다고? [김소연 칼럼]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6. 1.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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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 AI를 개발하려고 해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 같은 푸념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호쾌하게 “한국에 26만장을 최우선 공급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단번에 사라졌습니다. 한국은 ‘GPU 빈국’에서 ‘부국’으로 지위가 수직 상승했죠. 기존 보유량 6만5000장에 26만장이 추가되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전 세계 3위로 오른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죠.

26만장 중 정부가 구입할 물량이 5만장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이 물량을 학교와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에 제공할 계획이라죠. 일단 올해 예산 2조800억원을 들여 1만5000장 정도를 먼저 사들인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GPU 숫자만 세계 3위가 되면 AI 경쟁력도 바로 3위로 올라설까요?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A교수의 귀띔은 “내가 제대로 들었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입니다.

“서울대 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AI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1주일에 1번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컴퓨터를 돌리다 문제가 생겨도 1주일 뒤에나 수정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검증해보려면 1주일이 걸린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는 GPU가 추가로 제공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가 또 있다. B학교는 전기요금 낼 돈이 없어 그나마 보유한 GPU도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저 GPU만 대학에 나눠준다고 ‘땡’이 아니다. 그걸 돌릴 수 있는 전력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고 대학이 전기요금을 부담할 수 있는 돈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GPU 26만장의 오해와 진실쯤 되겠습니다.

‘국가대표 AI의 오해와 진실’을 이번 주 매경이코노미 스페셜 기사로 다뤘습니다. 1차 심사에서 5개사 중 네이버와 엔씨소프트가 탈락하면서 촉발된 국가대표 AI에 대한 오해와 진실도 GPU 26만장 오해와 진실 못지않게 드라마틱합니다.

무엇보다 후보군 중 유일하게 옴니모달(텍스트와 이미지를 이해하는 멀티모달을 넘어 음성까지 아우르는 것) 모델이었던 네이버가 탈락하면서 결과적으로 LLM 모델 3개사만 살아남은 형국이 걸립니다. 어쩌면 국가대표 AI가 ‘차세대 AI’ 경쟁보다 ‘국산 LLM’ 성능 경쟁으로 변질되는 건 아닐까 벌써부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요. 실제 업계 전문가들은 “올바른 방향성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요. 일찌감치 막대한 투자로 역량을 쌓아온 미국과 중국 빅테크 경쟁력을 정부 프로젝트로 따라잡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국가대표 AI 정책이 과연 기술 자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잡아낼 수 있을까요? 원래 기술 자립과 산업 경쟁력은 가는 길이 다릅니다.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C업체 대표가 탈락 직후 들려준 “국가대표가 되어도 실익이 없다며 시들한 분위기가 이전부터 있었다”라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들렸던 이유입니다.

국가대표 AI는 신화도, 만능 해결사도 아닙니다. 그저 기술 프로젝트이자 정책 선택이며, 장기 전략일 뿐이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보호받는 기술이 아니라, 살아남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간국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5호 (2026.01.28~0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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