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무게를 걷다"… 서울 도심 속 숨은 역사 명소 탐방기

이상돈 2026. 1. 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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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25일 오전, 따뜻한 방 안의 유혹을 뿌리치고 서울의 심장부로 나선다.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게 누리는 이 평화로운 자유가 과거 누군가의 뜨거운 피와 땀으로 일궈낸 결실임을 되새기며, 약 2km에 걸친 역사의 궤적을 따라 걷는다.

약 2시간이 소요된 짧은 구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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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항쟁의 성지부터 임시정부의 마지막 숨결까지, 2km에 담긴 기록

[이상돈 기자]

겨울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25일 오전, 따뜻한 방 안의 유혹을 뿌리치고 서울의 심장부로 나선다.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게 누리는 이 평화로운 자유가 과거 누군가의 뜨거운 피와 땀으로 일궈낸 결실임을 되새기며, 약 2km에 걸친 역사의 궤적을 따라 걷는다.

현대와 근대의 조우, 세실마당과 성공회 성당'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세실마당에서 바라본 로마네스코양식의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이상돈
시청역 3번 출구를 나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옆 골목길로 돌아 '국립정동극장 세실'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세실마당'이 펼쳐진다. 이곳은 과거 옛 국세청 별관 건물을 철거하고 시민들에게 돌려준 비움의 공간이다. 마당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서울시청의 현대적 외관과 대비되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안겨 온다. 특히 겨울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치에 머물 때면, 마치 유럽의 어느 고요한 광장에 서 있는 듯한 이국적인 정취가 절정에 달한다.

마당과 맞닿은 성당 본당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더욱 경건해진다. 이곳은 1987년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장소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시민들의 열망이 서려 있다. 주교가 머무는 뒷 채 마당에는 '유월민주항쟁'이 시작된 곳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놓여있다. 고요한 성당 안을 감도는 장엄한 공기는 이 땅의 자유가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웅변한다.

비운의 역사 속 중명전과 정동길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정면도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이는 성공회성당
ⓒ 이상돈
성당의 여운을 뒤로 하고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 덕수궁 돌담길로 접어든다. 정동극장 옆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붉은 벽돌의 '중명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한제국의 황실 도서관이었던 이곳은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된 비운의 현장이자, 고종황제가 헤이그 특사를 파견하며 독립 의지를 불태웠던 절박한 장소다. 덕수궁 중명전 내부 전시를 통해 마주하는 망국의 아픔은 걷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지도자의 고뇌와 애국심, 경교장을 찾아
▲ 피 묻은 김구선생의 옷 안두희의 총에 맞아 서거할 때 입었던, 피 묻은 옷.
ⓒ 이상돈
다시 정동길을 걸어 나와 강북삼성병원 부지 내의 '경교장'을 찾는다. 이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였으며, 백범 김구 선생이 조국 통일을 염원하다 서거하신 역사적 무대다.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당시의 총탄 자국을 마주하면 그가 짊어졌던 애국의 무게가 가슴 깊이 파고든다.

서궐의 기품과 경희궁

애국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경교장을 나와 20m 남짓 걸으면 조선의 숨결이 깃든 '경희궁'에 닿는다. 광해군 때 건립되어 조선 후기 '서궐'로 불렸던 이곳은 인왕산의 기운을 품은 호젓한 궁궐이다. 일제강점기 경성중학교가 들어서며 파괴되는 수난을 겪었지만, 복원된 숭정전의 기품은 여전하다.

서울의 기억, 서울역사박물관
▲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변화상을 집대성한 공간인 서울역사박물관.
ⓒ 이상돈
약 2시간의 여정은 궁궐과 연결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마친다.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변화상을 집대성한 공간이다. 특히 1/1500 비율로 정교하게 제작된 '도시모형영상관'은 내가 방금 걸어온 정동길과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하게 한다. 연중 무료로 운영되는 다채로운 기획 전시는 추위를 녹이며 지적인 충만함까지 채워주기에 더할 나위 없다.

약 2시간이 소요된 짧은 구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실내와 실외를 넘나들며 숨어있는 명소를 찾아가는 이 특별한 여정은, 우리의 겨울을 더욱 뜨겁고 가치 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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