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모이게 한 '주남저수지'의 특별함
이경호 2026. 1. 25. 11:52
주남저수지 새들의 모습, 맹금류 안정적으로 확인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어릴 적엔 새가 너무 많아서, 시끄럽게 날아가는 걸 보며 아버지에게 '뭐라고 씨부리쌌노?' 하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요즘은 많이 안 옵니다."
주남저수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예순을 훌쩍 넘겨 보이는 주인의 말이다.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의 이야기지만, 그때 보았던 새들의 풍경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새가 하늘을 가득 메우던 시절은 과거형이 되었고, 그 장면은 이제 말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뒤 찾은 주남저수지에서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 모임이 마주한 풍경은, 단순히 '새가 줄었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탐조가 진행되는 내내 수백 마리의 큰고니가 저수지 수면에 머물고 있었고, 상공과 주변 농경지에서는 수십 마리의 독수리가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이 정도 개체수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장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이곳 하늘과 물 위를 채웠을 새들의 규모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 모임은 23일,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탐조 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주남에서는 먹이사슬의 상위의 맹금류가 안정적으로 확인되는 공간인 것을 확인했다. 독수리를 비롯해 대형 맹금류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참수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3종이 관찰했다. 여기에 참매, 매, 잿빛개구리매, 말똥가리까지 더해졌다. 한 지역에서 이처럼 다양한 맹금류가 동시에 확인되는 일은 결코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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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남저수지에서 만난 검독수리 |
| ⓒ 이경호 |
맹금류의 존재는 그 자체로 환경의 상태를 말해준다. 이들은 먹이가 풍부하지 않으면 머물 수 없고, 쉴 공간이 없으면 오래 버티지 않는다. 주남저수지와 주변 농경지, 습지가 하나의 생태적 단위로 기능하고 있기에 가능한 장면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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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남저수지의 참수리 |
| ⓒ 이경호 |
주남의 대형맹금류의 활동 모습은 필자에게 자연스럽게 과거 금강 합강리를 떠올리게 했다. 2006년, 세종보가 건설되기 전 상류의 작은 모래섬에서 검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2호), 참수리(제243-3호), 흰꼬리수리(제243-4호)를 한자리에서 만났던 경험이 겹쳐졌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는 되풀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세 종 모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국제 보호종이다. 야생에서 한 종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새들을 동시에 마주했다는 사실은, 당시 금강이 얼마나 건강한 하천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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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합강의 작은 모래톱에서 만난 3종의 대형수리들 |
| ⓒ 이경호 |
주남에서 확인한 대형 맹금류는 그때의 합강리와 완전히 같은 풍경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 기억을 호출할 만큼의 생태적 밀도를 지니고 있었다. 반면,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대규모 준설과 보 설치로 모래톱과 자갈밭은 사라졌고, 강은 깊고 단조로운 수로로 변했다. 그 결과 참수리와 검독수리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흰꼬리수리만 일부 개체가 간헐적으로 확인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쉬고 먹이를 먹을 공간을 잃은 맹금류에게 강은 더 이상 머물 곳이 아니었다.
다행히 변화는 18년 수문 개방 이후 다시 감지되기 시작했다. 흐름이 살아나자 모래가 움직였고, 곳곳에 모래톱이 드러났다. 그 위로 흰꼬리수리와 참수리가 다시 내려앉기 시작했고, 독수리 역시 개체수가 증가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종 출현이 아니라, 하천의 구조와 기능이 일부나마 회복되고 있다는 생태적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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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채주변의 독수리와 흰꼬리수리의 모습 |
| ⓒ 이경호 |
주남저수지에서 확인된 맹금류의 존재는 아직 개발의 논리로 완전히 재편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 균형이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금강처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습지의 정비라는 이름의 매립, 농경지의 단순화, 구조물 설치는 가장 먼저 맹금류의 착륙 지점을 없앤다. 하늘을 나는 새에게 땅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다. 내려앉을 곳이 사라지는 순간, 그 공간은 더 이상 서식지가 아니다. 과거 금강이 그랬고, 많은 습지가 같은 길을 걸어왔다.
식당 주인의 말처럼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주남저수지는 아직 완전히 과거형이 되지는 않았다. 새들은 가장 먼저 떠나고, 가장 마지막에 돌아온다. 주남저수지에서, 그리고 합강리에서 다시 맹금류가 확인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어떤 공간으로의 진화를 요구하는 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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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중인 독수리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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