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3강’ 도약하려면...곳곳에 ‘AI 실험장’ 만들어야 [AI 딥다이브]
국내 인공지능(AI)·산업 전문가들은 한국의 AI 경쟁력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제도의 병목’을 꼽는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산업화로 이어지는 실험과 확산의 속도를 정책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산업 현장 중심의 규제 개선을 강조한다. AI의 상용화와 직결되는 데이터 활용 규제, 불명확한 책임 범위, 보수적인 공공 조달 구조는 산업 현장에서 AI 도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핵심 장애물로 꼽힌다는 지적이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AI 상용화 관점에서 정책·규제·산업 전략의 속도를 정렬하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문제는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기술이 산업과 시장으로 확산하는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AI 3강’ 도약을 위해서는 규제 체계 대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규제 시스템은 아직도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 얽매여 있다. 이는 법에 사업 가능한 항목을 열거하고 이외에 애매한 영역은 모두 금지하는 형태다. 불확실성과 실험이 본질인 AI 산업에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
현재 규제 환경에서는 새로운 AI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사전 승인·별도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모델은 시도조차 어렵다. ‘네거티브(Negative)’ 규제 전환 목소리에 힘이 실린 이유다. 이는 포지티브 규제와 반대로 안 되는 것만 빼놓고 다 허용하는 형태다. 시장에서 먼저 실험이 일어나고 문제가 확인되면 사후 규제로 조정하는 방식이 자리 잡아야 속도감 있는 AI 확산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신진우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는 “한국은 연구·사업 모두 단기 성과 중심 평가이고 중장기·고위험 AI 도전에 불리한 환경”이라며 “AI를 대규모로 쓰고 실패하며 축적할 수 있는 국가적 실험 공간과 제도를 만드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가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지역 내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있지만 실제 기업들이 활용하기에는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승인 절차도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배순민 KT AI퓨처랩장은 “한국의 주력 산업에 AI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규제 걸림돌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인내자본’ 육성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개발(R&D) 평가 시스템 개편 ▲학제 간 통합형 인재 육성 등도 갈급한 과제다.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뇌의 작동 원리를 깊이 이해하는 공학자나 코딩을 완벽히 이해하는 뇌과학자를 길러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학과 간 칸막이 문화와 이에 기반을 둔 자원 배분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4호 (2026.01.21~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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