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빅3 ‘무노조 경영’이 36년 만에 깨진 이유 [취재수첩]
국내 편의점 산업의 역사는 3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세븐일레븐 1호점이 상륙하며 편의점 업태가 시작됐다. CU와 GS25의 전신인 훼미리마트, LG25도 1990년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후 전국에 5만개 넘게 확산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런데 정작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편의점 ‘빅3’에 노조가 모두 출범한 것은 겨우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의 일이다. 이미 20여년 전 편의점 노조가 자리를 잡고, 2009년에는 가맹점주 협의회까지 결성되며 상생의 틀을 고민해온 일본에 비하면 수십 년 뒤처졌다.
더욱 슬픈 것은 노조 설립 배경이다. 지난해 오너 4세인 허서홍 대표 취임 이후 희망퇴직 대상이 40대 중반까지 확대되자, 직원들의 위기감은 폭발했다. 이는 GS리테일 노조 설립 한 달 만에 가입자가 500명에 육박하는 ‘빠른 결집’으로 표출됐다. 30여년 만에 처음 모인 이유는 연봉 인상 등 권익 증진도 아닌, ‘생존’이었다.
내수 산업인 편의점은 애초에 성장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빅3는 수백억, 수천억원을 투자하며 신성장동력 찾기에 골몰했다. CU는 ‘헬로네이처’, GS리테일은 ‘요기요’, 세븐일레븐은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며 사업 영토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실패 판정을 받았다.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 허연수 GS리테일 전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2~3세가 주도했지만, 홍 부회장은 승진하고 신 회장은 유통가 연봉 1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아랫목에 머무른다. 그나마 허연수 전 대표가 경영 책임을 지고 용퇴했지만, 거액의 퇴직금(58억원)을 받고 조카에게 자리를 물려줬을 뿐이다.
윗목은 청춘을 바쳐 편의점 5만개 성장에 헌신했던 임직원들의 몫이다. 희망퇴직, 성과급 축소 등 ‘토사구팽’ 위기에 몰렸다. 36년간 잠잠했던 편의점 노조가 이제야 모이게 된 이유를 빅3 경영진은 되새겨야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4호 (2026.01.21~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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