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동백수목원과 해안 경승지 '큰엉'을 다녀와서

김병모 2026. 1. 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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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기]

[김병모 기자]

 올레길을 걷다가 나무숲 틈새로 바라본 서귀포 앞바다
ⓒ 김병모
지난 20일 이른 아침 리무진 버스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동백수목원으로 달린다. 창밖엔 한라산이 구름 위로 힐긋힐긋 보이고, 길가에 억새들이 바람에 휘날린다. 백발 휘날리며 바람 부는 대로 숙였다가 바람 잔잔해지면 다시 일어나는 억새처럼 살고 싶다. 차 안엔 <백만 송이 장미> 노래가 잔잔히 흐른다. 어깨춤이 덩실덩실. 일행의 표정들도 어제보다 밝아 보인다. 어느덧 서귀포 동백수목원 도착이란다.

리무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차갑고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순식간에 몸을 움츠리고 머리카락마저 바람에 휘날린다. 모자를 꺼내 눌러쓰고 동백수목원으로 들어선다. 겨울에 꽃을 피워 동백(冬柏)이라 부른다. 예상과 달리 붉게 물든 애기동백꽃이 끝없이 펼쳐진다. 여기저기서 우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먼저 핀 애기동백꽃이 길거리에 떨어져 꽃길을 이룬다. 가는 곳마다 꽃길이라 누구든 꽃길만 걸을 수밖에 없다. 마치 동화 속 정원을 거니는 듯한 착각이다. 천국이나 극락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애기동백꽃은 상록활엽수로 동백꽃과 유사하지만, 잎과 꽃이 작아서 애기동백이라 한다. 한 번 꽃을 피우면 1~2주 만에 지는 동백꽃과 달리, 애기동백꽃은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꽃을 피운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는 반면, 애기동백꽃은 꽃잎이 한 장 한 장 떨어져서 꽃길을 이룬다.

애기동백꽃 길을 따라 한 걸음 더 들어서려 하는데,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자청한다. 고마워하는 그들의 표정이 아직도 여운으로 남는다. 애기동백 꽃길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동백꽃을 구경하는 일행의 표정은 봄바람 맞은 꽃처녀 같고 마음마저 꽃이다.

동백수목원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곳으로 일행 숙소에서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현재 애기동백꽃이 피는 절정 시기(12월~ 2월)이다. 매서운 한파에도 활짝 핀 꽃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넘친다. 겸손과 사랑의 꽃말, 동백꽃은 잎은 차로 열매는 기름으로 추출하여 화장품 원료, 한방 약제로 사용한다고 한다.

일행의 발걸음은 애기동백꽃 동산으로 향한다. 동산에서 바라본 동백꽃 수목원은 바다와 함께 조화되어 절경을 이룬다. 애기동백꽃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포인트답게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기다린다. 일행도 줄지어 기다린다. 동백수목원 곳곳에 관상용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동백꽃과 함께 볼거리를 더욱 자극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행은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제주 올레길 5코스 해안 경승지 '큰엉'으로 갔다. 큰엉은 큰 언덕이라는 제주 방언으로 화산 용암 덩어리와 바다가 만나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이룬다. 해안가 큰 바위에 '큰엉'이라 새겨 있어 더욱 이채롭다. 큰 바윗덩어리가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우뚝 서 있는 모습이다. 일행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큰 바위틈에 걸터앉아 시(詩)나 한 수 읊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일행은 낭만이 깃든 해안가 올레길을 걷는다.

해안가 올레길은 예정에 없었지만, 또 다른 볼거리가 넘친다. 해안가로 걸을수록 절벽이 장관이다. 만만치 않은 바람이 여전히 불어 해안 절벽으로 파도 부딪치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린듯하다. 해안가 올레길을 따라 더 걸어본다. 보리장나무 표지가 보인다. 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하다. 이나무는 다른 물체를 감고 오르지 않고 기대어 오른다고 한다. 이 나무의 꽃은 대체로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걸쳐 핀다고 한다. 내년에도 예쁜 꽃이 피어주길 기대한다.

올레길 산책로를 걷다 보면 다양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경관이 계속 이어진다. 무엇보다 '쇠 떨어지는 고망(우렁굴)' 표지판이 흥미롭다. 전설에 의하면 방목된 소들이 큰 언덕 일대 초지에서 풀을 뜯다 더위를 피하다 바위틈 구멍으로 떨어져 죽은 곳을 '쇠 떨어지는 고망'이라 부른다고 한다. 슬픈 이야기이다. 한 걸음 더 지나니, 나뭇가지 사이로 마치 한반도를 옮겨 놓은 듯한 형상도 볼 수 있다.

올레길을 걷다가 나무숲 틈새로 서귀포 앞바다를 무심결에 내려다본다. 새 한 마리가 앞바다에 솟은 바위에 앉아 물고기를 기다린 듯하다. 둥지에 밥 달라 기다리는 새끼 두고 온, 어미 새 아닐까. 새는 물고기 찾아 날아가고, 필자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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