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번아웃 훌훌 털고, 나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란다

김희 2026. 1. 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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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글쓴 이는 5년간 임기제공무원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반복되는 매일의 직장 생활이지만 누구나 저 글쓴이처럼 하나의 소망을 담고 있을 터이다.

그러니 세상에 나와 있는 에세이 책들은 모두 '내 삶에서 글감을 찾고,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한 권 분량의 글을 끝까지 써내고,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몇 번이고 수정해서, 종이에 인쇄한 뒤, 남들에게 공개한다'는 만만찮은 고비들을 하나하나 모두 넘긴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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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적당히 살고 싶어서>가 준 자극

[김희 기자]

"바글바글 끓는 국밥을 보면 꼭 내 신세 같았다. 직장이 뚝배기 같고,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뚝배기 속에 뒤엉킨 콩나물들 같았다. 좁은 곳에 왕창 모여 팔팔 끓다 보니 자꾸 부딪치고 아우성치게 된다. 그 와중에 위에서는 자꾸 고춧가루가 쏟아지고 숟가락이 날아든다. 과로와 갈등과 공격이 끊이지 않는, 이곳이 바로 지옥탕일까? 빽빽한 시루에 갇혀 누런 안색으로 키만 크다가, 결국 도착한 곳이 여기란 말인가? 평생 빽빽하게 살다 뺵빽하게 죽어야 하나?" 94~95P

이 책의 글쓴 이는 5년간 임기제공무원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본인의 처지를 콩나물 국밥 속 콩나물로 비유한 부분을 읽으며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의 일상을 어찌 이리 표현했을까, 나도 국밥 속 콩나물이었네, 하고 웃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글쓴이의 솔직한 고백 때문이다.
▲ 적당히 살고 싶어서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 표지도 참 적당하다.
ⓒ 김희
우리는 각자 살고 싶은 방향이 있다. 글쓴이는 본인이 살고 싶었던 삶의 방향을 아주 담백하고 소탈하게 풀었다. 5년간 근무했던 직장 생활을 구체적이고 사실 그대로 글에 담았다. 마음 속 저 깊은 속에서의 울림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글로 옮겼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한 나로서는 한번 더 그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반복되는 매일의 직장 생활이지만 누구나 저 글쓴이처럼 하나의 소망을 담고 있을 터이다. 나는 어떤 소망을 품고 있었나 생각해봤다.
"내가 원하는 삶은 거창하지 않았다. 대단한 부나 명성을 얻고 싶은 게 아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제가 회심의 걸작을 써내서 뿌듯해 하고 싶은 욕심이 있긴 했지만, 18년 간의 지망생 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걸작은 못 써도 좋으니 그냥 자유롭게만 살고 싶었다." 18p

퇴직을 하고 반백 년을 훌쩍 넘긴 인생을 살았으니 그 간의 수많은 일을 글로 쓰기 시작하면 숨어있던 기억이 살아 날 테다. 그 때 순간의 감정들을 글로 써보자,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사람 사는 거 다 같다고 하는데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읽는 사람들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두꺼운 책 한권의 분량을 생 초보인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반복되는 글쓰기 고민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글쓴이가 오랜 기간 본인이 하고 싶었던 글쓰기, 책만들기, 자신에 대한 고백인데 어쩐지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담당자에게, 수강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던 부분이 뭐였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중략) '내 얘기를 남들에게 보여주는 걸 제일 부담스러워 한다'고 답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맞다. 그래서 내가 10년 동안 아무도 안 보여주고 혼자서만 글을 쓰지 않았던가?

그러니 세상에 나와 있는 에세이 책들은 모두 '내 삶에서 글감을 찾고,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한 권 분량의 글을 끝까지 써내고,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몇 번이고 수정해서, 종이에 인쇄한 뒤, 남들에게 공개한다'는 만만찮은 고비들을 하나하나 모두 넘긴 결과물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내가 만일 자서전 프로그램 강사라면, 남들에게 밝히기 어려운 비밀과 상처들을 너무 무리해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말하겠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90~91p

요즘은 인공지능으로 학생은 숙제를 하고 직장인은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한다. 심지어 에세이도 내 삶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준다면 책 한권쯤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이 해주지 않을까, 분명 가능할 거란 생각이다. 글쓴이도 이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에세이를 쓰기는 더 쉬울지도 모른다. (중략) 그런데 과연 그 글을 내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글에도 에세이의 매력이 있을까? (중략)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다른 사람의 삶과 마음을 알고 싶다는 의미인데, 인공지능이 대신 써준 글에도 그의 마음이 그 사람답게 담겨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92~93p

이 책은 지역도서관 독립출판 워크숍을 통해 발간되었다. 이 또한 신선하게 전달됐다. 주변에 글 쓰기를 좋아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쓴이는 이 글의 끝에서 이 책을 발간하게 지도해준 수업 지도선생님과 수강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빼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5년간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어울려 희로애락을 나누며 각자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꿈을 이루는 것만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생에 꼭 목적이란 게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꿈이란 꼭 '성공, 달성, 합격, 완성'해야 하는 특정한 결승점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 있고 싶은 곳에서 머무는 시간,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과정 자체가 내 꿈일 것이다" 118p

글쓴이는 1983년생으로 쓰면서 노는 사람, 말하기·듣기보다 읽기·쓰기가 편하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글의 기교나 현란한 글이 아닌, 다듬지 않은 투박하면서 솔직한 "적당히 살고 싶어서"를 덮으며 나도 적당히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여기서 적당이란 '평균'이나 '중간'처럼 남과 비교한 기준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무리하지 않게, 억압받거나 억압하지 않는 자유로움에 가깝다. 이제는 내 적당을 내 스스로 판단할 것이다. 남들이 뭐라든 내가 적당하다고 느끼면 적당한 거다."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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