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도 아깝다" 이제 베트남도 못 이기는 한국축구,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에 직면하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베트남에 무릎을 꿇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베트남과 정규시간 2대 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대 7로 졌다.
하지만 그때의 분노는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애정이 비판으로, 비판이 다시 무관심으로 변하는 과정은 한국 축구가 직면한 가장 잔인한 성적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변명에 등 돌린 팬들
-'무관심'이라는 절벽 앞에 선 축구

[더게이트]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베트남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후반 막판 한 명이 퇴장당해 10명으로 뛴 베트남을 상대로 거둔 결과다. 23년 전이라면 온 나라가 뒤집혔을 참사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패배 소식에도 뉴스의 댓글창은 한산하고, 팬들은 비난하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차라리 욕이라도 먹던 시절이 나았을지 모른다. 지금 한국 축구가 직면한 가장 잔인한 현실은 비판이 아닌 '무관심'이다.

2003년의 '분노'는 애정의 반증이었다
2003년 10월,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에 0대 1로 졌을 때 언론은 이를 '오만 쇼크'에 빗대어 대대적으로 타전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국민적 자존심은 난도질당했고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당시 코엘류 감독은 성적 부진과 비판 여론에 밀려 한 달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하지만 그때의 분노는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23년이 흐른 지금, 팬들의 반응은 서늘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은 진짜 관심도 안 간다", "더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극장 동점 골이 아니었으면 연장전 구경도 못 했을 실력"이라는 비판부터 "프로 데뷔도 못한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뽑은 이민성 감독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세금이 아깝다"는 질타가 나오지만, 이런 애정어린 질책은 극소수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 했던가. 한국 축구는 지금 그 위험한 경계선에 서 있다.
이런 무관심은 이미 예견된 전조였다. 홍명보 성인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무리한 4선 도전 논란은 팬들이 국가대표 축구 자체에 신물과 환멸을 느끼게 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A매치 파라과이전 관중은 2만 2206명에 그쳤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수용 인원의 3분의 1 수준이자, 2015년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였다. 조규성은 한 방송에서 "과거엔 늘 꽉 찼던 경기장이 비어 보여 놀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축구협회의 거듭된 '인사 참사'와 불통 행정이 국가대표팀 경기라는 상품 가치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결과다.
반면 베트남은 축제 분위기다. 김상식 감독은 부임 후 동남아시아 정상 탈환에 이어 아시아 대회 3위라는 성적을 거두며 국민적 영웅이 됐다. 팜 밍 찡 총리까지 나서 "의지와 신념의 승리"라며 찬사를 보냈다.
한국 축구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사이,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고 관심을 끊고 있다. 애정이 비판으로, 비판이 다시 무관심으로 변하는 과정은 한국 축구가 직면한 가장 잔인한 성적표다. 차라리 욕이라도 먹던 시절이 행복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Copyright © 더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