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35> 수원 더사랑의교회

경기도 수원 광교 신도시에 있는 더사랑의교회(이인호 목사)는 한국교회 건축물의 수작으로 꼽힌다. 2013년 준공과 동시에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국민일보 교회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5년에는 경기도 건축문화상 입선까지 했다. 건축적 악조건을 디자인과 소통의 콘셉트로 극복하고, 오히려 더 좋은 건축물로 승화시킨 결과다. 13년이 지난 지금, 교회는 도시에 어떤 모습으로 뿌리내렸을까. 지난 14일 이인호 더사랑의교회 목사와 설계를 맡았던 서인건축 최동규 대표, 최유철 본부장을 만나 교회를 둘러봤다.

“벌써 13년이 지났는데 마치 어제 지은 새 건물처럼 보입니다.” 교회 외관을 살피던 최 대표가 감탄하자 이 목사가 답했다. “설계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잘 지었어도 사용자가 관리를 못 하면 소용없습니다. 우리는 매년 봄가을로 대청소를 하고, 도장도 새로 하며 건물을 아낍니다. 성도들이 교회 건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교회는 10년 넘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깔끔했다. 초기 시공 당시 이 목사가 많은 건물을 보고 내구성이 뛰어난 석재와 징크를 외장재로 선택한 덕분이기도 했다. 국내 기후와 오염 문제를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었고 최 대표는 “결과적으로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교회가 위치한 땅은 건축하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 광교 신도시의 용인서울고속도로와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였지만, 대지는 2372㎡의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자투리땅이었다. 한쪽은 터널 출구와 접해 있어 소음도 우려됐다.
설계자인 최 대표는 이 제약을 디자인으로 풀었다. 삼각형 모서리의 날카로운 부분을 하늘로 솟구치는 비둘기의 머리로 형상화했다. “삼각형 땅의 단점을 오히려 역동성으로 바꿨습니다. 세로로 긴 삼각형의 날카로운 꼭짓점은 비둘기의 머리로, 넓게 퍼지는 본당 부분은 날개와 배로 디자인해 ‘비상하는 비둘기’를 표현했습니다. 교회는 땅에 존재하지만 하늘의 법을 지향하는 공동체라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방주(Ark)나 성(Fortress), 때로는 날렵한 전투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다의적인 이미지가 지역 주민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교회를 방문하게 하는 역할도 했다.
내부는 좁은 도심 부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수직적 하이브리드’ 공간이다. 연면적 1만2202㎡의 공간에 지하 4층부터 지상 8층까지 예배당 주차장 카페 식당 교육실 등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

특히 1층 카페와 외부 광장은 담장을 없애 지역 주민 누구나 들어와 쉴 수 있게 했다. 최 본부장은 “과거의 권위적인 교회 건축을 탈피해 지역과 소통하는 ‘열린 건축’을 지향했다”며 “바깥의 햇살과 동일한 질감의 빛이 교회 실내에 가득하게 만들고 카페엔 몬드리안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반투명 유리를 설치해 밝고 따뜻한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본당은 3층부터 5층까지 관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부채꼴 형태의 좌석 배치와 발코니석을 통해 제한된 공간 안에서 1700석 규모의 수용력을 확보했다. 예배 후 성도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올 때의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해 적정한 폭의 동선을 확보하고, 곳곳에 머무르며 교제할 수 있는 데크와 선큰 가든을 배치한 배려도 돋보였다.

설계 선정 과정도 파격이었다. 2010년 설계 공모 당시 서인건축의 안은 건축비가 가장 비쌌다. 하지만 성도들의 선택은 압도적이었다. 이 목사는 “당시 서인건축 최 대표가 대지의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하는 비둘기’ 콘셉트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우리 교회의 비전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며 “특히 젊은 성도들이 이 디자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회고했다.
건축물이 교회 부흥에도 한몫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많은 교인이 “처음엔 건물이 예뻐서 호기심에 들어왔다”고 했다. 아름다운 건축이 불신자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 셈이다.
더사랑의교회는 2003년 1월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열린 목요기도모임에서 시작했다. 그해 5월 창립예배를 드렸을 때 성도는 20여명에 불과했다. 교회는 빠르게 부흥했고 그 비결은 중보기도에 있었다. 이 목사는 “23년간 중보기도 행렬을 계속했고 성도 3000여명이 중보기도과정을 수료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故) 옥한흠 목사에게 배운 제자훈련을 통해 평신도를 깨웠다. 뜨거운 기도와 체계적인 훈련이 맞물리며 교회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3년 1월, 수지에서 광교로 이전할 당시 성도는 1500여명이었다. 현재 등록 성도는 아이들을 포함해 9600여명에 달한다. 주일 현장 예배 참석자만 6500명이 넘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후 현장 예배 회복률은 매우 높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1000명가량 성장했다.
더사랑의교회는 평신도 리더인 순장 600여명이 소그룹(다락방)을 이끄는 역동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장년 성도의 69%가 소그룹에 참여할 만큼 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하다.
폭발적인 성장은 공간 부족이라는 즐거운 비명을 낳았다. 가장 먼저 한계에 부딪힌 것은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 공간. 교회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본당 인근 법조타운의 대형 빌딩을 매입해 이음센터를 건립한 것이다. 이곳은 철저히 다음세대와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이다. 평일에는 기독교 대안학교인 ‘이음학교’(초등)와 ‘이음유아학교’가 운영되고, 주말에는 교회학교 교육관으로 변신한다.
이 목사는 “눈앞의 편의보다 다음세대를 세우는 것이 교회의 미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결정은 적중해 다음세대는 계속 성장했고 자녀 교육을 위해 교회를 찾는 3040세대 젊은 부모들의 유입이 가속화됐다. 이것이 장년 성도 80%가 30~50대로 구성된 ‘젊은 교회’가 된 비결이다.
이 목사는 메가처치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공간이 포화 상태임에도 이 목사는 “건물을 더 넓히는 대신 분립 개척과 지원을 통해 젊은 목회자들에게 소망을 주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초점은 교회의 공공성 확대와 생태계 회복이다. 우리끼리만 잘되는 교회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유익을 주고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복음과 도시’라고 하는 목회자 연합 모임을 통해 교회들과의 경쟁이 아닌 ‘거룩한 연대’를 지향하고 있다. 이 목사는 “도시의 영적 생태계를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지역사회와 공존하며 거룩한 울림을 주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원=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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