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판다 외교

한승주 2026. 1. 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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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판다 한 쌍을 보냈다.

같은 해 중국은 일본과 국교 정상화 직후에도 판다 한 쌍을 선물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판다 외교가 성공하자, 중국은 70년대 초반 영국을 포함한 서방 유럽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판다 한 쌍을 대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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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1972년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판다 한 쌍을 보냈다. 워싱턴 국립동물원에 도착한 ‘링링’과 ‘싱싱’은 “가장 귀여운 공산주의자”로 불렸다. 중국은 총 한 발 쏘지 않고 냉전 질서를 흔들었다. 가장 주목 받는 ‘판다 외교’ 사례다.

같은 해 중국은 일본과 국교 정상화 직후에도 판다 한 쌍을 선물했다. 도쿄 우에노공원에 도착한 ‘캉캉’과 ‘란란’은 일본 내 ‘판다 붐’을 일으켰고, 반중 감정을 단숨에 누그러뜨렸다. 미국과 일본에서 판다 외교가 성공하자, 중국은 70년대 초반 영국을 포함한 서방 유럽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판다는 사회주의 진영의 동물이 아니라 보편적 호감의 상징이 됐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자국에만 있는 멸종 위기종 자이언트 판다를 외교의 언어로 활용해 왔다. 80년대 이후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2~4세에 중국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2024년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쌍둥이 판다 ‘샤오샤오’와 ‘레이레이’가 오는 27일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54년 만에 ‘제로 판다’ 국가가 되는 일본에서는 판다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동물원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있다. 반면 중국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방중을 앞두고 독일에 판다 두 마리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판다 한 쌍을 대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가급적 한국에서 사랑을 받았던 푸바오가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판다는 ‘우호의 상징’으로 불린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은 그 상징이 때로는 침묵을 강요받은 채 이동하는 생명의 얼굴이라고 지적한다. 관계가 좋을 때는 머물고, 관계가 식을 때 떠나는 경우도 있다. 강제 이주 부작용 우려 속에서 말하지 못하는 생명이 외교 메시지를 대신 전하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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