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버려진 말라뮤트 귀요미의 아메리칸드림 [개st하우스]

이성훈,전병준 2026. 1.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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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3년 전 경기도 양평의 산골 폐가에서 구조된 말라뮤트 귀요미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교포 에드워드 공씨 가족에게 입양됐다. 유튜브 개st하우스 구독자들의 성금으로 구조된 뒤 입양이 최종 성사되기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성훈 기자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교민 에드워드 공입니다. 개st하우스 유튜브를 통해 폐가에 버려진 채 2년을 견딘 말라뮤트 귀요미의 사연을 접했어요. 수많은 구독자의 후원금으로 치료와 교육을 마쳤다는 소식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인 소중한 마음을 이어받아, 이제는 제가 귀요미의 평생 가족이 되어 행복한 견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말라뮤트 귀요미 입양자, 에드워드 공씨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자동문을 지나 공항으로 들어서자, 여행객들의 발걸음과 수화물 가방 끄는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유기견 행동전문가 미애 쌤의 리드 줄에 의지해 나타난 30㎏의 대형 말라뮤트 귀요미에게 혼잡한 공항은 생애 처음 마주하는 낯설고 거대한 세상이었죠. 잠시 뒤 귀요미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입양자 가족이 기다리는 새 보금자리로 떠날 예정입니다.

귀요미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인파를 피해 미애 쌤에게 몸을 밀착한 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승강기에 탔을 때는 ‘위잉’ 소리를 내며 오르내리는 진동에 움찔하더니 이내 미애 쌤 다리 사이로 육중한 몸을 숨겼습니다. 뒤따르던 입양자 에드워드 공씨는 연신 귀요미를 쓰다듬으며 “비행기도 타야 하는데 너무 긴장했다”며 걱정했습니다. 겁먹은 귀요미를 달래고 나아가기를 거듭한 끝에 일행은 샌프란시스코행 항공사 카운터에 도착해 출국 절차를 밟았습니다.

통상 10㎏ 넘는 대형견은 비행기 탑승 시 이동장에 담겨 화물칸에 실립니다. 이 때문에 해외 입양을 앞둔 대형견들은 이동장 안에서 수 시간 대기하는 ‘하우스 훈련’을 필수로 받습니다. 귀요미 역시 출국에 대비해 수백 번 하우스 훈련을 반복했죠. 그러나 이날은 긴장한 탓인지 “요미, 하우스!”라는 구령에도 이동장 문턱을 넘어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한동안 주춤거렸습니다. 미애 쌤이 “긴장하지 말라”며 목덜미를 어루만지자, 그제야 엉금엉금 이동장 안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습니다. 귀요미는 이 상태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어지는 10시간의 비행을 견뎌야 합니다.

이제 입양자와 함께 미국으로 떠날 시간입니다. 산골 폐가에 묶여 뼈만 앙상했던 귀요미를 구조해 지난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돌봐온 미애 쌤. 그런 그는 녀석과의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보호자가 당황하면 개가 놀랄 수 있다. 섭섭하더라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대신 허리를 굽혀 이동장 안에 웅크린 귀요미를 말없이 바라본 뒤, 에드워드 공씨에게 이동장을 인계했습니다.

미국 교포인 공씨는 “현지에 도착하는 대로 소식을 전하겠다”며 미애 쌤을 안심시켰습니다. 이어 서툰 한국말로 “그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 뒤 귀요미가 담긴 이동장을 이끌고 출국장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3년 전 이날, 개st하우스팀은 경기도 양평의 폐가에 버려진 말라뮤트 귀요미를 구조했습니다. (2023년 1월 22일자 보도, ‘폐가 방치된 말라뮤트, 독자와 함께한 15시간 구조’) 구조에 필요한 비용과 보호 공간은 유튜브 구독자 200여명의 후원을 통해 마련했었죠. 이후 구조의 마침표인 입양 성사까지 장장 3년이 걸린 겁니다. 구조에서 미국 입양까지, 말라뮤트 귀요미의 아메리칸 드림을 전해드립니다.

“폐가에 묶여 홀로 견딘 2년”…말라뮤트 딱한 사연

개st하우스팀이 산골 폐가의 귀요미를 발견한 것은 어느 구독자의 제보 덕분이었죠. 구독자는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뒷산 폐가에 있던 귀요미를 발견했고, 녀석을 치료하고 입양 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 개st하우스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취재진은 현장에서 1m 쇠 목줄에 묶인 채 뼈만 앙상한 귀요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귀요미의 체중은 일반 말라뮤트(60㎏)의 절반도 되지 않는 28㎏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주인도 없이 폐가에 버려진 유기견이 어떻게 굶어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요.

비밀은 촬영 도중 귀요미를 찾아온 우체국 집배원 김경진(45·가명)씨에게 있었습니다. 그는 험한 산길을 넘어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폐가 구석에서 죽어가던 귀요미를 발견했고, 안타까운 마음에 매일 찾아와 귀요미에게 물과 사료를 챙겨줬다고 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어진 집배원의 선행 덕분에 귀요미는 굶어 죽을 위기 속에서 2년을 버텼고, 결국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방치된 탓에 당시 귀요미의 건강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동물병원 검진 결과, 귀요미에게서 유기견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인 심장사상충 수십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방치하면 기생충이 심혈관을 막아 귀요미의 생명을 위협할 상황. 치료비 견적만 최소 300만원에 달했습니다.

위기에서 구조까지, 말라뮤트 귀요미가 걸어온 지난 3년의 기록. 이성훈 기자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구독자와 시민들의 지원이 이어졌습니다. 동물단체 팅커벨프로젝트에서 후원금 50만원을 기탁하고 치료비 마련을 위한 모금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불과 3일 만에 350만원의 성금이 모였고, 절실했던 임시 보호 공간은 행동전문가 미애 쌤이 자택을 제공해 해결됐습니다. 덕분에 귀요미는 마당이 딸린 132.2㎡(40평) 전원주택에서 머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입양 준비를 마칠 수 있었죠.

3년의 기다림 끝에 열린 미국 입양길

하지만 귀요미의 평생 가족을 찾는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지난 3년간 총 15건의 입양 신청이 있었으나 30㎏ 대형견을 감당하기에 적합한 신청자는 없었습니다. 좁은 원룸이나 빌라에 사는 신청자가 대다수였고, 일부는 ‘마당을 지키는 개가 필요하다’거나 ‘밭 지키는 개로 쓰고 싶다’는 등의 용납 어려운 사육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추정 나이 5살에 접어든 귀요미는 나이가 들수록 입양 문의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전원주택에 사는 한인 교포 에드워드 공(37)씨 부부가 입양 의사를 전해온 겁니다. 영상 통화로 확인한 이들의 3층 주택엔 귀요미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 330.6㎡(100평) 넓이의 정원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공씨는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던 중 SNS를 통해 귀요미 사연을 접하게 됐다”며 “많은 분의 후원으로 구조된 귀요미에게 좋은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귀요미의 입양 확정을 위해 진행된 에드워드 공 씨 가족과의 영상 인터뷰 장면. 30kg급 대형견이 활동하기에 충분한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성훈 기자


취재팀은 공씨 가족과 약 1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결과 공씨 부부는 대형견인 사모예드를 노환으로 떠나보낸 최근까지 반려해 온 경험이 있어 비슷한 크기의 귀요미를 입양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귀요미의 입양이 최종 확정됐고, 공씨가 3주 뒤 한국을 방문해 귀요미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기로 했습니다.

귀요미는 미국 땅을 무사히 밟기 위해 엄격한 국제검역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검역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고 출국 시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므로,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동물병원에서 발급하는 건강증명서를 포함해 국가별 요구 접종 내역, 광견병 항체 증명서, 검역소 발급 검역증 등 4~5종의 서류를 갖춰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미흡할 경우 동물의 출입국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준비 과정에서 반드시 검역소의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보호자인 미애 쌤은 귀요미와 마지막 이별을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사용할 영어 지시어인 ‘sit(앉아)’ ‘down(엎드려)’ 등을 교육했습니다. 특히 이동장 안으로 들어가는 하우스 교육을 수백 번 반복했는데요. 귀요미와 같은 대형견은 이동장에 웅크린 채 비행기 화물칸에 탑승해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견뎌야 하므로 이에 대비한 적응 훈련을 진행한 것입니다.

해외 입양을 앞두고 검역 절차를 밟고 있는 귀요미와 보호자 미애쌤의 모습. 미국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sit', 'down' 등 영어 지시어를 활용한 행동 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전병준 기자
견생역전, 귀요미의 아메리카 체크인

출국 당일인 12월 16일, 인천국제공항 잔디밭에서 귀요미와 에드워드 공씨가 처음 마주했습니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귀요미는 공씨 손길에 순순히 머리를 맡기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어진 테스트에서도 귀요미는 공씨의 “sit” “down” 구령에 맞춰 앉고 엎드리는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귀요미가 새 보호자를 잘 따르는 모습을 확인한 미애 쌤은 잡고 있던 산책줄을 공씨에게 건넸습니다. 이 광경은 개st하우스의 유튜브 라이브를 시청하던 100여명의 구독자에게도 생중계됐습니다. 구독자들은 “오랜 기간 임시보호해 준 미애 쌤과 구조에 힘을 보탠 후원자들 모두 감사하다” “미국에 잘 도착한 모습도 꼭 보여달라” 등의 응원을 남겼습니다.

출국 2시간 전, 귀요미와 일행은 항공사 카운터에서 체크인 절차를 밟았습니다. 귀요미는 항공 승무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대형견이 밝은 표정으로 화답하자 승무원들은 “정말 귀엽다”며 다가와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가장 힘든 마지막 관문은 이동장이었습니다. 미애 쌤의 “하우스” 구령에 맞춰 귀요미는 천천히 이동장에 들어갔습니다. 이동장을 포함한 합산 무게는 32㎏ 미만, 화물칸 무료 탑승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이제 귀요미는 좁은 이동장에 몸을 맡긴 채 화물칸에서 10시간의 긴 비행을 홀로 견뎌내야 합니다.

이별을 앞둔 미애 쌤은 결국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3년 전 폐가에 버려진 귀요미를 구조하고 돌보고 치료하기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한 유일한 보호자였으니까요. 그는 이동장 철창 틈새로 손을 넣고 한참 동안 귀요미를 쓰다듬은 뒤, 공씨에게 이동장을 건넸습니다.

공씨는 서툰 한국말로, 또박또박 “그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미애 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이어 미국에 도착하는 대로 소식을 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귀요미가 담긴 이동장을 끌고 출국장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귀요미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씨 자택에 무사히 도착한 귀요미는 이동장에서 나오자마자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달렸습니다. 이어 공씨의 부인과 다섯 살 딸 케일린의 손을 핥으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공씨가 보내온 사진 속 귀요미는 밝은 표정으로 새 가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푸른 벌판을 누비고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 절차를 무사히 마친 귀요미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입양 가정에 안착해 행복한 제2의 견생을 살고 있다. 전병준 기자


귀요미의 근황을 확인한 미애 쌤은 “이 행복한 모습을 보기 위해 참 오랜 시간 기다려왔다”면서 “3년 전 폐가에 버려진 귀요미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바로 그 모습일 것”이라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귀요미의 견생역전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싶은 분들은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이성훈 전병준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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