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쏟아진 제명! 제명!… 중대 결정마다 논란의 중심

송경모 2026. 1.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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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윤리기구 잔혹사


1월 1일 강선우, 1월 12일 김병기, 1월 13일 한동훈. 2026년 들어 2주도 지나기 전에 소속 정당으로부터 제명 대상이 된 여야 유력 정치인의 이름이다.

전직 당대표·원내대표도 피해가지 못한 철퇴를 내린 건 양당 윤리기구다. 윤리심판원(더불어민주당)과 윤리위원회(국민의힘)로 이름은 달라도 역할은 판박이다. 핵심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시·도당위원장 등을 가리지 않고 최고 제명에 이르는 중징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윤리기구는 당규 위반 등을 이유로 당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당기위원회의 형태로 한국 정당정치사 초기부터 존재했다. 민주공화당 당기위가 1968년 김종필계 의원들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해 제명 결정한 ‘국민복지회 사건’이 대표적이다.

외형상의 개방성·독립성은 이후 시간이 흐르며 상당 수준 개선됐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윤리기구 혁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당 바깥 인사를 중심으로 기구를 꾸리는 방안이 명문화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5년 윤리위를 윤리심판원으로 확대 개편한 민주당은 현재 심판위원 정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심판원장은 반드시 외부 인사에게 맡기도록 규정한다. 국민의힘 또한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위원장을 포함한 윤리위 인사 3분의 2 이상을 당외에서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각 당 윤리기구가 중대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의구심이 쏟아진다. ‘내 편’에는 춘풍, ‘남의 편’에는 추상같은 판단이 심심찮게 되풀이되고 있다는 시선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고조시킨 한 전 대표 징계 건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지난 13일 심야 기습적으로 한 전 대표의 제명을 의결했다. 한 전 대표 가족이 당원 익명 게시판에 반복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그 정도가 통상적 수준을 넘어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 영상으로 이른바 ‘당게 사태’에 사과하면서도 “저에 대한 징계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보복”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4년 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재소환했다. 2022년 7월 국민의힘 윤리위가 성비위 의혹을 이유로 자당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리고 그로부터 두 달 뒤 ‘양두구육’ 등 비방 표현을 썼다며 당원권 정지 1년을 추가로 의결한 사건이다. 정부·여당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중론이었다.

윤리기구 운영의 자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지난 12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김병기 전 원내대표 제명을 의결했을 때도 일부 나왔다. 윤리심판원은 김 전 원내대표가 공천헌금 의혹,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의혹, 쿠팡 오찬 접대 의혹 등으로 품위 유지 및 청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헌금 문제와 관련해 강선우 의원에 이어 김 전 원내대표까지 제명되자 일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중잣대’라는 반발도 있었다. 둘에 대한 징계가 일사천리로 결정된 반면 그보다 앞서 제기된 최민희 의원의 딸 결혼식 금품수수 의혹, 장경태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관련 당 윤리감찰단 조사 결과는 나올 기미가 없다는 취지였다. 일각에서는 두 의원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가까워 조사·징계 절차가 더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결국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지난 21일 라디오에서 “두 의원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외형상의 독립성과 별개로 각 당 윤리기구가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 ‘흔적’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등을 고려하면 상대를 윤리적으로 공격하긴 오히려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당내 투쟁과 별개로 윤리기구가 논란의 중심에 선 적도 더러 있었다. 국회의원의 ‘소신 투표’를 문제삼아 징계를 의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그 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020년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 전 의원이 전년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표결 당시 당론을 어기고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때론 윤리기구가 선거공학적 ‘꼼수’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2024년 22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 윤리위는 뚜렷한 해당 사유도 없이 자당 비례대표 의원 8명을 무더기 제명 결정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기재 순서가 각 정당 의석수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을 이용, 자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유리한 순번을 점하게 하려는 편법이었다.

일부 인사는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행태로 윤리기구 징계를 받았다. 국민의힘에서는 미래통합당 시절 총선 대패의 원흉으로 지목받은 차명진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2019년 세월호 참사 관련 망언으로 당원권 정지 3개월에 처해진 그는 2020년 총선 후보자 신분으로 방송 토론회에서 다시 세월호 관련 막말을 쏟아냈다가 탈당 권유를 받았다.

지난해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가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은 최강욱 전 의원은 성 관련 발언 논란으로만 세 차례 징계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22년에는 당내 화상회의 도중 동료 의원을 향한 발언이 문제돼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을 받았고, 그 이듬해에는 여성 비하 발언 논란 직후 당 지도부 직권으로 다시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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