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 환희와 불안 사이에서
[한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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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장 초반 5000선 회복 23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9시 21분 기준 전장보다 62.72포인트(1.27%) 오른 5,015.25다. |
| ⓒ 연합뉴스 |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을 주목하면서 자본의 유입이 늘어나는 점은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확인시킨다. 국민 연금과 같은 공적 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 연금 재정이 견고해지고, 장기 투자자에게는 실질적 자산증식의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금융 시장 자체가 성숙할수록 자본 조달 비용은 낮아지고, 기업들은 혁신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웃을 수 있는가.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지수가 급등하는 동안 수많은 종목은 상승의 수혜를 받지 못했으며, 상승폭의 대부분은 소수 대형주에 집중됐다. 이것은 금융시장이 '집중의 시장'임을 보여줄 뿐 아니라, 시장 참여의 폭이 생각보다 좁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는 큰 수익을 얻지 못하거나, 오히려 신용융자(빚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평범한 시민의 고민
이 같은 상황에서 평범한 시민은 자연스럽게 고민한다. 청년들에게 "주식투자 하라"고 권해야 할까. 자영업자나 노동자, 임금생활자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자산 없는 사람들에게 투자 권고는 거의 '무리수'처럼 들린다. 부동산마저 버겁고, 직장 임금으로는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시대에, 주식시장의 고공행진은 그 자체로 보편적 복지가 되기 어렵다.
우리는 이 고민을 더욱 근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부(富)의 개념을 단지 '물질적 부'로 환원시켜도 되는가 하는 물음이다. 주식지수의 상승은 분명 물질적 자본의 확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는 물질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회적 부, 정신적 부, 생태적 부 역시 우리 삶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사회적 부는 공동체의 건강함과 연대, 신뢰를 의미한다. 그러나 주식시장 과열은 때로 '개미'와 '외국인' 간의 수익률 격차를 낳고, 시장 참여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단지 숫자의 상승이 거래량과 참여의 확대로 이어진다고 해서 사회적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부 역시 주목해야 한다. 주가 지수에 따라 하루 감정이 흔들리고, 투자 성패가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시대는 평안한 정신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생태적 부는 더더욱 그렇다. 금융시장 중심의 성장논리가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희생시키며 확대돼선 안 된다.
노동의 의미 역시 재조명되어야 한다. '땀 흘려 일하는 것이 구시대적 발상인가'라는 자기비판적 질문이 나온다. 그러나 노동은 단지 소득의 원천이 아니라 기술, 인간관계, 자아실현과 공동체 기여의 장이다. 노동 없는 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사회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평범한 시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평범한 시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투자 여부는 생존형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자원과 리스크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빚을 내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 위험 사이의 불균형만을 키운다. 둘째, 금융 교육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시장 참여의 명령'으로 변해선 안 된다. 금융 지식은 도구이지, 삶의 목표가 아니다. 셋째, 시민은 노동, 가족, 지역사회, 취미와 같은 비(非)시장적 영역에서 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 역시 수정이 필요하다. 단지 주식시장 지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실질적 복지를 구축하는 일과 다르다. 노동 임금의 개선, 중소기업·자영업 지원, 공적 연금 강화, 사회 안전망 확충 등 경제적 안전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주식시장은 그 위에 놓이는 선택적 참여의 장이지, 국가 경제의 중심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생태적 지속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함께 고려하는 금융정책이 요구된다. 주식시장 활성화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를 대체해서는 곤란하다.
코스피 5000 시대는 축하할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숫자가 우리 사회의 풍요와 행복을 완성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기회로 삼아, 물질적 부 뿐 아니라 사회적·정신적·생태적 부를 균형 있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부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이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진정한 유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금융과 미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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