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둘러싸인 '차귀도'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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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봄 같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제주 여행이 시작되는 19일.
차귀도는 제주시 한경면 노을해안로에 있다.
전설에 따르면, 한라산 화산이 분출될 때 분화구에서 나온 에너지에 밀려 한라산 정상이 덩어리 채 뽑혀 제주 앞바다에 떨어졌다고 한다.
어느새 제주 여행 첫날, 서귀포 서쪽 바다가 석양으로 붉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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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 기자]
며칠간 봄 같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제주 여행이 시작되는 19일. 한파가 몰아닥친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제주 공항 도착이다. 일행 중 비행기가 연착된 바람에 예정된 첫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여행의 절반이 낯선 것을 구경하는 것이라면, 또 다른 절반은 현지 토속 음식을 먹는 것이다. 공항 주변에서 제주 전복죽과 전복물회로 점심을 때웠는데, 예상보다 맛의 풍미가 있다. 창밖으론 이륙하는 비행기 모습이 풍경화 같다. 일행을 태운 15인승 리무진 버스는 차귀도로 향한다.
차귀도는 제주시 한경면 노을해안로에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 반갑지 않은 세찬 바람이 먼저 반긴다. 차귀도로 향할 배들이 황태덕장에 명태 묶여 놓은 듯, 선착장에 일렬로 정박해 있다. 거센 바람이 불어 배가 뜨지 못한 모양이다. 일행은 근처에 있는 족욕 카페에서 차귀도 섬을 바라보며 족욕을 한다.
출항하고 싶은 배의 심정
선착장에서 출렁거리는 배들이 서글퍼 보인다. 출항하고 싶은 저 배들의 심정을 뉘라서 알까. 그 무렵, 발끝에서 밀려오는 온기가 발등을 타고 무릎으로 오르자, 날씨 걱정하며 긴장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풀린다. 일행들의 화색이 돌고 필자는 다음 일정을 생각한다.
필자가 듣기로 차귀도는 배 낚시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배 위에서 느껴보는 낚시. 상상만 해도 신난다. 배 낚시는 날씨가 허락하는 다음으로 미뤄두고, 일행은 근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사계 해변 둘레길로 향했다. 사계 해변 주변 산방산이 정겹고, 오른쪽엔 송악산 해안 절벽도 보인다.
족욕과 차를 마셨던 온기로 해안 둘레길을 걸었지만, 세찬 바람에 온기가 한순간 사라진다. 그 와중에 해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일행도 있다. 찬바람의 고통은 한순간이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은 오래 남아서일까.
저 멀리 용머리 해안이 희미하게 보이고, 앞바다 형제바위가 사이좋아 그림 같다. 형제바위 앞으로 푸른 물감으로 물 드린 듯, 바닷물이 푸릇푸릇하게 출렁거려 포말(泡沫)되어 사라진다. 좀 더 걸어가니 송악산 쪽 해안가로 동굴이 듬성듬성 보인다. 1943년경 일제강점기 태평양 전쟁 시 일본군이 만든 군사시설이란다. 송악산 해안으로 크고 작은 진지 동굴들이 60여 개나 된다고 한다. 태평양 전쟁 말기, 수세에 몰린 일본군 저항 기지다.
주변에는 섯알오름 고사포 동굴 진지, 지하 벙커,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등이 있다고 한다. 그 전쟁으로 인한 제주민들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날의 아픔을 어찌 잊으랴. 서귀포시 이어도로(293-28번지) 약천사에 가면, 그때 제주의 아픔을 담은 '태평양 전쟁 희생자 위령탑'이 우뚝 솟아있다. 그 탑만 보아도 제주도민의 아픔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오늘따라 제주 삼다도답게 칼바람이 거세다. 앞바다에 가파도와 마라도가 어렴풋하게 전설을 간직한 채 나란히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서귀포에서 돈을 빌린 어떤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돈을 갚을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가파도와 마라도가 되었다고 한다.
저 멀리 한라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송악산 해안에서 산방산이 보이는 쪽으로 다시 걷는다. 전설에 따르면, 한라산 화산이 분출될 때 분화구에서 나온 에너지에 밀려 한라산 정상이 덩어리 채 뽑혀 제주 앞바다에 떨어졌다고 한다. 그것이 산방산이란다.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면 아직도 웅장하게 패인 채, 분화구로 남아 있다. 집 떠난 며느리 가을 전어 냄새 맡고 돌아오듯, 언젠가 산방산이 다시 돌아와 주길, 한라산은 기다릴까. 어느새 제주 여행 첫날, 서귀포 서쪽 바다가 석양으로 붉게 물들어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던가. 일행도 출출해지고 서귀포의 맛, 통갈치구이와 조림을 맛볼 준비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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