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역사 만든 루이 비통 모노그램의 힘 [더 하이엔드]
1896년 브랜드 보호 위해 고안해
스피디·알마 등 아이콘백 재조명
1년간 이를 기념하는 캠페인 전개
1896년 프랑스 파리. 가업을 이어 ‘루이 비통’ 메종을 이끌던 조르주 비통(Georges Vuitton)은 메종 창립자이자 아버지인 루이 비통(Louis Vuitton, 1821~1892)을 기리기 위해 하나의 문양을 고안했다. 오늘날까지 전 세계가 루이 비통의 정체성을 한눈에 알아보게 한 상징, ‘모노그램’이다. 메종 이름에서 따온 이니셜 ‘L’과 ‘V’가 교차하고, 꽃과 별 모티프가 어우러진 이 문양은 우아함과 모던함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모노그램이 처음 선보인 지 130주년이 되는 해다. 루이 비통은 이를 기념하기 위한 캠페인을 1년간 전개할 계획이다. 최근 리뉴얼 오픈한 루이 비통 서울 도산 스토어에서 선보인 아이코닉 백들과 새로운 모노그램 애니버서리 컬렉션, 특별한 윈도 디스플레이는 모노
그램의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한다.
캠페인은 먼저 메종의 진정한 마스터피스로 자리해온 아이코닉 모노그램 백들을 단계적으로 조명한다. 개인 이동성의 개념을 재정의해온 스피디(1930년), 자유롭고 편안한 여행의 상징인 키폴(1930년), 샴페인 다섯 병을 담기 위해 디자인된 노에(1932년), 파리 건축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알마(1992년), 현대 라이프스타일의 필수적인 동반자가 된 네버풀(2007년)이 그 중심에 놓인다. 이와 함께 스페셜 에디션 모노그램 백 컬렉션을 새로 선보이며 모노그램이 세대를 거쳐 어떻게 지속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보호에서 정체성으로
모노그램을 전설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출발점이 지극히 실용적이었기 때문이다. 모노그램은 단순한 장식을 위해 만들어진 문양이 아니었다. 1896년 첫 고안 당시, 루이 비통 트렁크의 성공과 함께 쏟아지던 모방품에 대응하기 위한 ‘보호 장치’였다. LV 이니셜과 플로럴메달리온(꽃잎을 기하학적으로 도식화한 장식 문양)을 교차시킨 그래픽 배열은 진품을 증명하는 기술적 해법이었다. 동시에 메종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각인하는 장치였다.
조르주 비통은 캔버스와 가죽 등 어떤 소재에서도 문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선명하게 구현되도록 패턴의 구성과 비례, 반복 구조를 치밀하게 계산했다. 고딕 성당을 장식한 콰트로포일(quatrefoils)과 트리포일(trefoils), 로제트(rosettes) 같은 건축적 요소에 일본 가문 문장인 ‘몽(mon)’의 기하학적 미학을 결합해, 동서양 장식 언어를 하나의 시각 체계로 정제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897년 이 문양을 프랑스 상무부에 특허 등록했다. 이는 모노그램의 운명을 결정지은 분기점이었다. 패턴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법적 장치를 통해 창의적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보호를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일관된 시각 언어를 유지해온 덕분에 오늘날 모노그램은 루이 비통의 장인정신과 품질을 보증하는 영속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기념을 설계하다
캠페인과 함께 공개된 ‘모노그램 애니버서리 컬렉션’은 130주년 기념을 구체적인 제품으로 옮긴 결과물이다. 컬렉션은 메종의 역사적 코드에 뿌리를 둔 세 가지 캡슐 ‘모노그램 오리진’ ‘VVN’ ‘타임 트렁크’로 구성됐다.

모노그램 오리진 컬렉션은 1896년 최초의 모노그램을 현재의 감각으로 복원한다. 린넨과 코튼을 혼방한 새로운 캔버스에 전통적인 자카드 위빙 기법을 적용하고, 1908년 사용한 고객 장부 표지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 팔레트를 활용했다. 스피디·노에·알마·네버풀 등 아이콘 백과 함께 트렁크 디테일을 접목한 트렁크 패밀리 모델로 구성된다. 각 제품에는 루이 비통 초기 특허 문서에 남겨진 친필 서명을 담은 네임 태그가 더해졌다.



VVN 컬렉션은 천연 가죽을 통해 모노그램을 재해석한다. 식물성 염료로 무두질한 천연 소가죽을 사용해 가죽 본연의 질감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강조했다. 탈착 가능한 모노그램 네임 태그와 자카드 안감으로 메종의 정체성을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냈다. 타임 트렁크 컬렉션은 아카이브 트렁크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얻은 이미지를 캔버스에 입히고, 금속 모서리와 장식 디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현해 아이코닉 백에 녹여냈다. 스피디 소프트 30, 노에, 알마 GM에는 각 모델의 이니셜과 제작 연도를 눈에 띄지 않게 새겨 넣어 헤리티지를 담았다.
모노그램이 전설이 된 이유는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형태와 물성을 달리하면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노그램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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