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평생 지켜낸 ‘교회 같은 약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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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널리스트 김혜선의 '잔소리 약국'은 오래된 약국을 배경으로 엄마와 딸이 나눈 사랑과 돌봄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다.
51년간 동네 약국을 지킨 83세 약사 엄마는 어느 날 화분을 옮기다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진다.
수술 직후 다시 약국에 출근하겠다는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한 딸은 싱글 라이프를 포기하고 엄마와의 동거에 돌입한다.
동네 교회 권사인 엄마와 모태신앙인인 딸에게 주일 예배와 성도의 교제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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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널리스트 김혜선의 ‘잔소리 약국’은 오래된 약국을 배경으로 엄마와 딸이 나눈 사랑과 돌봄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다. 51년간 동네 약국을 지킨 83세 약사 엄마는 어느 날 화분을 옮기다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진다. 수술 직후 다시 약국에 출근하겠다는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한 딸은 싱글 라이프를 포기하고 엄마와의 동거에 돌입한다. 2년 11개월 동안 저자가 겪은 실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모녀의 일상을 생생히 조명한다.
사소한 습관과 일상 루틴, 즐겨 하는 관심, 먹거리, 소소한 취향에 이르기까지 엄마와 딸의 생활은 그저 다르기만 하다. 딸에게 있어 무엇보다 어려운 건 엄마의 출퇴근이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면서도 만에 하나 엄마의 출퇴근을 맞추지 못할까 봐 매일 발을 동동 구른다. 이에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잔소리를 쏟아낸다. 소중하지만 성가신, 엄마의 잔소리다.
교회 생활 일화인 ‘점심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는 특히 인상적이다. 동네 교회 권사인 엄마와 모태신앙인인 딸에게 주일 예배와 성도의 교제는 기쁨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요새 무슨 일 하냐” “결혼은 왜 안 했냐” “난자는 냉동했냐”같은 교우들의 질문 공세에 딸은 당혹스럽다. 이와 함께 저자는 엄마의 말을 다정하게 들어주고 화장실과 엘리베이터에 부축해주며 자신을 대신해 약국까지 데려다주는 교인들의 섬김과 사랑도 놓치지 않는다. 딸을 대신해 노년의 생활을 돌봐주고 함께 사는 벗이 되어준 교회는 환대와 돌봄의 장소다.
동네 약국은 엄마의 일터이자 소명의 공간이다. 괴팍한 취객의 실랑이를 묵묵히 받아주고 쉬지 않고 아픔을 호소하는 이웃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며 한동안 보이지 않는 이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염려하는 엄마. 형편이 어려워 약값을 내지 못하는 이들의 외상 장부를 보며 “아프지 않으면 됐어”라고 말하는 엄마의 약국은 마치 문턱 낮은 교회 같다. 까칠하지만 묵묵히 섬김의 노동을 이어온 엄마를 보며 독자들은 어느새 일상의 거룩함을 지키는 것이 신앙인의 소임임을 깨닫게 된다.
책이 세상에 나오기 몇 달 전 저자의 엄마는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돌아보면 짧았던 시간, 그러나 더 깊어진 사랑의 날들을 되새기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 할 일을 했다. 이제 각자의 하늘과 땅에서 열심히 놀아도 된다.”

강경희 대표(갤러리지지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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