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괌 관광의 ‘골든타임’은 지났는가

2026년 1월 22일. 괌 관광의 심장부 투몬만(灣)에 위치한 팔레 산 비토레스(Pale San Vitores·17세기 괌에 천주교를 전파한 스페인 선교사)거리를 걸었다. 기이할 정도로 적막한 느낌에 여기가 괌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한때 화려한 조명 아래 명품 쇼핑백을 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던 유명 면세 쇼핑몰 DFS는 이제 3월 31일 영업 종료만을 앞두고 있다. 1971년 괌 진출 이후 55년간 방문객들의 필수 방문지 중 하나였던 DFS. 현대 관광의 기틀을 닦고 성장을 견인했던 그 한 축이 멈추기 직전인 지금, 쇼윈도에 비친 모습은 다름 아닌 무너진 괌 관광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이번 DFS의 철수는 단순한 일개 면세점의 폐업을 넘어, 괌이 수십 년간 고수해 온 관광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신호다. 팬데믹 이후 괌 관광산업의 회복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2025년 방문객 수는 70만 명으로 2019년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괌 관광 전략의 가장 큰 패착은 ‘쇼핑 천국’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안주했다는 점이다. 구조적 취약성 위에 전략적 실패가 겹친 결과다. 현지 언론 게시판에는 “괌은 5성급 여행지가 아니다. 5성급인 것은 가격뿐” “DFS를 잃는 것은 괌 관광산업의 관에 못을 하나 더 박는 일”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넘쳐난다.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면세 쇼핑의 가격 경쟁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괌 관광 당국과 업계는 여전히 1990년대식 쇼핑과 리조트 중심 모델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다. 과거 주를 이루었던 한국·일본 여행객들이 쇼핑보다 독특한 로컬 경험을 추구하며 동남아시아 등지로 눈을 돌릴 때, 괌은 그들을 유혹할 만한 새로운 콘텐트를 제시하지 못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인프라 구조도 치명적이다. 관광객들은 1박에 수백 달러의 숙박료를 지불하면서도 노후한 시설과 미흡한 서비스, 열악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구조는 결국 DFS와 같은 대형 유통사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었다. 관광 당국은 일시적인 항공권 보조금 지급과 홍보 행사에만 급급했을 뿐, 섬 전체의 인프라를 재설계하고 관광 상품을 다변화하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DFS 철수는 괌 관광산업에 던져지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괌 고유의 차모로(Chamorro) 원주민 문화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개발하고,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 체질 개선이 없다면 괌 경제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아니길 바랐지만 직접 와서 보니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었다.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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