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내 日 제치고 수출 5강 전망… 1조 달러 달성에 총력”

한국은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7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수출 7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우리보다 앞서 이런 실적을 낸 나라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도 360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발 관세 충격과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는 전 세계 85개국에 뻗어 있는 131개 무역관을 풀가동해 수출 최전선에서 뛰는 한국 기업들을 측면 지원했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코트라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지난해는 여러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글로벌 수출 강국 위상을 재확인한 한해였다”며 “올해는 수출 다변화와 관세 협상 후속 지원,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라는 3개 분야에 집중해 정부 목표인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여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1993년 기술고시(29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30년 근무한 산업·에너지 전문가다. 산업부 개청 이래 처음 1·2차관을 모두 지냈고 산업정책실장·에너지산업실장·무역투자실장 등 3대 실장을 두루 역임했다. 이러한 경력을 살려 2024년 11월 ‘K-무역투자’의 총사령관 역할을 하는 코트라 사장에 임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출 1조 달러 시대는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나.
“수출액 상위 국가들을 보면 중국 3조6000억 달러, 미국 2조 달러, 독일 1조7000억 달러, 네덜란드가 1조 달러 조금 안 되고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 향후 2~3년 안에 일본을 제치고 수출 5강에 들 수 있다고 본다.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여는 핵심 전략은 우선 ‘다변화’다. 수출을 안 하던 기업이 하고,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영역을 넓히고, K소비재로 품목을 다양화하면 1조 달러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한류로 K소비재가 각광 받고 있다. 여건은 만들어졌다.”
-K소비재 위상이 달라졌음을 현장에서 체감하나.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한류박람회를 열었는데 예약도 없이 찾아온 바이어들이 많아서 놀랐다. 중남미 지역에서도 날아왔다.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인 뉴욕에서 한국 기업, 특히 한국 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라는 거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프랑스를 밀어내고 점유율 1위를 하지 않았나. 뉴욕 박람회에 왔던 월마트의 고위급 인사가 이번에 대규모 구매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는 두바이와 베트남에서 한류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공급망 안정화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문제가 됐다.
“제조업의 핵심은 공급망, 공급망의 핵심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소부장의 핵심은 주요 광물이다. 지난해 4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했을 때 현지 무역관이 발빠르게 중국 상무부 인사를 만나 한 달 만에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허가를 받아냈다. 또 국내에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는 곳을 찾아 기업과 연결시켜 위기를 넘긴 사례도 있다. (2021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 때처럼) 우리 기업들이 특정 품목을 구하려고 다시한번 줄을 서게 된다면 코트라가 있을 이유가 없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관련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코트라의 모든 무역관은 정부가 정한 190개 공급망 안정화 품목을 그 나라에서 누가 생산하고 누가 사가는지 파악하고 있다. 공급망은 상수다. 평소에 관리하고 확인해야 위기에 처했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다. 현지 업체 사장들과도 계속 스킨십을 유지하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
“지난해 ‘관세대응 119’를 통해 9500건 정도 상담을 진행했다. 기업들은 내가 수출하는 품목이 관세 적용 대상인지를 가장 궁금해 하더라. 이런 정도의 관세라면 사업이 안 된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대체 시장을 찾거나 아예 생산기지를 옮기는 문제도 고민한다. 미국발 관세 충격은 다른 나라의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트리거가 되고 있다. 인허가와 기술 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올해 관세대응 119를 ‘무역장벽 119’로 확대해 운영하려는 이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 비관세 장벽을 끊임 없이 찾아내서 해당 국가 정부와 소통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 역시 코트라의 임무다.”
-이달 초 경제사절단으로 중국을 방문했는데.
“중국 측의 태도 변화, 한국 기업들의 기대 충만을 느꼈다. 중국 중앙정부가 움직이고 양국 정상이 만나니 지방정부도 분위기를 이어받아 긍정적 태도 변화가 나타나는 중이다. 방중 행사를 마치고 중국 내 21개 무역관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중국 지방정부, 유관기관, 기업들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는구나’ 하는 기대가 큰 것 같다. 소비재, 플랫폼 기업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
-중국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한동안 중국을 시장으로만 바라보고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를 넘어서는 경쟁자가 됐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수출 1위이자, 공급망 핵심 국가다. 일단 자본재와 중간재는 틈새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 특화된 기술을 수반하는 소부장 쪽으로 진입하면 기회가 있는데 불행히도 이 분야는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이 시장을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대도시는 화려하고 선진화돼 있지만 지방은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중국을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보면 안 된다. 지역마다 제조 기반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은 열려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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