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300조 시대…국내 ETF 수익률 ‘톱30’에 내 것은 어디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마침내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2002년 국내에 ETF가 처음 등장한 지 24년 만이다. 국내 ETF 시장은 2023년 6월 순자산총액 1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1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하기까지 21년이 걸렸다. 이후 성장세는 가파르다. 100조원 돌파 2년 만인 지난해 6월 200조원을 넘어섰다. 300조원까지는 단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ETF가 주식·채권·대체자산을 아우르는 대중적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도 국내 ETF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2025년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약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ETF 시장 성장률은 31% 수준이다. 전 세계 ETF 시장의 약 69%를 차지하는 미국 역시 지난해 성장률은 27%에 그쳤다. 국내 ETF 시장 성장 속도가 주요국 대비 두 배 이상 빨랐던 셈이다. 2021~2025년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연평균 33% 증가했다. 이 기간 글로벌 시장은 19% 성장했다. 한국이 글로벌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로 10위권에 불과하다. 하지만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세계 5~6위권이다. 상대적으로 활발한 유동성을 나타낸다.
특히 지난해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자금이 국내 주식형 ETF로 되돌아오며 시장을 키웠다.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절세계좌를 활용한 ETF 투자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맞춰 자산운용 업계는 월분배형·만기매칭형·자산배분형 등 은퇴자금 운용에 적합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때 테마형 상품 중심이던 국내 ETF 시장은 최근 구조적 다양성이 확대되며 투자자 선택지가 넓어졌다.

액티브 성장세 돋보여
최근 ETF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금의 방향이다. 2024년까지 미국 빅테크와 미국 배당형 ETF로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주식 시장 랠리가 펼쳐지며 자금 흐름이 국내 주식형 ETF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국내 주식형 ETF의 높은 수익률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12일까지 인버스와 레버리지를 제외한 ETF 수익률 톱30 상위권을 국내 주식형 상품이 휩쓸었다. 특히 지난해 증시 주도주로 떠오른 ‘조방원(조선·방산·원전)’ 테마 강세가 두드러졌다. 수익률 1위는 한화자산운용 ‘PLUS 우주항공&UAM’으로, 해당 기간 수익률이 72%에 달했다. TIGER K방산&우주(42%), SOL K방산(39%), KODEX K방산TOP10(38%), PLUS K방산(36%)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품 구조가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과거에는 코스피200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같은 대표 지수형 상품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TOP3·TOP10 등 소수 종목 집중형, 밸류체인 결합형, 주식과 금·채권을 함께 담는 혼합형 상품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배당 상품은 고배당과 배당 회복력, 배당 성향 등을 결합하고 해외 대표 지수 역시 배당 비중을 조절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금과 채권, S&P500과 금을 결합한 다자산 ETF가 최근 등장하는 상품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운용 업계는 ETF 역할 자체가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패시브 투자 수단을 넘어 투자자 맞춤형 포트폴리오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특히 액티브 ETF 비중 확대가 이를 상징한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ETF 시장에서 액티브 상품 비중은 약 12%에 불과한 반면, 국내에서는 30%에 달한다. 공모펀드 운용사의 ETF 시장 진입이 확대되고, 채권·해외주식형, 자산배분형 등 전략이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액티브 ETF 순자산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배당형 ETF에 액티브 운용을 접목해 배당 정책 개선 수혜 기업을 선별적으로 편입하는 등 운용 전략이 진화하는 중이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커버드콜 ETF는 최근 상장 속도가 다소 둔화됐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커버드콜 전략의 주가 회복력 한계가 부각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운용 업계는 액티브 운용을 더해 대응한다. 김진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단순 커버드콜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맞춰 옵션 매도 비중을 조절하는 전략 상품이 늘고 있다”며 “기초자산 상승 참여율을 높이는 동시에 일부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구조로 상품이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변동성 주의
전문가들은 2026년 ETF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중심축과 위성 전략’을 꼽는다. 대표 지수와 구조적 성장 산업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는 테마형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도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전력 인프라나 AI 응용 분야처럼 실적이 뒷받침되는 세부 테마를 적절히 섞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자산배분 관점에서 원자재 ETF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채권형 ETF는 우량 단기채 중심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동시에 글로벌 재정 확장과 통화 가치 약세 국면에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은·구리 등 원자재 ETF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 운용 업계 시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물 자산과 이를 채굴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방어 수단”이라며 “자산 가격 상승 시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는 채굴 기업 ETF는 현물 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특징인 인컴형 ETF는 투자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커버드콜 ETF는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출렁이는 국면에서 수익 회복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기초자산 구성과 옵션 비중 점검이 필수인 이유다. 또한 투자자는 액티브 운용으로 옵션 매도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과 단순 커버드콜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변동성은 늘 주의가 필요하다. 코스피200 선물지수 하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 하락세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ETF 가격은 지난해 4월 2746원에서 올해 1월 14일 478원까지 급락했다. 불과 9개월 만에 80%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 상품은 구조적으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며 “괴리율이 높거나 유동성이 부족한 ETF 역시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4호 (2026.01.21~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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