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약가 인하는 제약업 사형 선고…10명 중 1명은 일자리 잃을 것"

이소영 2026. 1.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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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인하 전면 재검토를 위한 비대위·노사 간담회 개최
정부, 재정 건전성 및 신약 개발 활성화 위한 약가 인하 추진
비대위 약 3조원 이상의 피해와 제약 산업 전반 위축 '경고'
22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단지에서 제약·바이오 비상대책위원회와 각 기업 노동조합장이 약가 제도 개편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제약업계 노사가 정부의 일방적인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약업계와 관련 노동단체들은 “약가 인하 제도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제약 산업의 발전,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공동 대응을 선언했다.

노연홍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22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단지에서 열린 ‘산업 발전을 위한 비상대책위 제약 현장 간담회’에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외면한 산업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며 “개편안이 원안대로 강행되면 필수 의약품 공급 불안, 일자리 축소 등으로 산업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높은 제네릭 약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제약 업계 신약 개발을 저해하고 있다며, 시장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약가 인하를 통한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재정 절감 중심적 사고가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비대위 측은 “정부의 개편안이 강행될 경우 기등재 의약품 2만1000여개 품목에서 최대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이러한 매출 급감은 국내 제약 산업의 R&D 중단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약가 인하 개편은 이미 최저 수준의 평균 4.8% 이익률로 버티고 있는 기업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 악화가 미래를 위한 투자 중단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비대위 측이 국내 제조시설을 갖춘 59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가 인하 시 연구개발비는 평균 25.3%, 설비투자는 32% 축소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축소율은 52.1%에 달해 제조 기반 자체가 와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노동계 역시 이번 개편안을 ‘사형 선고’에 비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장훈 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 분과 의장은 “과거 정책 실패가 남긴 고용 불안과 임금 정체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제약 산업 노동자의 일자리는 곧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만큼,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사회적 논의 기구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정우 한국제약협동조합 전무는 향남단지의 구체적인 위기 상황을 전했다. 향남단지는 36개 기업과 39개 사업장이 입주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 생산 거점으로 현재 국내 의약품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7조7150억원의 매출을 담당하며 4800여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서 전무는 “제약사 매출이 10%만 줄어도 당장 500명의 종사자가 우리 곁을 떠나야 한다”며 “이는 1500명 가족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비대위의 추정치에 따르면 이번 약가 인하로 제약 산업 매출이 급감할 경우 향남단지를 비롯한 국내 제약 산업 전반이 위축, 약 1만4800명의 일자리가 위협 받게 된다.

이날 비대위는 ‘의약품 생산 최전선에서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일방적인 약가 인하 중단 및 재검토를 촉구했다. 비대위 측은 “산업 전체 종사자 12만명 중 10% 이상의 실직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며, 생산 라인 축소나 폐쇄 등이 잇따를 수 밖에 없다”며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약품과 국산 전문의약품 생산 위축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 정책이 결과적으로 의약품 공급 불안 및 산업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 향후 5개 참여 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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