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판결이 "계엄이 내란된 첫 판결"? <조선> 전두환 판결 잊었나

박성우 2026. 1. 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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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국헌문란의 수단으로 사용된 계엄은 내란죄의 폭동 해당" 판결해

[박성우 기자]

 내란 가담 및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21일 법원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특검의 구형량보다 8년이나 늘어난 선고에 <조선일보>는 "너무 과도한 판결이 아닌지 항소심에서 가려야 한다"면서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6시간 만에 끝났는데 과거 내란과 같은 잣대"... 판결 정면 부정한 <조선>

22일 <조선일보>는 '"계엄은 내란" 첫 판결, 후속 재판서 엄격한 법리 판단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군의 국회 진입으로 국민에게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나 6시간 만에 끝난 계엄을 과거 12·12나 5·18처럼 유혈 사태를 동반한 사건과 같은 잣대로 심판하는 것이 법리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단시간에 종료된 이유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 "신속히 국회에 진입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던 내란의 암울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을 명시하면서 그렇기에 피해가 경미했다는 걸 양형 사유로 깊이 고려할 수 없다는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셈이다.
 이외에도 사설은 "계엄 당시 한 전 총리의 소극적인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계엄 가담으로까지 봐야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한 전 총리가 계엄에 가담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하급자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간 부분에 대해 너무 과도한 판결이 아닌지 항소심에서 가려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과했다고 봤다.
ⓒ <조선일보>
이외에도 사설은 "계엄 당시 한 전 총리의 소극적인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계엄 가담으로까지 봐야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한 전 총리가 계엄에 가담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하급자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간 부분에 대해 너무 과도한 판결이 아닌지 항소심에서 가려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과했다고 봤다.

이외에도 <조선일보>는 지면 6면의 '거침없는 재판? 거친 재판?… 이진관 판사, 유죄 예단 논란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판 과정에서 유죄 심증을 내비쳤다', '재판 진행이 지나치게 거칠었다' 등 이 부장판사를 향한 일부 법조계의 비판을 인용하기도 했다.

계엄을 내란죄로 본 첫 판결? 30년 전에도 "국헌문란 목적의 계엄은 내란" 판결
 당시 대법원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는 형법 제97조 내란죄에서 규정한 폭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두환 측 변호인의 변론에 대해 위 같이 판시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번 판결에 대해 '과도한 판결이었다'라고 평하는 것도, 사법부의 양형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언론의 자유다. 그에 대한 비판은 있을지언정 언론으로서 결격 사유라고까지 보긴 힘들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는 것은 다르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사실에 기반한 글쓰기 아닌가. 그런데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판결이 "계엄을 형법상 내란죄로 본 판결은 처음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단언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은 내란죄로 기소된 전두환에 무기징역형을 확정하면서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에 대해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명백히 밝혔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는 형법 제97조 내란죄에서 규정한 폭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두환 측 변호인의 변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그런데 1980. 5. 17. 당시 시행되고 있던 계엄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면,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므로(제11조, 제12조, 제13조), 비상계엄의 전국확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고 (중략) 따라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의 그와 같은 강압적 효과가 법령과 제도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령이나 제도가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요약하면 계엄 선포는 그 자체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국민에게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는데 그러한 계엄 선포를 국헌문란의 목적을 위해서 한 것이라면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폭력 사용해 반대세력 제거 시도한 윤석열의 계엄, 기존 판례 따라도 당연히 내란
 설령 계엄 선포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적법한 절차를 걸쳤더라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내란죄를 실행한 것이라는 얘기다. 윤석열의 경우 이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비롯해 수많은 증언과 증거들이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폭력을 통해 제거하려는 목적 아래 계엄을 준비하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당시 대법원은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를 두고 이렇게도 판시했다.
위 비상계엄 전국확대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선포함으로써 외형상 적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들에 의하여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하고, 또한 이는 피고인들에 의하여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러한 목적이 없는 대통령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간접정범의 방법으로 내란죄를 실행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설령 계엄 선포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적법한 절차를 걸쳤더라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내란죄를 실행한 것이라는 얘기다. 윤석열의 경우 이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비롯해 수많은 증언과 증거들이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폭력을 통해 제거하려는 목적 아래 계엄을 준비하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결국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국헌문란의 목적 아래 계엄을 선포한 순간 계엄 선포 행위 자체가 내란의 실행이라는 게 이미 30년 전 우리 사법부가 전원합의체로 결정한 사안이다. 그렇기에 '5.17 내란'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5월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 등은 그 내란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참극이지, 유혈사태가 벌어졌기에 내란으로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무시한 채 '계엄을 내란죄로 본 판결은 처음'이라는 가짜뉴스를 전파하며 마치 이번 판결이 예외적인 판결인 것처럼 호도한 <조선일보>를 바라보면, 가짜뉴스를 향해 "이런 거짓말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동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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