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칼럼] 단식의 정치학

2026. 1. 2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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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광운대 교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다소 뜬금없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단식 돌입의 시점이 하필 윤리위에서 한동훈 전(前)대표의 제명을 의결한 직후여서라 그런지, 그 배경과 의도를 놓고 당 안팎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정치인의 단식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 “누군가가 단식하고 누우면, 그에 대해 퇴진론이나 책임론을 이야기하면 나쁜 놈이 되어버린다.” 이준석은 2019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반면, 이런 시각도 있다. “누군가가 극단적인 수단에 의존할 때, 그것은 육신의 고달픔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드러내 보이려는 것이다.” 이건 이 대표가 2026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단식을 보며 한 말이다. 사실 박근혜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의 행보나, 윤석열 탄핵 이후 국민의힘의 행보나 다를 게 없는데,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것을 지난 7년 동안 이 대표의 인격이 무르익은 징표로 해석하고 싶다.

「 장동혁 단식 과연 ‘신의 한 수’일까
보수결집 효과 오래 가진 못할 것
‘중도는 없다’가 구호처럼 됐으나
선거 결과는 중도가 좌지우지

이 단식은 리더십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자기구제일까? 아니면 여당의 폭주를 막기 위한 자기희생일까? 진실은 두 극단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을 게다. 아무튼 당권파들은 이번 단식을 ‘신의 한수’라 자평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의 평가가 맞다. 실제로 단식에 들어가자마자 당의 여러 인사들이 농성장을 방문했고, 한동훈 제명의 파문으로 흔들리던 장 대표의 리더십은 급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단식투쟁의 대상이 설마 자당의 전대표이겠는가. 과연 이번 단식이 민주당을 향해서도 ‘신의 한 수’였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벌써부터 ‘출구전략’ 운운하는 것은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의 재선의원들이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신천지 특검’을 받자고 했단다. 통일교에 신천지를 얹은 특검은 원래 민주당의 요구. 굶는 건 국민의힘 대표인데, 요구는 민주당의 것이 관철되는 이상한 상황이다. 김병기·강선우 공천헌금 특검도 꼬여버렸다. 민주당의 공천헌금 비리를 공격하려 하니, 느닷없이 홍준표가 국민의힘의 공천헌금 관행을 폭로하며 초를 친다. 정작 수사가 들어가면 국민의힘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얘기다. 민주당과 홍준표의 협공에 대여투쟁의 예봉이 꺾여버렸다. 그렇다고 비장하게 시작한 단식을 그만둘 수도 없다. 홍익표 정무수석에게 농성장을 방문해 달라고 읍소하는 대목에서는 처절함마저 느껴진다. 홍 수석이라고 해서 농성장에 들고 갈 게 있는 것도 아니다. 정청래의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뭔가를 양보하는 상황이 상상이 되는가? 결국 장 대표의 단식도 황교안 대표의 그것처럼 소득없이 끝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단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보수결집의 효과는 확실히 나타나고 있으니까. 초재선 의원들, 당의 지자체장들, 과거의 잠룡들, 황교안 전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까지 그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다만 그 효과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한동훈을 제명하겠다는 장동혁 대표의 결심은 확고해 보이기 때문이다. 단식농성을 통해 결집한 에너지는 바로 그 거사를 치르는 데에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벌써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가 제명을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제명 징계가 과하다는 의견이 다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징계가 과하다는 의견들 자체도 많이 뒤집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단식국면이 지나고 제명이 현실화하면 당은 다시 극심한 내분에 빠질 것이다. 그 시점에 되돌아보면 단식을 전후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아니 외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주위에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를 외쳤던 ‘윤어게인’의 철갑을 둘렀다. 안에서 ‘윤과의 단절’을 주장하는 세력은 당 밖으로 쫓아냈다. 결국 극우의 오염도만 더 올라간 셈이다. 이는 전현직 대표 사이의 개인적 갈등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사회환경 및 인구학적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보수층 자체의 균열이 깔려 있다. 문제는 국힘이 이 균열을 극복할 조정의 능력을 잃었다는 것. 국힘의 한 의원이 윤과 단절하자며 이렇게 말했다. “지지자들에게 3개월 동안 욕을 먹자.” 이게 정답이다. 정치적 리더십은 자신을 위해 지지층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당을 위해 그들을 설득하는 능력에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신의 한 수’라 불리는 얄팍한 계산이 아니라, 당이 처한 위기의 근원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극복의 비전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비난을 무릅쓰고 그 비전을 용기있게 추진할 때 얻어지는 것이다.

단식으로 보수는 결집했으나 쇄신의 시계는 멈췄다. ‘당성’(빠르찌노스찌)이라는 소련말이 당의 지도이념이 되고, ‘중도는 없다’가 선거구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선거의 결과는 어차피 세상에 없다는 그 중도가 좌우한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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