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다"는 李… 검찰개혁 밀어붙이고, 집값·환율은 '관리 모드'
보완수사 필요성 일부 인정, 수사·기소 분리 입장 재확인
"환율은 한두 달 뒤 1400원 전후로…안정수단 노력"
개혁은 직진, 시장은 신중… 명확한 답 피한 집값·환율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과 부동산, 고환율 문제를 놓고 국정 운영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저항과 부담을 이유로 개혁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부동산·환율·통상 현안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관리형 접근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의 핵심 키워드는 '대전환'으로 압축된다.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대전환’을 명분으로 한 고강도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법을 둘러싼 검찰개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기소하기 위해 수사하거나 수사를 합리화하기 위해 기소하고, 가짜 증인을 압박해서 유죄를 만들고 이러면 안 된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 이것은 당연한 대원칙"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핵심 쟁점인 검찰을 대체해 신설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예외적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완수사권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전제된다면,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숙의 과정에서 제한적 보완수사권 부여 역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소청 수장의 이름을 '검찰총장'으로 정한 정부안에 관해서는 "헌법에 쓰여있는데 검찰총장을 없애버리면 되느냐"며 "의심이나 미움은 이해하지만 법체계를 어길 수는 없다"고 했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인권 보호와 권리 구제'임을 분명히 하며 "검찰의 권력을 뺏는 것은 목표가 아닌 수단과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안이) 완성된 안이 아니다"라며 "당과 국회, 정부가 국민과 함께 토론하고 그 결과를 전문가들이 검증해서, (검찰청 폐지 시점인) 10월까지는 여유가 있으니 서두르다 체하지 말고 충분히 의논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거듭 강조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제 손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장기보유특별공제 감면 폭을 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는 것은 웬만하면 안 하겠다. 내가 최대한 뒤로 미루려고 한다. 정책 수단은 본래 목표가 있다"며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인데, 이를 다른 정책(집값 잡기)으로 전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으로선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똘똘한 한 채의 보유세와 양도세 과세표준 구간을 한층 세분화하고 누진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부동산 세제 개편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한 셈이다.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지 규제 수단으로 전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인식이지만 집값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경우에는 세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이 밝힌 정책 기조다.
이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오는 5월 9일 일몰을 앞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종료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유예 종료를 통한 매물 유도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도세 기본세율은 양도 소득에 따라 6∼45%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는 20%p, 3주택자는 30%p의 가산세율이 붙는다. 해당 제도는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됐으나,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 9일 출범 직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용을 유예했고 이후 1년 단위로 유예를 연장해 왔다.
세제를 통해 규제를 강화하지는 않겠지만, 감면 축소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집은 필수 공공재에 가까운데 투기적 수단으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투기용으로 또는 투자용으로 오랫동안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깎아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토지거래 허가제라든지 여러 방법이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 필요하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며 다른 방식의 규제를 추가 도입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주택 공급대책에 대해 "곧 국토교통부에서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추상적 수치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하려 한다. 계획 수준이 아니라 인허가, 착공 기준으로 (할 것)"이라고도 했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에 대해 이 대통령이 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을 직접 언급해 구체적인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발굴하고 환율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관련 책임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거라고 예측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당국의 예측을 전하는 형식이었지만,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환율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날 장중 1480원대로 올라섰던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나흘 만에 하락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어서 대한민국 정책만으로 쉽게 원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에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평가절하가 덜된 편”이라고도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달러 수급 불균형 해소를 중심으로 한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내부 환율 전망치나 목표 수준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정 환율 수준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불필요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이 공개 발언을 통해 특정 환율 수준은 물론 시점까지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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