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장보기까지 삼켰다…‘편마트’ 판 키우는 GS25·판 고르는 CU
# “여기가 편의점이야, 마트야.”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단지 편의점을 처음 찾은 손님의 반응이다. 이 편의점 매대에는 채소와 과일, 정육과 수산물이 빼곡하다. 사과는 낱개 대신 묶음으로 진열돼 있고 애호박과 두부, 국거리용 소고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 간식과 컵라면, 즉석식품 중심이던 편의점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성북구 주민 A씨는 “이곳에서 웬만한 장보기는 해결할 수 있다”며 “퇴근길 대형마트에 들를 필요 없이 편의점에서 간단한 반찬거리를 사니 시간이 꽤 절약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편의점 13곳을 운영 중인 김 모 씨는 송파구에 신선식품 특화 매장을 연 뒤 일매출이 700만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일대 편의점 일매출이 100만원 단위로 줄어드는 불경기인데도 신선식품 장보기가 가능한 점포는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이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에 맞춰 신선식품 소용량·소포장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다. 과거 동네 슈퍼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역이던 일상 장보기가 편의점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1·2위 편의점 브랜드인 GS25와 CU가 신선식품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GS25는 ‘신선 강화형 매장(FCS)’을, CU는 ‘장보기 특화점’을 각각 늘리는 중이다. GS25는 매장 수와 상품 구색을 앞세운 확장 전략을 택했고, CU는 상권 적합성과 비용 구조를 중시하는 정밀 전략으로 맞선다.


늦었지만 부지런히 쫓아가는 CU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FCS (Fresh Concept Store)는 일반 매장보다 농축수산식품, 조미료, 두부, 간편식 등 장보기 상품을 300~500종 늘린 점포다. 주택가 상권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FCS 매장은 2024년 말 557곳에서 2025년 말 713곳으로 늘었다.
올해 말 목표는 1100곳이다. 신선식품 품목 수도 같은 기간 1800개에서 2000개로 확대됐다. ‘리얼프라이스’ ‘신선특별시’ 등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계란·과일·쌀·정육 구색을 강화했다.
성과도 뚜렷하다. FCS 매장의 장보기 카테고리 매출은 일반 매장보다 10배 이상 높다. 기존 점포를 FCS로 전환해 전체 매출도 20% 넘게 늘었다. GS25 관계자는 “집 앞 편의점 장보기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며 “1인 가구와 고물가 환경에서 소용량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고 말했다.
CU는 2023년 9월 장보기 특화점을 도입했다. 매장 수는 2024년 말 70여곳에서 2025년 말 110여곳으로 늘었다. 신선식품 품목도 600여종에서 700여종으로 확대됐다. 올해 목표는 500곳이다.
규모와 제품 가짓수는 작지만 가격과 비용 구조에 집중했다. ‘990원·1990원 채소’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양파, 대파, 마늘 등을 1~2인 가구에 맞춰 소포장으로 판매한다. CU는 산지 직점검과 자동화 설비 협업으로 생산성은 30% 높이고 원가는 10% 낮췄다고 설명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소분 비용을 줄이면서 소용량 신선식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원물을 매입한 뒤 소분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컸는데, 자동화 설비를 갖춘 업체와 협업하면서 소용량 신선식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각자 전략은 다르지만 신선식품을 전면에 내세운 효과는 확실했다. GS25의 신선식품 매출은 2023년 23.7%, 2024년 25.6%, 2025년(1~9월 기준) 27.4%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U의 식재료 매출 신장률도 2022년 19.1%, 2023년 24.2%, 2024년 18.3%, 2025년(1~10월 기준) 18.5%로 견조하다. 편의점에서 신선식품이 ‘실험 상품’ 아닌 주력 카테고리로 격상한 셈이다.
1·2인 가구 65% 시대
규제 묶인 SSM vs 자유로운 편의점
편의점 업계가 신선식품 장보기 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인구 구조 변화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2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65%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핵가족이 흔해지면서 소비 단위도 달라졌다.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68만9000원으로 전체 가구의 58.4% 수준이다. 지출 구조 역시 주거·광열·외식 비중이 높고,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상대적으로 낮다. 대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바로 사는’ 소비가 늘었다.
이 지점에서 편의점의 존재감이 커진다. 대한상공회의소의 ‘1인 가구 구매행태 분석’을 보면 유통채널별 구매액 중 편의점 비중은 1인 가구가 6.4%로 다인 가구(1.3%)를 크게 웃돈다. 온라인 역시 1인 가구 비중이 32.3%로 다인 가구(26.5%)보다 높다.
제도 환경도 ‘시간과 접근성’이 무기인 편의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와 SSM 규제는 2029년까지 연장됐다. 출점 제한과 의무 휴업이 유지된다. 반면 편의점은 24시간 영업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지가 강점이다. 이 틈을 신선식품이 파고들었다. 달걀·우유에 그쳤던 구색은 채소·과일·육류·수산까지 넓어졌다. 즉흥 구매는 ‘한 끼 장보기’로 바뀌었다.
신선식품 매장이 가장 많은 GS25의 경우 그룹 시너지도 활용한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슈퍼마켓 브랜드 ‘GS더프레시’도 전개 중인데, GS더프레시를 통해 쌓은 신선식품 조달·물류·운영 노하우를 편의점에 이식한 덕분에 FCS를 확장하기 용이했다. 반대로 GS25에서 검증된 트렌드 상품을 GS더프레시에 적용하는 식의 MD 통합 전략도 병행 중이다.
물론 롯데그룹 세븐일레븐(세븐코리아) 역시 대형마트 계열사 롯데마트를 통해 시너지를 낼 여지가 있다. 다만 세븐일레븐은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따로 두는 것 외에 특화 매장을 따로 운영하진 않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그룹사여도 별도 법인인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다”며 “GS25·GS더프레시의 경우 GS리테일 단일 법인 내 브랜드들인 만큼 판로·수급 원물·채널별 운영 전략을 한 회사 안에서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BGF리테일의 접근법은 조금 다르다. CU는 신선식품 매장을 GS25보다 2년가량 늦게 도입했고, 슈퍼마켓·마트 계열사를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대신 장보기 특화점 입지를 선택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 CU 관계자는 “장보기 특화점은 단순한 점포 수 확대가 목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상권 적합형 모델”이라며 “입지, 주거 형태, 생활 동선, 물류 효율성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소 느린 점포 확장은 의도된 전략이며, 마트 대체 수요가 명확한 상권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 업계는 편의점의 신선식품 공세가 대형마트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면서도, 그간 마트와 동네 슈퍼가 맡아왔던 일부 장보기 수요를 편의점이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이 상권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신선식품을 확대하고 있고 점차 1~2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신선식품은 관리가 까다로운데, 점원 1~2명이 근무하는 편의점 특성상 운영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4호 (2026.01.21~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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