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 확대? 문체부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
[하성태 기자]
극약처방이었거나 또는 사후 약방문이었거나.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7월과 9월 2차에 걸쳐 영화관 입장권 할인 쿠폰을 배포했다. 1차에만 2025년 추가경정예산 약 270억이 투입됐고, 6000원 할인권 450만 장 수준이었다.
출범 직후이던 이재명 정부 문체부가 내건 영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갈렸다. 한쪽에선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관객 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쪽에선 극장 객단가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봉책이 될 거란 전망도 적잖았다.
정부가 세금을 퍼부어 선착순 할인 정책밖에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과는 반대로 선착순 할인 쿠폰은 빠르게 동이 났다. 비싼 티켓 값이 문제의 핵심이란 볼멘소리가 나올 만했다.
결과적으로 미비한 게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토막 난 관객 수는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거두절미하고 숫자 앞자리가 2억에서 1억이 됐다. 국내 극장 관객 수는 2013년 2억명 대를 돌파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1억 대로 주저앉았다. 알 만한 관객들은 이미 다 안다. 급기야 2025년은 1억 600만 명을 살짝 넘겼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약진하는 사이 한국 상업영화들은 맥을 못 췄다. 천만 영화는 언감생심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불 난데 부채질이 아니라 이게 현실이다. 그렇게 2026년을 맞았다.
그러자 문체부가 또 한 번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0일 문체부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시행 중인 '문화가 있는 날'을 매주 수요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내용이 포함된 '문화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이를 통해 평일 멀티플렉스 티켓 값은 매주 수요일 7천 원까지 인하될 전망이다.
이 정책은 영화 개봉일도 바꿔놨다. 수요일에 관객이 몰리면서 2014년 이후 대형 배급사 작품들은 자연스레 수요일 개봉으로 이동해 갔다. 그리고 10년이 지났고 극장 지형이 완전히 변했다. 그렇다면 '문화가 있는 날' 확대는 득이 될까 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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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영화 예매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
| ⓒ 연합뉴스 |
티켓 값은 수년째 인하될 동안 극장 서비스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팝콘과 콜라, 광고비가 먹여 살리는 형국이지만 달라진 건 크게 없어 보인다. 문화가 있는 날도 마찬가지. 언론 보도는 '극장 7천원'에 집중됐지만 타 업계도 수혜를 입는다.
야구장도, 고궁도, 공연장도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안 그래도 두 시간 동안 갇혀있어야 하는 극장보다 야외 활동을 반기는 시대다. 전통적인 관객층이 변화를 맞으며 이제 극장은 OTT 구독료와 싸우고, 유튜브 몰아보기와 경쟁하며, 공연장과 전시장, 야구장과 고궁과도 본격 대결 중이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가 선제적으로 나선 셈이 됐다. 우선 반길 만 한 일이다. 대통령이, 국무총리가, 현 정부가 K-컬처의 중요성과 지원을 부르짖는 와중에 영화계만, 극장만 울상이다. 그래서 문체부가 또 칼을 뺐다. 무라도 베는 심정으로 그 어떤 미봉책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현실이 맞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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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만약에 우리> 장면 |
| ⓒ ㈜쇼박스 |
20일 기준 19만6천여명.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이 지난해 10월 말 개봉해 3개월 동안 동원한 관객 수다. 일정 정도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열리면서 가능한 수치인 건 맞다. 분명한 것은 희망의 불씨를 피워 올리는 공간도, 새롭고도 단단한 완성도로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들이는 작품들도 기존 상업영화들이나 멀티플렉스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북미에서 5주째 1위를 수성 중인 <아바타: 불의 재>를 뛰어넘고서 160만을 돌파한 <만약에 우리>의 성공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나 지금이나 극장의 주 관객층은 2030 세대였다. 스크린 독과점을 등에 업은 낡은 흥행 공식을 답습할 수 없다는 교훈.
무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영화의 하향평준화가 지적돼 왔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다. <세계의 주인>부터 해를 넘겨 <만약에 우리>까지 어떤 화두로 극장을 찾을 용의가 있는 관객들을 유혹할까가 관건 아니겠는가.
그런 목소리들에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실린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문화가 있는 날 확대도 결국 그런 노력의 연장선이 돼야 한다. 망가진 산업을 단기가 되살릴 마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돈도, 당장 선보일 작품들도 턱없이 부족하다.
절치부심 티켓 값도 고민하고, 객단가도 현실화하며, 등 돌릴 관객들을 돌아 세울 완성도를 바닥부터 고민할 때다. 이를 뒷받침할 새 정부의 고민 역시 더 깊어지는 2026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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