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훔치기, 아내 폭행은 돼도 약쟁이는 안 된다? 2026 명예의 전당 결과가 주는 메시지

배지헌 기자 2026. 1. 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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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벨트란과 앤드류 존스가 21일(한국 시간) 미국야구 명예의 전당(HOF) 입성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명예'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벨트란은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사인 훔치기'의 몸통이었고, 존스는 아내를 폭행해 체포된 전력이 있다.

벨트란의 입성으로 호세 알투베나 카를로스 코레아 등 '사인 훔치기 세대'의 명예의 전당 행로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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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훔치기·가정폭력 선수는 입성
-PED 선수는 10년째 번번이 탈락
-MLB가 그은 '용서의 기준선'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약물 스캔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사진=넷플릭스)

[더게이트]

카를로스 벨트란과 앤드류 존스가 21일(한국 시간) 미국야구 명예의 전당(HOF) 입성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명예'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벨트란은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사인 훔치기'의 몸통이었고, 존스는 아내를 폭행해 체포된 전력이 있다.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 반면 통산 555홈런의 매니 라미레스와 696홈런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올해도 고배를 마셨다. 금지약물이라는 '주홍글씨'가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2026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는 메이저리그가 그은 '용서의 기준선'이 어디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카를로스 벨트란(사진=SNY)

사인 훔치기와 가정폭력은 시간이 약?

벨트란은 네 번째 도전 만에 84.2%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절 조직적인 사인 훔치기를 주도한 전력 탓에 첫 투표 당시 46.5%에 그쳤던 지지율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투표인단은 벨트란이 뉴욕 메츠 감독직을 내려놓으며 이미 대가를 치렀고, 이후 사회 공헌 활동에 매진한 점을 참작했다. "현역 시절의 업적을 은퇴 후 징계로 깎아내릴 수 없다"는 논리도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존스의 사례도 흥미롭다. 2012년 가정폭력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첫 투표에서 겨우 7.3%를 받으며 퇴출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9년에 걸친 도전 끝에 78.4%를 기록하며 문턱을 넘었다. 투표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생활 문제보다 '역대 최고 중견수 수비'라는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 경기장 안에서의 탁월함을 가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약물 사용자들에게 명예의 전당 문은 철옹성 같았다. 라미레스는 10번째 마지막 기회에서 38.8%에 머물며 영구 탈락했다. 로드리게스 역시 40%의 낮은 지지율로 정체 중이다. 이들의 기록은 벨트란이나 존스보다 우월하지만, 투표인단은 '약물'을 야구의 근간을 흔드는 절대악으로 규정했다.

투표권을 가진 켄 로젠탈 '디 애슬레틱' 선임기자는 "메이저리그가 약물 규정과 처벌을 명확히 수립한 뒤에도 이를 어긴 선수들은 내 투표지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사인 훔치기나 가정폭력은 '인격과 스포츠맨십'의 영역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금지약물 복용은 명시된 규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범죄 행위라는 시각이다. 
앤드류 존스(사진=MLB.com)

이중 잣대인가, 합리적 구분인가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인 훔치기 역시 리그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이며, 가정폭력 또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 투표자들은 '야구 내부적 규칙 위반'과 '개인적 일탈'을 구분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는 향후 투표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벨트란의 입성으로 호세 알투베나 카를로스 코레아 등 '사인 훔치기 세대'의 명예의 전당 행로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반면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뒀어도 약물 전력이 있는 선수들은 영구히 전설의 반열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6년 명예의 전당이 던진 메시지는 서늘할 만큼 명확하다. "실수는 잊힐 수 있어도, 약빨은 영원히 남는다." 야구의 신들이 모인다는 쿠퍼스타운이 허락한 용서의 한계점은 딱 여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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