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전업자녀

김찬희 2026. 1. 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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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21.3%를 찍던 2023년 6월쯤 중국 소셜미디어에 란웨이와(爛尾娃), 취안즈얼뉘(全職兒女)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미완공 건물(란웨이러우·爛尾樓)처럼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거나 부모 연금 등에 의지하는 미완성 청년이 '란웨이와', 부모 집에 머물면서 가사노동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청년이 '취안즈얼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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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희 논설위원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21.3%를 찍던 2023년 6월쯤 중국 소셜미디어에 란웨이와(爛尾娃), 취안즈얼뉘(全職兒女)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미완공 건물(란웨이러우·爛尾樓)처럼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거나 부모 연금 등에 의지하는 미완성 청년이 ‘란웨이와’, 부모 집에 머물면서 가사노동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청년이 ‘취안즈얼뉘’다. 신세 한탄을 진하게 담은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소셜미디어에서도 비슷한 뜻을 지닌 ‘전업자녀’가 등장했다. 청소, 빨래, 식사 준비 등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사노동 중간에 이력서 작성 같은 취업준비를 하는 모습도 섞여 있다. ‘홈 프로텍터’ ‘자택 경비원’으로 부르기도 하는 전업자녀는 가사노동·서비스 제공 대가로 용돈·월급 등을 받으니 엄밀하게 보면 백수(비경제활동인구)는 아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어 취업준비생 혹은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볼 수도 있다.

전업자녀와 결은 다르지만, 최근 들어 ‘쉬었음’ 인구가 크게 늘었다. 쉬었음은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세부적으로 쉬었음, 취업준비, 육아, 가사, 통학, 연로, 질병·장애, 기타로 나뉜다. 지난해에 쉬었음 인구는 255만5000명(전년 대비 8만8000명 증가)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청년층(만 15~29세)이 42만8000명, 30대가 30만9000명에 이르렀다. 쉬었음 인구는 노동시장에 흡수되지 않은 인력이다. 일할 가능성·의사가 낮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했다고 본다. 그래서 쉬었음이 늘었다는 건 위기 신호로 읽힌다.

전업자녀 등장과 쉬었음 증가는 청년층의 취업 지연으로도 연결된다. 한국은행은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애 전반의 고용 안정성, 소득이 낮아진다고 진단했다. 파편 같은 흐름은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경제구조를 형성한다. 그리고, 청년 문제는 청년세대로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선순환 고리가 깨지면, 사회·경제 생태계는 뒤틀릴 수밖에 없다.

김찬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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