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옮기기’로 1열 판다더니”… 판치는 대리티케팅 사기

이찬희 2026. 1. 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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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표 매크로로 선점 후 편법 양도
티켓값 20만원 보냈는데 “더 내라”
좌석 중복 양도해 공연 못 보기도
연합뉴스TV 제공


인기 내한 뮤지컬 티켓을 구하던 20대 박모씨는 지난 14일 엑스(옛 트위터)에서 대리티케팅 계정을 발견했다. 무대 1열 좌석을 확보하고 있다는 판매자의 말에 박씨는 이른바 ‘아옮’(아이디 옮기기) 방식으로 티켓을 받기로 하고 20여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판매자는 “입금자명 형식이 맞지 않아 결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최근 단속이 강화돼 입금자명 오류가 있으면 문제가 된다”며 추가 송금을 요구했다.

박씨는 기존 송금액을 먼저 환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판매자는 추가 송금을 먼저 해야 한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박씨는 “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들어가서야 이런 방식으로 티켓값을 두 번 뜯어내는 수법이 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최근 박씨에게서 진정서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2024년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예매가 치열한 공연 티켓 시장에서는 ‘아옮’ ‘직링’(직통 링크) 등 수법의 대리티케팅 거래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거래의 폐쇄성을 악용해 2차 송금을 유도하는 사기 등 ‘대리티케팅 피싱’도 늘고 있다.

아옮은 업자가 매크로 등으로 선점한 좌석을 취소와 동시에 다른 계정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직링은 대기 화면을 거치지 않고 예매창으로 바로 진입하는 식의 대리티케팅을 의미한다. 취재진이 엑스를 통해 연락한 대리티케팅 A업자는 “인기 공연의 경우 공연비에 더해 최대 25만원의 수고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으로 의뢰를 받는다는 B업자는 ‘보유한 카톡 친구 수가 3만여명이다. 성공률도 97%’라고 홍보했다.

이러한 대리티케팅은 사기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국민생각함 설문조사에서 암표 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한 730명 중 373명(51%)은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유형은 티켓값 입금 후 양도를 받지 못한 경우나 공연 취소 후 환불을 받지 못한 경우 등이었다. 최근 대리티케팅 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100여명이 모인 한 단체 대화방에서는 사기 계정을 모으며 고소를 준비 중이다.

처벌 강화 논의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부정 판매자에게 판매 금액의 50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암표 근절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암표 거래 근절 방안과 관련해 “처벌보다 과징금의 효과가 훨씬 크다”며 “과징금을 세게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예매 플랫폼들은 이상 탐지와 비정상 접근 차단 등 기술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대리티케팅 후 좌석 중복 양도가 확인돼 공연을 보지 못한 피해사례 등이 접수되곤 한다”면서도 “나날이 교묘해지는 편법이나 매크로가 아닌 부정 예매는 잡아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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