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호텔방이 동날 지경... 트럼프에 겁먹을 필요 없다

최경영 2026. 1. 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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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영의 돈과 시간 이야기] 트럼프가 겁먹는 것 3가지

[최경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가 겁먹는 것 1.

지난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오늘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무역흑자국들로부터 해방된 날이라는 뜻이었죠. 그달 4월 5일부터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즉시 부과하고, 중국 등에는 징벌적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발표 직후 시장은 공포에 질렸지요.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다시 말해 시장 금리가 급등한 것이죠. 그건 미국 매도(Sell U.S.A)의 공포였고 미국의 S&P는 순식간에 10% 넘게 급락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가 반응했지요. 어. 이거 아니네. 트럼프가 물러섰습니다. 관세 부과 시점을 90일 유예하고, 협상하겠다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지요. 시장의 발작적 반응에 겁을 먹은 겁니다. 트럼프의 새 별명이 생겨난 때가 이때부터입니다. '트럼프는 시장이 망가지면 늘 겁먹고 물러선다'는 뜻의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ed Out)라는 단어가 전 세계적으로 설득력을 얻게 됐지요.

트럼프가 겁먹는 것 2.
 미국 오리건주 보드맨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 데이터 센터
ⓒ AP/연합뉴스
일주일쯤 전일 겁니다. 미국의 우파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미국의 전력 문제에 관한 장문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America's Biggest Power Grid Operator Has an AI Problem—Too Many Data Centers(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업체가 AI문제에 직면했다 —데이터 센터가 너무 많다)>

인공지능 AI 붐으로 데이터센터를 곳곳에 짓다 보니 거기에 들어가는 엄청난 전력망을 감당하지 못해서 미국의 민간 전력 회사들이 전기료를 급격하게 올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의 최대 전력망 운영업체의 최대 골칫거리는 AI(인공지능) 붐이라는 것이지요.

폭등한 전기료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만인데,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AI 관련 기업들은 자체 100% 전력 공급시설을 구축할 계획은 없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2030년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 수십 년과는 다른 폭발적 전력 수요 증가의 원인은 데이터센터의 증설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경제정책 방향성의 모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성장률도,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도 원합니다. 그런데 AI 투자를 하면 할 수록 소비자가 내는 전기료는 올라갑니다. 데이터센터와 해외 여러 나라를 협박하듯 해서 유치한 각종 공장의 건설 붐이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인건비, 자재비가 급등합니다. 게다가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이민자들까지 많이 내쫓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은 폭발적으로 높이고, 인플레이션은 강압적으로 누른다? 이 가랑이가 찢어지는 모순을 트럼프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선 어느 순간 트럼프는 자신의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 선택은 성장일까요? 아니면 인플레이션 억제일까요? 트럼프가 겁먹는 건 늘 인플레이션이 될 겁니다. 미국의 유권자가 가장 싫어하는 건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지요.

트럼프가 겁먹는 것 3.
 영국 <이코노미스트> 트럼프 지지율 추적 페이지 캡처
ⓒ 영국 이코노미스트 캡처
트럼프가 겁먹는 것은 주식시장의 발작적 반응이고, 트럼프가 겁먹는 것은 시장 물가입니다. 둘 다 미국 유권자들이 숫자로, 체감물가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이지요.

결국 '트황상'으로 칭해지는 트럼프도 지지율을 신경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재임 1년 만에 순지지율이 -16%p를 기록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1월 20일 기준입니다. 순지지율이란 트럼프 긍정 56%에서 트럼프 부정 40%를 뺀 수치입니다.

순지지율이 플러스라는 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마이너스라는 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국민 여론을 딱 하나의 숫자로 직관적으로 볼 수 있지요.

이래서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미국의 우파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여론조사(여기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긍정여론은 45%, 부정여론은 54%)에서도 트럼프의 경제, 관세, 인플레이션 대책, 건강보험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긍정적인 여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세도 경제, 인플레이션 대책도 경제, 건강보험정책도 큰 의미의 경제라고 본다면, 경제 대통령을 자임했던 트럼프의 경제 정책도 '꽝'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국민들이 많다는 뜻이지요.

특히 관세에 대해서도 불만인 국민들이 더 다수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합니다. 트럼프 정부가 물가 잡혔다고 아무리 통계를 내밀어본들 믿는 미국인들이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미국인들도 관세때문에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장관 한 사람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 안 지으면 100% 관세 물릴 것이라고 TV에 나와 떠들어도 우리는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급한 건 인플레이션도 제대로 못 잡고, 시장 불안을 조성하고, 지지율은 낮은데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입니다. 이럴 때는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눈 크게 뜨고 노려만 봅시다.

공식적으로 뭔가 제안을 하면 민관이 지혜를 모아 이성적으로 협상하면 됩니다.

반도체에 관세 100%를 때리면 반도체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미국의 거대기업들이 먼저 당합니다.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겁니다.

지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를 공급하는 공급자들이 키를 쥐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날라온 반도체 수요자들때문에 판교의 호텔 방들이 동이 날 지경이랍니다. 공급이 부족한 반도체에 관세 때리면 다 가격으로 전이됩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입니다. 안 그래도 컴퓨터, 휴대폰 등 반도체가 들어간 공산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관세 때문에 물가가 더 상승하면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트럼프의 지지율은 더 꺾일 겁니다.

반도체에 100% 관세를 때린다고요? 예. 그럼 때려보세요. 우리가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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