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생님이 때렸냐" 묻자 끄덕…'인천 도가니' 폭행·입막음 정황도

변민철 2026. 1.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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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입소자 전원을 시설장이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시설장 외 다른 직원들이 장애인을 폭행하는 등 학대한 정황이 추가로 나타났다. 또한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직원들이 입소자들을 압박하며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시설장의 성폭행 혐의뿐 아니라 종사자들의 장애인 학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전경. 변민철 기자


19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는 조사에 참여한 장애인이 시설장 A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봤다는 진술과 더불어 시설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조사에는 지난해 9월 기준 입소자 17명 전원과 퇴소자 2명 등 총 19명의 여성장애인이 참여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작성됐지만, 조사를 의뢰한 강화군이 내용을 비공개하며 성폭행과 학대 피해 사실 등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조사에 참여한 40대 장애인은 “B선생님께 맞은 적이 있다”며 “가슴과 얼굴을 발로 밟았다”고 진술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한 50대 장애인은 ‘나쁜 사람 찾기 놀이’에서 한 종사자를 지목하고, “이 사람이 때렸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의사 표현이 가능한 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을 대신해 “팔을 돌려서 꼬집거나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거나 “여자 선생님한테 맞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또 “C선생님이 ‘○○님(시설 관계자 중 한명으로 추정)은 시설장님 일가이니 자기한테만 (피해 사실을) 말하라’고 했다”는 피해자 진술도 담겼다. 시설 내부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성폭행 등 학대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인단체와 성폭력상담소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처음 A씨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시설 관계자들의 범행 가담과 조직적 은폐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입소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이 장기간 이어진 성폭행이나 학대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는 것이다.

2008년 인천 강화군의 한 작은 마을에 들어선 이 시설엔 지난해 9월까지 남녀 장애인 33명(무연고 22명)이 거주했다. 당시 이들을 돌본 직원은 26명으로 사회복지사와 조리원, 간호인력 등이 근무했다. 공대위는 색동원이 민가가 적은 외진 곳에 있는데다 가족 등 찾아오는 외부인이 적어 입소자들이 직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이에 따라 학대를 당해도 직원들이 아닌 외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만한 창구도 마땅히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내용 토대로 수사"


지난해 3월 관련 신고를 처음 접수한 서울경찰청은 우선 입소자 중 4명을 성폭행 피해자로 특정하고,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입소자들의 성폭행 피해와 장애인복지법 위반 내용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해당 사건에 대한 중앙일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신속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진실 규명과 피해구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통이 불편한 피해 장애인들이 몸짓과 손짓으로 증언한 진실을 외면하거나 묻히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밝혔다.

19일 본지 기사를 공유한 김민석 국무총리의 SNS 게시물. [사진 김민석 국무총리 페이스북 캡처]


공대위도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시설이라는 폐쇄적 구조 속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권력형 범죄’이자, 관리·감독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제도적 학대’의 결과"라며 “여성거주인 전원이 고통받는 동안 색동원의 직원들은 모두가 철저히 침묵하며 방조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인천시와 강화군은 ‘인천판 도가니’의 공범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지, 늦더라도 정의를 바로잡는 결단을 할 것인지 지금 선택해야 한다”며 “인천시와 강화군, 보건복지부는 시설을 즉각 폐쇄하고 남성 거주인에 대한 심층 조사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할 지자체인 강화군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에서 성폭행이 확인돼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 그 즉시 해당 시설에 대한 폐쇄조치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남성의 경우도 즉시 2차 심층 조사를 통해 학대 정황이 확인되면 신고 및 전원조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민철 기자 byun.mi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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