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더뎌진 취업, 늘어난 주거비… 청년 삶이 팍팍하다

우리나라 청년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리는 데 평균 1년 10개월이 걸린다. 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날로 커지고 있다. 생애 전환기를 맞는 청년 시절의 소득, 고용안정성, 자산 형성 가능성 모두 어느 시대보다 불안정한 상황이다. 사회에 첫발을 딛는 것부터 난관에 직면하는 청년 삶의 구조가 고착화하면 2000년대 초반 심각한 취업난을 겪었던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와 같은 길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의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걸린 국내 청년 비중은 31.3%였다. 청년 10명 중 3명은 1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20년 전인 2004년(24.1%)보다 약 30% 많아진 수치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기조와 수시 채용 확대 여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둔화 흐름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고용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청년층 고용률은 2000년 43.4%에서 2024년 46.1%로 올랐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8.1%에서 5.9%로 하락했다. 하지만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선 이런 지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2004~2013년 입사한 청년들이 첫 취업에 들인 시간은 평균 18개월이었다. 이후 10년(2014~2023년) 동안엔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22개월이 소요됐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는 청년 비율도 같은 기간 17.9%에서 10.4%로 하락했다. 높아진 취업문에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은 2003년 22만7000명에서 2024년 42만2000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길어진 구직기간은 청년의 임금과 고용 형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은 조사 결과 취업까지 걸린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청년이 받는 실질임금은 6.7% 감소했다.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이 66.1%였지만, 3년으로 늘어나면 56.2%로 뚝 떨어졌다.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생애 전반에 걸친 ‘상흔 효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상흔 효과는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더 어려워지고, 임금 수준도 불리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재호 한은 거시분석팀 차장은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사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년층이 된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는 여전히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 청년들도 향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젊은층 주거의 질 또한 하락하는 추세다. 학업과 취업을 계기로 독립하는 청년 대부분은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 주거비 지출 비중은 2010년 14.5%에서 2024년 17.8%로 많아졌다. 이에 따라 고시원 등 취약 거처를 이용하는 청년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뛰었다. 최소 주거기준(14㎡)에도 못 미치는 주거 비중 역시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커졌다.
치솟는 주거비는 고용 지연과 마찬가지로 청년이 인생 계획을 짜는 데 악재가 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총자산은 0.04% 감소했다. 주거비 지출 비중이 1% 포인트 상승하면 교육비 비중은 0.18% 포인트 하락했다. 주거비 부담 증가는 성공을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이른바 인적 자본 축적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와 소형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 수급 불균형은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차장은 “청년세대의 고용과 주거 문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거시경제적 리스크”라며 “금융지원 같은 단기적 방안보단 노동과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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