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논설위원이 간다] “이름값 못 했다”…자유·공화와 민생 연결해야 성공

김승현 2026. 1. 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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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수민 TF 단장 - 국민의힘 당명 개정 성공 방정식은


김승현 논설위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의 시 ‘꽃’의 도입부는 지금 제1야당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이름이 불리는 것은 존재와 정체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중도층 유권자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약해진 존재감이 여론조사의 20%대 지지율 정체로 나타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갈등은 마음 떠난 유권자에겐 의미 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은 사과하면서도 그와 절연하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도 중도층의 호명(呼名)을 불편하게 한다.

「 36년간 보수정당 이름 7번 바뀌어…설 전 새 이름 탄생
“생존 위한 정체성 재정립…이전보다 작업 난도 높아”
실용과 확장 위해선 기성세대의 품격 있는 양보 필요
자유·공화 내세우려면 실체적 기능으로 청년 설득해야

국민의힘 당명 개정을 위한 TF의 단장을 맡은 김수민 전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국민의힘이 꺼낸 카드가 당명 개정이다. 지난 7일 장 대표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공식화했고, 당원 투표에서 68%의 찬성 의견이 나왔다. 2020년 9월부터 사용된 정통 보수 정당의 당명이 5년여 만에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승부수이지만, 당 안팎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이름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비판이 많다.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 승부수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당명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단장을 맡은 김수민(40) 전 의원(충북 청주 청원 당협위원장)과, 국민의힘 이전의 당명 개정에 관여한 브랜드 전문가의 생각을 들어봤다.

조직 생존 결정짓는 재설계
김수민 단장을 지난 16일 국회 본청 국민의힘 회의실에서 만났다. 새로운 보직을 맡자마자 한 전 대표 제명과 장 대표의 단식 등 갈등 현안이 불거져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5년여 전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2020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아 ‘탈이념’을 표방한 당시의 새 당명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김 단장은 숙명여대에서 시각영상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동아리 ‘브랜드호텔’을 벤처기업으로 일궈 대표를 지내면서 ‘허니버터칩’ ‘노브랜드’ 등을 히트시킨 브랜드 전문가다. 2016년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을 맡으면서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의원이 됐고 2020년 미래통합당 후보로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충북도 정무부지사, 김종인·정진석·한동훈 비대위 때 홍보본부장을 지냈다. 자신이 만든 이름을 폐기하는 작업을 이끄는 얄궂은 운명에 처한 김 단장은 “속상하다”는 심경을 밝히면서도 “당의 생존을 위한 지도부의 결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Q : 당명 개정은 어떤 일인가.
A : “세련된 이름을 만들어 알맹이를 포장하는 가벼운 작업으로 오해하는 분이 많지만, 이름을 바꾸는 것은 매우 무게감 있는 일이다. 이름은 그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고 디자인은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당명 개정은 조직의 생존을 결정짓는 전략적 재설계 작업이다.”

Q : 본인이 만든 이름을 폐기하는 상황인데.
A : “속상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당초 국민의힘을 만들었을 때의 의지에서 휘발된 부분들이 생겼고 여러 어려움을 헤쳐나가려면 당명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도부가 판단한 것 같다. 당원 투표에서도 68%가 찬성을 했다. 내가 만든 이름을 내 손으로 버린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는 통렬한 자기반성에서 나온 결정으로 믿고 있다.”

Q : 반성하려면 이름을 꼭 바꿔야 하나.
A : “쇄신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당명 개정으로 이루어 내려는 것 같다. 저 스스로는 이번 미션을 ‘생존을 위한 정체성 재정립’으로 이해한다.”
자유와 공화 넣느냐가 쟁점

Q : 개명의 핵심 쟁점은.
A : “자유와 공화를 넣느냐, 안 넣느냐로 귀결될 거로 예상한다. 보수 정당의 철학과 고유의 자산을 탄탄하게 가져가는 이름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과의 정서적 커넥션을 강화하는 방식의 이름이 될 것인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 같다. 이름 자체가 비전, 전략, 전술, 우리의 정체성이 된다. 왜 국민에게 외면받는 정당이 되었는가를 명쾌하게 정리해야 한다. 현재 보수의 치명적 단점은 자유라는 가치가 민생과 연결되지 않고, 공화라는 가치가 실용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자유와 공화라는 가치를 민생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그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거기에 성패가 달렸다.”

Q : 어떤 격론을 예상하나.
A : “실용과 확장이 우리의 방향성이 된다면, 기성세대의 품격 있는 양보의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유와 공화를 네이밍에 넣을 때는 청년들에게 이 가치들이 박제된 이념이 아니라 본인들의 미래에 실체적으로 기능한다는 걸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가벼운 작업이 아니다. 스트레스 받아서 잠이 안 온다. (웃음)”

Q :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A : “일정이 매우 빠듯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등록이 필요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시도지사 예비 후보 등록이 2월 3일부터라서 먼저 등록하는 분들은 일단 국민의힘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설 연휴 전에 새로운 당명으로 소통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Q : 당의 색깔이 바뀔 수도 있나.
A : “색깔이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상징의 역할은 크지만, 당명의 이미지를 좋거나 나쁘게 인지시키는 데 큰 기능을 하지 않는다. 현장 반응을 면밀히 봐야 할 것 같다. 선거 목전에 색깔을 바꾸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점도 고려될 것이다. 바뀔 수도, 안 바뀔 수도 있다.”

Q : 이전 당명 개정과 차이점은.
A : “국민의힘을 만들 때는 우리가 가지지 못했던 것을 보완하는 리뉴얼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이 곳(당)에 사는 게 맞는지, 대대로 계속해서 살 것인지와 같은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난도가 훨씬 높은 작업이다.”

Q : 이름은 잘못이 없는 것 아닌가.
A : “동의한다. 당명은 선언 같은 것이고, 그다음은 증명의 영역이다. 이번 당명 개정은 국민의힘이라는 당명과 일치되지 못했던 자기 기만적 행위를 반성하고 앞으로는 새로운 당명에 맞는 내용물을 함께 가져가겠다는, 이름과 실제 행위의 간극을 메꾸는 자기 구속적 약속으로서 기능하기를 바란다. 이름이 바뀌면 당의 인적 구성, 정책의 우선순위 등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30에게 기회 주는 정당 돼야

Q : TF는 어떻게 구성했나.
A : “단원들은 전부 2030 세대인 33명으로 구성했다. 모두 당적이 있고 기획과 마케팅, 컨설팅, 홍보 등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당 안팎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애국심 강한 분들이어서 매우 적극적이다. 온·오프라인으로 회의를 이어가게 된다.”

Q : 2030으로 구성한 이유는.
A : “진보는 지속적으로 실용이라는 어젠다를 선점하면서 중도로의 확장을 리드하는데, 국민의힘은 미래 세대를 위한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30에 효능감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정당으로 다시금 태어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잃어버렸던 청년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 도전과 위기의 순간엔 왜 이름을 바꾸려 할까.
A : “이름을 바꾸는 행위가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게 아니라 생각과 관점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위기 때마다 당명을 바꾸는 게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바꾼다는 것이 나쁘게만 해석될 것은 아니고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유연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보면 아주 부지런한 일이다.”

Q : 당의 갈등 상황을 TF 단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나.
A : “조금 무겁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름보다 콘텐트가 더 바뀌어야
당명 개정에 성공의 공식이 있을까. 보수 정당이 1990년 3당 합당 이래 7번, 이번에 바꾸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8번 당명을 바꾸는 상황인데 딱히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36년간 민주자유당(1990)→신한국당(1995)→한나라당(1997)→새누리당(2012)→자유한국당(2017)→미래통합당(2020년)→국민의힘(2020)으로 변천했다.

국민의힘 이전의 당명 개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 전문가는 “이름만 바꿔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전제로 기자와 만난 그는 “당명은 콘텐트를 대신해서 얘기해 주는 것”이라며 “콘텐트는 그대로인데 당명이 바뀐다고 해서 국민이 변화로 인식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가 ‘이기는 변화’를 슬로건으로 얘기하던데, 그때의 ‘변화’는 ‘상전벽해’라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가 유권자에게 충격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지지를 얻으려면 당의 장애물, 걸림돌이 무엇인지부터 냉철하게 평가하고 도려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 계파 갈등, 장 대표 자신 등 어떤 것도 변화의 장애물로 판단되면 과감히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수십 년 브랜드를 다뤄온 그는 “정들면 이름”이라는 평범한 언어로 당명 개정의 성공 공식을 짚었다. 당명을 바꾼 이후 이름에 좋은 기운이나 이미지가 계속 심어져야 하고, 유권자와 정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당명 개정 뒤에도 계속 티격태격하면 유권자와 정들지 못하고 당명도 오래 생존하지 못한다”고 했다. 당명 하나가 5년을 넘기기 힘든 한국 보수 정치의 위기 상황에서 유권자에게 잊혀지지 않는 이름은 탄생할 수 있을까.

김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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