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당신은 기자가 아니다”라는 백악관 대변인의 낙인

지난해 27세의 나이에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된 캐럴라인 레빗. 2024년 대선 레이스 때 만삭의 몸으로 도널드 트럼프 재선 캠프에서 일했고, 첫아들 출산 이틀째인 그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후보 총격 미수 사건이 터지자 다음날 곧바로 캠프에 복귀하는 열정을 보여 트럼프 눈에 띄었다고 한다. 똑 부러진 업무 처리에 메시지 관리 능력, 군더더기 없는 화술은 역사상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으로 발탁된 이유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15일 브리핑 도중 언론과의 설전 과정에서 나온 격정적 언사는 귀를 의심케 했다. 미네소타에서 한 30대 여성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을 두고 한 기자가 ICE 단속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느냐고 묻자 레빗 대변인은 질문에 답하는 대신 질문한 사람을 공격했다. “좌파적 견해를 가진 편향된 기자”, “당신은 기자가 아니다. 기자인 척하지만 좌파 활동가”라고 낙인을 찍었다.
![지난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진행 중인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 [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0/joongang/20260120001639331uotw.jpg)
이날 브리핑에서 벌어진 또 다른 장면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로이터 인터뷰에서 11월 중간선거를 두고 “생각해보면 선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데 대해 한 기자가 진의를 물었다. 레빗 대변인은 “우리가 너무 잘하고 있으니 (선거를 건너뛰고) 계속 가도 되지 않느냐는 단순한 농담이었다”며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선거 취소’를 재미있는 농담으로 생각한다는 말인가”라는 후속 질문에 다시 발끈하고 말았다. “나는 인터뷰 자리에 있었지만 당신은 있었나? 당신 같은 사람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런 식으로 묻는다”고 면박을 줬다.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와 주류 언론의 갈등은 이미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거는 이민정책 등을 문제 삼는다는 이유로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됐고,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의 적” 등으로 매도되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과 미성년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에 관해 질문을 한 여기자에게 “조용히 해, 돼지야”라고 폭언을 퍼붓는 일도 있었다.
질문의 내용이 아니라 질문자의 정치적 성향을 걸고넘어지고 언론의 문제 제기를 특정 정파의 공격으로 낙인찍는 순간 권력의 감시자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은 길을 잃게 된다. 가장 불편한 질문들이 오가며 권력을 날카롭게 검증하는 곳이어야 할 백악관 브리핑룸이 사상 검증의 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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