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한파엔 과일나무 보호 위해 전용 수성페인트 뿌려줍니다

이번 주 예고된 한파는 다년생 과일나무의 가장 큰 적이다. 2021년 1월에 발생한 영하 15도 이하 한파는 전국적으로 축구장 1018개 규모인 727㏊의 과수농가에에 냉해(冷害)를 입혔다. 때문에 농업인들은 겨울이면 과일나무 줄기 단면에 흰색 수성페인트를 바르고는 한다. 냉해 피해 방지를 위한 보온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대부분은 시판되는 범용성 제품이 쓰인다. 식물에 미치는 유해성이 없다고 보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이듬해 수확률 걱정이 앞서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그나마도 과일나무를 위한 제품이 아니다 보니 효율이 낮다. 나무가 자라면서 맨 껍질이 보여 냉해에 노출되고, 보온 효과도 떨어져서 반복해서 바르는 일이 다반사다. 농촌진흥청과 KCC는 최근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과일나무 전용 수성페인트를 개발했다. 보온 효율도 높였지만 무엇보다도 물체의 늘어나는 탄성을 뜻하는 ‘신장률’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0~5%인 기존 수성페인트와 달리 신장률이 120%에 달한다. 즉 한 번 바르면 과일나무가 자라나도 칠이 벗겨질 가능성이 작다. 그만큼 수성페인트에 있을지도 모를 유해성에 노출될 가능성도 줄어든다.
기술이 농업 현장을 바꾸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재배 면적을 늘린 밀의 부산물 ‘밀짚’이 문제가 됐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3736㏊였던 국내 밀 재배 면적은 최신 집계치인 2024년 기준 9536㏊까지 늘어났다. 밀 재배를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입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대신 밀알 수확 후 남는 농업 폐기물도 증가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만2000t 규모였던 밀짚 발생량은 2024년 기준 2만6000t으로 배 이상 늘었다.
사료나 퇴비로도 쓰이는 볏짚과 달리 밀짚은 오롯이 폐기물로 남는다. 농진청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밀짚 속에서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되는 ‘섬유소’를 찾아내고 활용법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섬유소를 미생물 발효에 쓸 수 있는 영양원인 ‘당’으로 전환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특허로도 출원됐다. 한선경 농진청 소득식량작물연구소장은 “섬유소를 대량 추출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을 정립했다”고 말했다.
수산업 현장에서도 기술의 공식은 통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바다에 구획을 그어 관리하는 도구인 ‘부표’가 꼽힌다. 그동안 부표는 값싼 스티로폼을 활용해 만들고 사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스티로폼에서 떨어져 나간 알갱이들이 바다를 둥둥 떠다니며 바닷물을 오염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완벽히 분해되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이 돼 바다를 떠돌며 수생 생물에 축적되는 일도 있다. 그만큼 수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건강도 위협받아왔다.

이 문제는 친환경 인증을 통과한 ‘인증부표’의 등장으로 개선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누적 1530억원을 들여 기존 부표를 인증부표로 대체하는 작업을 해왔다. 해수부는 2023년 11월부터 기존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금지했다. 수산업 현장에서 인증부표 수용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19.5%에 불과하던 인증부표 보급률은 2024년 기준 64.7%까지 올라섰다. 소비자들은 스티로폼 부표의 위협에서도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제도 개선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철강 제조 공정 중 하나인 ‘제선’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고로 슬래그(찌꺼기)’를 비료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이 대표적이다. 철광석과 코크스, 석회석이 용광로 안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제선 공정에서 나온 고로 슬래그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비료로 쓴다면 토질 개선 효과가 있지만 그동안은 제도상의 문제로 사용이 금지돼왔다. 농진청은 지난해 8월 고시 개정을 통해 전체 비료 원료의 6% 이내에서 고로 슬래그 사용을 허용했다. 비료 제조비 개선과 함께 고로 슬래그 처리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직 개선할 과제도 남았다. 농진청과 KCC가 개발한 과일나무 전용 수성페인트는 범용 제품과 비교해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위해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수성페인트의 경우 유성페인트와 비교해 유해성이 덜 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부패 방지를 위해 쓰이는 원료가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KCC 관계자는 “기존 제품을 포함해 이 제품도 다음 주 중 환경인증을 받게 된다”면서도 “환경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언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약을 쓰는 것보다야 훨씬 안전하지만, 어떤 성분이 얼마 이하로 들어 있어야 하는지 인증 기준 같은 게 없는 상황”이라며 “자체적으로도 시험 방식을 만들어서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해보고 싶은데 그와 관련된 ‘규격’이 없다”고 말했다. 즉 농업 현장에서 흰색 수성페인트를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안전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제품별로 촘촘하게 허용 기준치를 마련해 놓은 농약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또 다른 원인 중 하나인 ‘폐어구’ 처리 방식 역시 보완점이 있을지 살펴봐야 할 과제다. 해수부는 해양오염과 수산자원 피해, 해상 안전사고까지 부르는 폐어구 처리 방식으로 ‘보증금제’를 도입했다. 어구 판매 시 보증금을 붙이고 다 쓴 폐어구를 회수해오면 보증금을 주는 방식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등에서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도입한 보증금제와 유사하다.
2024년 통발을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는 연근해 자망과 양식장 부표, 장어통발 등 3개 품목으로도 보증금제 대상이 확대됐다. 회수해 온 제품에 따라 적게는 300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보증금을 제공한다. 신규 품목의 경우 이제 막 시행한 만큼 효과를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통발 사례를 봤을 때 반납처 불편 등의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 문제를 포함해 결과를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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