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다리 놨다, 이젠 ‘금 다리’ 된다

박린 2026. 1. 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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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동계올림픽 D-17


앞선 두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정재원은 세 번째 도전에서 금메달을 반드시 거머쥔다는 각오다.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에 전념하며 금빛 질주를 준비 중이다. [연합뉴스]
“‘킹메이커(왕을 만드는 자)’도 좋지만, 이번엔 ‘킹(왕)’이 되고 싶습니다.”

다음 달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앞둔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정재원(강원도청)의 야심만만한 바람이다.

8년 전, 17세 고2였던 그는 2018 평창 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13살 많은 대선배 이승훈의 금메달을 도왔다. 앞장서서 레이스를 이끌며 다른 나라 경쟁자들의 힘을 빼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당시 “어린 선수를 희생양 삼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정재원은 “팀 플레이일 뿐”이라며 묵묵히 받아들였다. 팀 추월에선 이승훈과 은메달을 합작한 그는 소년 같은 귀여운 이미지로 ‘뽀시래기’라 불렸다.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 우승 직후 함께 달린 정재원(왼쪽)의 손을 들어주는 이승훈. [연합뉴스]


21세에 나선 2022 베이징 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선 은메달을 추가했다. 그는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다. 2등은 해봤지만, 정상을 향한 갈망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정재원은 2025~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3번째 올림픽에서도 포디움(메달권)에 오를 확률이 꽤 높다. 이번 올림픽엔 매스스타트 한 종목에만 집중한다.

매스스타트는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쇼트트랙’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16명 선수가 집단으로 출발해 트랙 16바퀴를 레인 구분 없이 달려 순위를 가린다. 바퀴 수마다 배점이 다르지만, 마지막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면 가장 높은 60점을 한꺼번에 받는다. 마지막 2~3바퀴를 남기고 막판 스퍼트와 코너링이 중요하다.

정재원은 “코너링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쇼트트랙 훈련을 주2회 병행했다”고 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동료들과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겨루면 정재원이 거의 일등으로 들어왔다.

정재원은 “강원도 양양에서 팀 동료들(박지우 등)과 사이클을 하루에 4~5시간씩 탔다. 체력 훈련량도 늘렸다. 김준호(빙속 500m 국가대표) 형과 커피를 자주 마시며 훈련법을 공유했다”고 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이승훈과 정재원이 질주하고 있다. 중앙포토

올림픽 매스스타트 경쟁자로는 마흔 살에도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 중인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를 비롯해 개최국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조반니니, 단거리 뿐 아니라 중·장거리도 톱클래스 경쟁력을 갖춘 조던 스톨츠(미국) 등이 있다.

매스스타트는 한해 한해 경기 속도가 빨라져 막판 스퍼트 때 파워와 스피드, 체력 모두 좋아야 한다. 2~3바퀴가 남았을 때 치고 나가는 타이밍도 잘 잡아야 한다. 친분이 있거나 같은 나라 선수들끼리 암묵적으로 ‘팀 스케이팅’을 타는 경우가 많아서 정재원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정재원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 2차 대회 당시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이 칠 때 11위로 처져 있었다. 하지만 인코스를 파고들어 마지막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올림픽 대비 시뮬레이션이었다”고 설명한 그는 “자리 싸움이 치열하고 장비가 부딪힐 수 있어 뒤쪽에 최대한 머물다 치고 나갔다. 이 작전이 성공하면 올림픽 때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고 했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너무 뒤처져 있다가 0.07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그는 “당시엔 변수에 빠르게 대처하는 경험이 떨어졌다. 지금도 어리지만, 2차례 올림픽을 통해 성장했고 노하우도 생겼다”고 했다.

2001년생 정재원은 올림픽에 3번째 나서는데도 만 24세다. 대선배 이승훈은 올림픽에 4번 출전해 메달 6개를을 땄다. 정재원은 “4년 뒤 2030 알프스 올림픽 때도 난 28세다. 그땐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또 올림픽에 나설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어 “올림픽 준비 때문에 2년 전 결혼한 아내와 신혼여행도 못 갔다”면서 “밀라노 관중석의 아내에게 손 키스를 날리고, 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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