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텀블러 오래 쓰면 납 중독?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6. 1. 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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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2019년 대만 방송 이후 퍼진 '텀블러 괴담'... 국내 유통 제품서 유해성 확인 안 돼

[김시연 기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월 19일 한 50대 대만 남성이 오래된 보온병 때문에 납 중독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례는 지난 2019년 대만 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졌지만, 정상적인 스테인리스 텀블러의 경우 중금속 중독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동아일보·조선일보
- '식당 돌진' 50대 男 사망...원인은 '낡은 보온병'이 부른 납중독(조선일보)
- 납중독 사망 50대, 원인은 '낡은 보온병에 담은 커피'(동아일보)

보온병을 오래 사용하면 납 등 중금속에 중독될 수 있다는 이른바 '텀블러 괴담'이 반복되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19일 대만 언론을 인용해 "대만의 한 50대 남성이 '납 중독'으로 뇌 손상을 입은 사례가 보고됐다"면서 "의료진은 오래 사용한 보온병에서 용출된 중금속이 장기간 신경계를 손상시킨 것으로 봤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20년 동안 보온병 내부에 심한 긁힘과 녹이 발생했음에도 뜨거운 커피를 매일 담아 마셨는데, 의료진은 "산성인 커피를 노후된 스테인리스 보온병에 오래 담아두면 납, 카드뮴 등 중금속 용출 위험이 극대화된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실제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면 중금속 중독 위험성이 커지는 게 사실인지 따져봤다.

2019년 대만 의사 발 루머 확산... 국내외 전문가 "정상적인 스테인리스 중금속 중독 위험성 없어"
 대만 신장내과 전문의인 홍융샹(洪永祥) 박사가 지난 2019년 7월 대만 EBC 의료 토크쇼 프로그램(醫師好辣)에 출연해 오래된 보온병을 사용하다 납 중독 증세가 발생한 한 50대 남성 사례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대만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스테인리스 보온병의 경우 중금속 중독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 대만 EBC 醫師好辣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이 대만 남성 사례는 지난 2019년 7월 대만 EBC 의료 토크쇼 프로그램('醫師好辣')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당시 대만 신장내과 전문의인 홍융샹(洪永祥) 박사는 교통사고를 낸 한 50대 대만 남성이 1년 뒤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는데, 10년 동안 사용해 안쪽이 녹슬고 금이 간 보온병에 매일 뜨거운 커피를 담아 마셔 납 중독 증세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국내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면 중금속에 중독될 수 있기 때문에 6개월이나 1~2년마다 교체해야 한다는 루머가 확산됐다.

하지만 대만 팩트체크 매체인 'MyGoPen'은 2019년 7월 당시 타이베이 재향군인병원 임상독성직업의학과 양첸창 과장 말을 인용해 시중에 판매되는 보온병과 물병은 대부분 납 성분이 없는 무연 304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고, 뜨거운 커피나 우유, 과일 주스 같은 산성이나 알칼리성 음료를 담으면 부식돼 중금속에 중독된다는 루머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코너에서도 당시 정상적인 스테인리스 스틸에는 납이 없고 녹이 잘 슬지 않는다는 이영국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 전문가 말을 인용해, 일부 불량 제품에서 발생한 사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2019년 7월 일부 텀블러 제품 외부 페인트 코팅에서 납과 카드뮴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비자원 보고서도 이 같은 루머를 부추겼다.

하지만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지난 2022년 시중에 유통 중인 금속제 스테인리스 텀블러 70개 제품을 대상으로 금속 5종(납, 카드뮴, 니켈, 비소 및 안티몬)에 대한 용출 및 잔류 시험을 진행했더니, 식품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용기 외부의 페인트 코팅에서 일부(5개 제품) 납 성분이 검출됐을 뿐, 텀블러 내부 유해 물질은 모두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YWCA에서 지난 2024년 3월 국내 판매되는 텀블러 13개 제품 품질과 안전성 비교 평가 당시 몸체 유해 물질 용출 실험에서도 모든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고시한 식품용 기구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박진선 서울YWCA 사회운동국 생명운동팀 부장은 19일 <오마이뉴스>에 "당시에도 텀블러를 일정 주기 쓰면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공인된 시험 기관에 맡겨 시험을 진행한 제품들은 문제가 없었고, 전문가들도 내부 소재가 100% 스테인리스라면 중금속에 중독될 위험은 없고, 세척만 잘하면 일정 주기 교체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일부 텀블러 제품의 외부 페인트 코팅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사례는 있지만, 식품과 직접 닿는 텀블러 내부 스테인리스에서 중금속 중독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장기간 사용하면 중금속 중독 위험이 높다는 이른바 '텀블러 괴담'은 특정 사례를 부풀린 주장이라고 판단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오마이팩트]
언론 보도
"스테인리스 보온병 오래 사용하면 중금속 용출 위험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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