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보관용이야" 10년 전 입사 동기가 보낸 선물

이인혜 2026. 1. 19. 15: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에디터라는 직함을 넘어 내 안의 솔직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10년 전 철없던 사회초년생의 글이 어떻게 자라나 한 권의 책이 되었는지 고백하고 싶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를 일으킨 다정한 응원에 대한 답장, 에세이 <그 시절의 이름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인혜 기자]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김희준 시인의 '친애하는 언니'를 읽다가 문득 멈춘 문장이다. 그 문장을 입 안에서 굴려보는데, 거짓말처럼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약 10년 전 매일이 위기였던 사회 초년생 시절, 온라인 매체에서 만났던 입사 동기 언니였다. '언니'는 그 당시 바싹 마른 내 하루를 적셔주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11년 차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가지만, 그 시절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숨만 푹푹 쉬며 도망칠 궁리만 하던 겁쟁이였다.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몰라 매일 아침 끙끙댔고, 회의 시간에는 긴장해서 말을 더듬기 일쑤였다. 겨우 기사 하나를 써내고 나면 온몸이 진땀으로 젖곤 했다. 내 글은 늘 부족해 보였고, 나는 이 일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괴로웠다. 그랬던 나를 일으켜 세웠던 건 언니가 내게 무심코 던진 칭찬이었다.
 에세이 <그 시절의 이름들>
ⓒ 이인혜
"너는 공감성 콘텐츠를 참 잘 만드는구나."

그 칭찬은 단순한 격려 이상의 의미였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는 확신,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고 생각 많은 내 성향이 오히려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장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던 나를 살려낸 그 한마디가, 당시엔 얼마나 벅차고 기뻤는지 모른다. 그 말 한마디를 부적처럼 품고 나는 지난 10년을 버티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쓰는 삶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에디터라는 직함을 넘어 내 안의 솔직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출간한 나의 에세이 <그 시절의 이름들>(2025년 12월 출간)은 그 다정한 응원에 대한 뒤늦은 답장인 셈이다.

책이 세상에 나오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도 역시 언니였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책 소식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10년 전 철없던 사회초년생의 글이 어떻게 자라나 한 권의 책이 되었는지 고백하고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는 따뜻한 응원 메시지와 함께 선물을 보내왔다. 다름 아닌 '북커버'였다.

"신간 보관용이야."
 언니가 선물로 건넨 북커버
ⓒ 이인혜
그 짧은 메시지를 보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이제 막 세상에 내놓은 나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상처 입지 않도록, 언니가 다정한 울타리를 쳐준 것만 같았다. 언니는 여전했다. 메말랐던 나를 시들지 않게 해주었던 10년 전의 고운 마음씨 그대로였다. 북커버 속에 내 책을 조심스럽게 끼워 넣으며 생각했다. 이런 언니를 어떻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에세이 <그 시절의 이름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나를 시들지 않게 해 준, 내 인생의 잊지 못할 이름들에 대한 기록을 꾹꾹 눌러 담고 또 담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언니'가 있을 것이다. 서툰 시절의 나를 기다려주고, 시들지 않도록 물을 주며 지켜봐 준 다정한 이름들. 오늘은 그 고마운 이름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당신 덕분에 내가 이렇게 단단한 나무로 자랄 수 있었다고. 그리고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시들지 않는 나라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프리랜서 에디터 겸 에세이 작가 이인혜(소서). 이 글은 에세이 <그 시절의 이름들>에 실린 에피소드를 재구성했습니다. 서툰 시절을 견디게 해 준 고마운 인연들에 대해 씁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