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의 역설..."지금은 아니다"라는 핑계는 유효한가 [소셜 코리아]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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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돼있다. |
| ⓒ 연합뉴스 |
하지만 자본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민생의 온기는 갈수록 차갑게 식고 있다. 주가지수 상승이 노동의 가치 제고나 실물경제 선순환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자산에서 비롯된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반복된 감세정책은 자본의 과실이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길목을 사실상 차단했다.
과실을 나누는 방식의 왜곡
주가 상승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겪어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정상적으로 평가받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조세는 부의 재분배를 위한 핵심 기제다. 하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반복적인 감세는 그 기능을 마비시켰다. 수익은 늘어났지만, 분배 경로는 차단된 셈이다.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된 것이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였다. 금투세는 손실에도 세금을 내야 하는 기존 거래세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수익이 발생했을 때만 과세하고 손실은 이월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과세 체계였다.
그러나 금투세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왜곡된 여론 속에서 시행을 앞두고 끝내 폐지됐다. 금투세가 주가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이 시장을 장악했고, 정치권은 표심 앞에서 원칙을 접었다. 정작 금투세 폐지를 가장 반긴 이들은 일반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고자 했던 거대 사모펀드와 초고액 자산가들이었다.
그 결과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할 조세의 기능도 흐려졌다. 종합적인 자산 과세 개편 로드맵은 실종되고, 오히려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는 거래세를 유지하면서 지배주주에게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돌아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됐다.
"지금은 아니다"라는 핑계는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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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5년간 코스피 지수 현황 |
| ⓒ 구글 갈무리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투세 재도입 논의는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감세 정책만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며, 정책 방향은 여전히 자산 보유자에게 기울어 있다.
금융과세 후퇴의 실체와 그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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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기준 코스피 상장법인 보유금액별 주주현황. |
| ⓒ 한국예탁결제원 |
노동보다 자본이 우대받는 사회
자본시장에 대한 감세는 단순히 부자 감세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인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금융자산과 주식, 배당수익은 극소수 자산가에게 집중되어 있고, 대부분의 가계는 여전히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자본이득에 대한 감세는 상위 자산계층의 소득만을 증폭시키고, 노동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킨다. 임금은 투명하게 과세되지만, 수억 원의 주식 차익과 배당에는 '분리과세'와 '비과세'라는 특혜가 주어진다.
그 결과, 노동보다 자산에서 돈 버는 것이 더 유리한 사회가 제도적으로 고착화된다. 청년들이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탐욕이 아닌, 합리적 대응처럼 여겨진다.
대만의 교훈, 통제되지 않는 자산 과열의 끝
금투세 반대론자들은 1990년 대만의 주가 폭락 사례를 인용하지만, 그 진짜 교훈은 정반대다. 당시 대만은 주가지수가 2년 반 만에 10배 급등했고, 사회 전반이 '노동의 실종'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로 인해 대만 정부는 1989년 금투세 도입을 발표하며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대만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통제 장치 없이 자산 가격 급등을 방치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국도 이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불평등 고착화와 재정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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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자산 10분위별 점유율(단위 : %, %p) |
| ⓒ 국가데이터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
코스피 5000, 누구를 위한 숫자인가
정부는 "부동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겠다"고 말하지만, 그 방식이 "세금을 덜 부과하겠다"는 것이라면 결국 자산 소득이 노동 소득보다 유리한 구조만 고착시킬 뿐이다.
코스피 5000 시대, 이제 국회와 정부는 답해야 한다. 이 숫자가 소수 자산가만을 위한 불평등의 기록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공정한 과세를 통해 모두 함께 성장하는 희망의 지표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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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 ⓒ 본인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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