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썰매 두 대 뿐” “돈 더 내라”…그린란드로 다시 드러난 트럼프의 ‘나토’ 경시
“러시아가 나토 동맹 마음대로 하도록 두겠다” 말하기도
나토, 911 테러 당시 미국 지원, 국방비도 인상키로 합의
“나토 존속하겠지만, 신뢰 훼손돼 효과적 기능 어려워”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에 집착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상징되는 유럽 동맹에 대한 오랜 경시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유럽 동맹을 무상으로 방어해줬다는 ‘무임승차’론을 되풀이하며 유럽의 국방비 인상을 독촉했다. 유럽은 국내총생산 대비 5%까지 국방비를 인상하기로 약속까지 했지만 그린란드에 소규모 파병을 했다는 이유로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1949년 창설된 나토가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에 첫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18일 (현지시간)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에 깊이 헌신하며 공격받을 경우 방어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나토의 신뢰성과 적을 억제하는 힘의 토대였다”며 “그 신뢰와 헌신은 이제 심각한 의문을 받고 있다. 대서양 양측의 동맹국 베테랑들은 나토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토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 등 내부 갈등을 겪어왔지만 이번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을 병합하려고 하면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하며 군사 작전까지 거론했다. 그린란드에 중국과 러시아가 접근하기 때문이라는 게 명분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영국 등 유럽 8개 나토 회원국이 그린란드에 소규모 군대를 파병해 트럼프가 우려한 안보 강화에 나서자 오히려 10%의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안보 문제는 그린란드를 빼앗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나토를 경시하는 발언을 해왔다. 그는 2024년 대선 당시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인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나토 동맹들을 마음대로 하도록 두겠다. 돈을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트럼프는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다”며 “덴마크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이들이 현재 가진 건 개 썰매 두 대뿐”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유럽을 향해 “문명 소멸의 위기에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유럽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비난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협력을 위해 트럼프와 정면충돌하는 것을 피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32개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10년 내 각국이 국방비를 5%까지 올리기로 했다. 마르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에 대해 “아빠는 가끔 강한 말을 써야 한다”고 아첨하며 그를 달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조기에 관세 협상을 타결한 것도 미국이 안보를 지원해주는 동맹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나토가 미국의 지원에만 기댄 것도 아니었다. 1949년 나토 창설 이후 집단방위 조약 5조를 유일하게 발동한 사례는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덴마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을 포함해 모든 나토 회원국 중 1인당 사상자 비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미국을 지원했다.
그동안 트럼프의 요구에 끌려온 유럽도 그린란드 문제에서만큼은 강경한 태도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동맹국의 영토를 미국이 강제로 병합하는 것은 나토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토 전 사무총장을 지낸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전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는 미국이 모스크바, 베이징 등에서 통제해야 할 갱단과 매우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럽 주요 회원국들도 모두 덴마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더그 루트 전 주 나토 미국 대사는 WSJ에 “(나토) 조직 자체는 존속하겠지만 75년 넘게 조직을 하나로 묶어온 신뢰는 산산이 부서졌다”며 “그 조직은 더 이상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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