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주보·다회용품·새활용… “쓰레기 제로” 깃발 든 교회

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한국교회가 쓰레기 제로(Zero)라는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소비를 줄이는 수준의 대응을 넘어 폐기물에도 가치를 더하는 방식을 통해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는 교회들도 늘고 있다.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는 1월부터 시작하는 국내 선교에 참여하는 교인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선교대원들에게 해마다 나눠주던 비닐 이름표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대신 선교대원들이 직접 12㎝, 15.5㎝ 크기의 이름표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교회의 이번 조치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이름표를 획기적으로 줄여보자는 취지다. 교회는 여름과 겨울 국내외 선교활동과 주일학교 행사 등을 합치면 버려지는 이름표만 연간 1만5000개에 달할 거로 추산했다.
교회 행정담당 조시환 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름표를 회수한 뒤 닦아서 재사용해보려 했지만 회수율이 낮아 실효성이 없었다”며 “반복되는 낭비를 막기 위해 개인이 구입한 뒤 재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쓰레기 감량은 물론 명찰 구입에 따른 재정도 낭비하지 않게 됐다. 조 목사는 “교인들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하면서 예산 절감과 환경 보호까지 하게 됐다”며 반색했다.
먹고 마실 때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줄인 사례도 돋보인다.

이화여자대학교회(장윤재 목사)는 2024년부터 학교와 협의해 주일이면 문을 닫던 학생 식당을 개방해 교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음식 배달이 일상이 됐고 주일마다 플라스틱 용기와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이 교회 안 쓰레기통에 가득 차는 걸 보고 내린 결정이다. 교회는 강단 장식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생화 대신 계속 가꿀 수 있는 화분이나 팜유로 만든 친환경 초, 다회용 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 전농감리교회(이광섭 목사)도 11년 전부터 종이컵 대신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교회는 지역주민을 위한 카페를 열어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텀블러를 가지고 와야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예배 필수품으로 여겨지던 주보도 종이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서울 신내교회(김광년 목사)는 주보뿐 아니라 소그룹 교재까지 QR코드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열람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경기도 수원 송원교회(조경래 목사)도 2년 전부터 종이 주보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교회 곳곳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주간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교회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교인을 위해 교역자와 안내 위원들이 직접 스캔 방법을 안내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재활용(리사이클)을 넘어 버려지는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새활용(업사이클)’으로 쓰레기 감량에 나선 교회도 있다.

충북 청주광림교회(정대위 목사)는 매년 성탄절마다 버려지는 쓰레기를 모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카페 등에서 수거한 일회용 컵이나 버려진 폐목재를 활용해 성탄트리를 제작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버려진 여행용 캐리어를 활용했다. 교회 업사이클링 팀은 버려진 캐리어로 업사이클링 트리를 만들어 청주공항 출국장에 전시했다. 교회는 협동조합을 통해 플라스틱 대안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상점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재활용은 차선책일 뿐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은 컵이 필요 없는 음수대 설치나 부서별 잉여 물품을 나누는 공유 창고 운영 등 쓰레기 발생 자체를 막을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다만 구성원을 배려하지 않는 빠른 변화는 경계했다. 유 센터장은 “노년층이 많은 교회에서 갑작스러운 종이 주보 폐지는 정보 소외를 부르는 폭력이 될 수 있다”며 “공동체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현성 손동준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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