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형 구형이 불러올 후폭풍 [신율의 정치 읽기]

구형과 선고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형은 검사 측이 재판부에 특정 형량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하고, 선고는 사법부가 검찰의 구형을 참작해 최종 형량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특검의 구형이 곧 확정된 판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광주 민주항쟁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수많은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켰던 내란 수괴 전두환 역시 사형을 구형받고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으로부터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내란 특검은 전두환의 쿠데타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동일한 수준의 헌법 파괴 행위로 평가한 것 같다. 자신이 가진 권력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권력 시한을 연장하기 위한 친위 쿠데타든, 현존하는 권력을 축출하고 새로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쿠데타든, 모든 형태의 쿠데타는 헌법 파괴 행위라는 헌법적 원칙을 명확히 천명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처럼 민주당에 의한 입법부의 권한 행사가 과도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응 방식 역시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모색해야 한다는 헌정 원리를 재확인했다.
특검의 사형 구형이 발표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무기징역이 구형될 것으로 예측했다. 사형을 구형할 경우, 실질적 집행 가능성은 희박한 반면,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을 정치적 순교자로 만들어 그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형 구형을 예상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다. 윤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이후, 헌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이 진행됐고, 이후 합헌적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를 완수해, 우리의 성숙한 민주주의 역량을 외국에 충분히 과시했다. 그런데 사형 구형은,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무기징역이 구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사형이 구형됐다. 이제 우리는 이 결정이 향후 우리나라 사회와 정치 지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윤 전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이 격렬히 반발하는 상황 전개다. 이러한 양상이 나타날 경우, 사회는 심각한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투사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에게 윤 전 대통령이 언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그토록 강조하게 되었는지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사실 검토가 필요하다.
윤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한 시점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기 직전이었다. 그 이전 시기에는 해당 가치들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은 진보 정권하에서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물론 이후 문재인 정권과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했지만, 문재인 정권과의 갈등 원인도, 그가 보수적 이념을 견지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가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핵심 요인은 ‘공정’이라는 화두였다. 그런데 ‘공정’이라는 가치는 보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진보 진영에도 ‘공정’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어젠다다. 이처럼 ‘공정’이라는 화두는 이념적으로 중립적인 ‘보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주목을 받고 대선 기간 동안 상당한 여론 지지를 획득하게 된 배경은 ‘보편 가치’인 ‘공정’ 때문이지, 자유와 시장경제 같은 전통적 보수 어젠다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최근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는 아마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 그가 자유민주주의를 과도할 정도로 강조했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저 없이 제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사형 구형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더해지면서, 강성 보수층은 그를 ‘살아 있는 순교자’로 숭배할 정도의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에,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하는 정치 세력은 바로 국민의힘이다. 일부에서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동정 여론을 얻어 정치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필자는 그러한 관측에 동의하지 않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월 7일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당시) 여당으로서 책임이 크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는 “과거의 사안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계엄과 탄핵의 혼란을 뒤로하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과거의 사안들”이란 표현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지칭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장 대표가 이러한 ‘사과’를 표명했을 당시, 당내외의 강경파들은 장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온건 세력이 장 대표의 결단을 적극 지지한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이 발표되면서 강경 세력의 목소리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마디로 중도와 합리적 보수가 주장하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만약 당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공식화할 경우, 강성 지지층이 지도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거기다가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결정했다. 몇 시간 차이로, 친위 쿠데타의 주역은 사형 구형을 받고, 그 쿠데타를 가장 빠르게 앞서 막은 인물은 제명당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 국민의힘은 ‘강경 세력의 세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다. 강경 세력의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될수록 개혁신당과의 연대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동훈 대신 이준석’이라고 당이 생각했다면, 이것도 오산이다. 강경 세력과 손잡을 또 다른 정치 세력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 그리고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은 우리 사회를 또다시 근본적으로 흔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합리적 목소리가 소수 강경 세력의 극단적 주장을 압도하는 것이다. 이제 중도 세력과 합리적 보수는 더 이상 침묵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4호 (2026.01.21~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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