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하는 내가 '흑백요리사2'에서 계속 돌려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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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기자]
외식을 좋아한다. 근데 막상 식당에 들어가면 썩 편하진 않다. 뭔 말인가 싶을 거다. 남의 가게 가면 자기 주장을 잘 못한다. 뭘 달라는 말이 입에서 안 떨어진다. 가게가 바쁠 때는 특히 그렇다. 식당 일로 청춘을 보내서 그런가. 사장님이 지금 어떤 상황이고, 주문은 얼마나 밀려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냥 보인다. 지켜보는 아내는 우물쭈물 하는 내가 속이 터진다.
"아오, 저리 비켜봐. 사장님, 단무지 조금만 더 주세요."
지금 글을 읽는 이들도 답답할 것이다. 손님은 돈을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당연한 얘기다. 근데 막상 다른 가게에 들어가면 남일 같지가 않다. 이런 감정들은 내가 식당 일을 하는 시각을 반영한다. 솔직히 말하면 요리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살아야 하니 뛰어든 일이다. 글 쓰는 일이 하고 싶어서 덥석 '언론고시'에 뛰어들었는데,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많더라. 내가 도저히 경쟁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러고 나니 방황이 길어졌다. 그 공백을 너그럽게 봐줄 회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동앗줄 잡는 심정으로 부모님 식당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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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백요리사2 결승전 장면. |
| ⓒ 넷플릭스 |
진상 손님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간판 조명 때문에 맞은 편 단란주점 사장과 대판 싸우는 등의 오만 가지 일을 장사하면서 다 겪었는데, 이상하게 주어진 점심시간 30분 동안 밥을 차려 먹고 양치질을 하고, 볼일까지 해결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저녁은 퇴근 뒤 밤 11시에 먹는다.
한동안 접시나 닦고 있는 내 자신을 연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인생 전체를 봤을 때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식당을 열고, 살아내고자 애썼다. 영하 10도에 배달하는 게 지옥 같아서 조그만 피자집을 인수 받은 지인도, 이미 세 번이나 사업에 실패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게를 차린 옆 블록 돈가스집 사장님도, 결국은 생존 때문에 이 길로 뛰어든 사람들이다.
단언컨대 사연 없는 식당은 없다. 그런 맥락에서 사연 없는 요리사 또한 없다. 그저 손님이 먹는 음식 뒤에 조용히 숨어 있을 뿐이다. 그걸 깨닫고 나서부터 생긴 것 같다. 남의 식당에서 자기 주장 못하는 버릇이. 밥 먹고 나면 테이블 정리까지 끝내 놓고 나오기 시작한 게. 이런 걸 주제 넘게 연대 의식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 나만 하는 게 아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를 놓치지 않고 다 챙겨 본 이유다. 참가자들이 보여준 동료의식에 마음이 갔다. 갈 수밖에 없었다. '선배님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전력을 다해 넘어서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후배들과, "제자한테 지는 건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선배들 간의 경쟁이 너무 예뻐 보였다. 마치 주최 측에서 정해진 의례인 것처럼 예외 없이 서로를 안아주고 축하해 주는 모습 또한 보기 좋았다.
자신을 위해서 밥을 차리는 일
회차가 거듭될수록 같이 고생한 이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애틋한 마음이, 끈끈한 동료 의식이 느껴졌다. 겪어봐서 안다. 몸에 새겨진 기억은 마음에 스며들고, 다시 행동으로 스며 나온다는 것을. 그런 감정들은 절대 숨길 수도, 꾸며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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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록은 스스로를 다독이듯 조용히 소주를 따랐다. 그게 뭐라고, 나는 괜히 그 모습을 여러 번 돌려봤다. |
| ⓒ 넷플릭스 |
일이란 건 대체 뭐기에 먹는 장사를 하면서도 끼니를 거르고, 가슴 아픈 일이 생겨도 미소를 지으며 고객들을 대해야만 할까. 그럼에도 기어이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마음가짐은 어디서 샘솟는 걸까?
그래도 이제는 최강록 쉐프가 부디 자신을 위해서 밥을 차리는 일 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승전 때처럼 가끔씩 소주 한 잔 따르면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 주길 바란다. 축제는 끝났지만 밥벌이는 계속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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