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재외동포청 이전 발언 후폭풍] 동네북 신세 인천…정치권 '종이호랑이' 전락

이아진 기자 2026. 1. 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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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첫 이민 출발 역사성
'100만 시민 서명' 힘입어 유치

김경협 청장 서울행 발언 발칵
민주 인천시당-유 시장 '책임 공방'

先 철회 後 청사 지원 논의 촉구
여야, 갈등 대신 해법 협력 필요
▲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은 2023년 6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부영타워에서 개청했다. 사진은 송도 센트럴파크와 송도부영타워 전경. /인천일보DB

일개 국가행정기관장이 인천 지역사회의 '역린'을 건드렸다. 300만 인천시민 염원과 의지를 바탕으로 유치에 성공한 재외동포청은 외지 출신 기관장의 '서울 이전 검토' 발언에 언제든지 인천을 떠날 수 있는 '시한부 기관'이 돼버렸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정부 들어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재외동포청 서울 이전 검토 등 인천의 위상과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인천 정치권이 이런 반지역 사안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다면 '인천 홀대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재외동포청이 최근 청사 서울 이전 검토를 '잠정 보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음에도 지역에서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사태 발원지인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간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 [월요기획-재외동포청 이전 발언 후폭풍] 수도권 역차별 앞에 인천 여야 "뭉쳐야 산다"

유 시장은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재외동포청을 볼모로 한 정치 공작과 보류라는 꼼수에 속지 않는다"며 김 청장과 더불어민주당을 직격했다. 김 청장과 민주당 인천시당이 바로 전날 긴급 간담회를 가진 뒤 돌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시에 돌린 데 따른 반발이다.

김 청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3년 전 재외동포청을 유치할 때 인천시가 약속했던 안정적 청사와 정착 지원 약속부터 이행해야 한다. 통근버스와 구내식당, 직원 주거 대책 약속은 어디로 갔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시는 "재외동포청 유치 당시 공식 문서로 약속한 사항은 없지만 구두로 오간 내용 중 일부는 지원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청장 주장은 시민들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아무리 시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해도 인천에 뿌리내린 국가행정기관을 뜬금없이 서울로 옮길 수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청이 자리한 송도국제도시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정일영 국회의원도 SNS에 "청사 임대료나 정주 여건 등 문제는 재외동포청장이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서 해결할 문제이지 이전을 논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어 "재외동포청이 송도에 있는 것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외동포 접근성은 물론 서울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대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근거 없는 발언으로 지역사회에 혼란을 끼치지 말라"고 호통쳤다.

2023년 여러 지자체가 뛰어든 재외동포청 유치전 당시 인천은 대한민국 최초 이민이 시작된 역사성을 부각하고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유치 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김 청장이 우선 300만 시민에게 사과하고 서울 이전 검토를 보류가 아닌 '철회'로 바로잡은 뒤 시와 실무적으로 청사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외동포청 이전 논란이 한때 인천 항만업계 분노를 일으킨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해 해수부 이전을 추진했을 당시 인천항과 해양산업 생태계를 품은 인천 지역사회가 반발했는데 유일하게 인천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인천지역 13개 주민단체가 연합한 인천시총연합회는 이달 14일 합동 성명을 내고 "만약 재외동포청 소재지가 인천이 아닌 부산과 대구, 광주, 세종 등 정치적 힘을 가진 도시에 있었다면 청장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정부가 인천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해수부 부산 이전은 부산지역 여야 정치권이 똘똘 뭉쳐 이뤄낸 성과"라며 "반면 인천에서는 재외동포청 이전 사안을 두고 여야가 오히려 갈등을 드러내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역 정치권에 해결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아진·박예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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