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천안 병천면 주민이면 꼭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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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천안시의회는 복지문화위원회가 통과시킨 '어처구니 없는' 청원을 전체 회의에서 의결했다.
병천면 주민들이 청원한 '아우내만세운동기념비(충남도 기념물) 이전 요청'이다.
그러나 복지문화위원회의 본회의 제출 의견서에는 "주민의 재산권 행사의 제한됨이 없도록"이라는 이 청원의 속뜻이 드러나 있다.
이참에 병천 주민들과 천안시의회가 이 기념비 설립의 역사적 의의를 명확히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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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천안시의회는 복지문화위원회가 통과시킨 ‘어처구니 없는’ 청원을 전체 회의에서 의결했다. 병천면 주민들이 청원한 ‘아우내만세운동기념비(충남도 기념물) 이전 요청’이다.
시의회 의결 청원서를 넘겨받은 천안시가 연초부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의회 의결을 따르려면 충남도에 문화유산 ‘현상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민들이 내세운 이유만으로 충남도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리 없다. 천안시까지 역사 안목은 물론이고, 문화유산 애착도 없는 지자체로 간주될 게 뻔하다.
청원서는 지난해 10월 병천면 주민 이모씨가 주민 170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냈다. “병천면 구미산 일원은 현제 병천 제2공원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 이 기념비를 보다 적합한 장소에서 보존 및 활용이 필요합니다 … 유관순 사적지로 이전하여 역사적 맥락을 강화하고 구미산 부지는 공원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청원서 내용만 보면 기념비를 유관순 사적지로 옮겨, 그 역사적 의미를 더 빛나게 해달라는 순수한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지문화위원회의 본회의 제출 의견서에는 “주민의 재산권 행사의 제한됨이 없도록”이라는 이 청원의 속뜻이 드러나 있다.
이만한 이유로 문화유산이 자리를 옮긴 적은 없다. 문화유산은 댐건설로 인한 수몰 등 심각한 훼손 위험이 있을 때나 이전된다.
이참에 병천 주민들과 천안시의회가 이 기념비 설립의 역사적 의의를 명확히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80년 전 이 비석을 세운 사람은 병천 주민들의 부모·조부모들이다. 그 어려운 시절 주민 200여 명이 성금을 모으고, 또 삽과 괭이를 들고 비석 터를 닦고 진입로를 냈다. 그때 주민들 명단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구미산은 아우내만세운동이 일어난 장터를 바라볼 수 있는 바로 뒷산이다. 기념비 건립 경위를 기록한 『순국처녀 류관순 실기(實記)』에는 이 곳을 순국열사를 기리는 ‘순열대(殉烈台)’로 불렀다고 한다. 실기는 이렇게 적었다.
“열사의 기념비를 건립하게 된 이 산을 순열대로 명명하였다. 아우내장터의 후면에 드높이 위치하여 춘풍추우 이 고장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면면한 자취를 길이 수호하리라.” 또 구미산을 ‘신령스런 기운[靈氣]이 가득찬 길지’로까지 표현했다.

일제강점기 주민들은 많은 이웃이 한꺼번에 죽었는데도 울음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해방이 되어 유관순기념사업회가 결성되자 적극 참여해 순국자를 애도했다. 추모사업 첫 결실이 구미산 기념비였다.
매봉산 앞 유관순 사적지는 유 열사 사당과 동상을 생가와 가깝게 조성한 곳이다. 구미산이 독립만세를 부른 아우내장터와 더 가깝다. 정인보가 지은 기념비 제목 ‘기미독립운동때 아우내서 일어난 장렬한 자취라’의 그 ‘장렬한 자취’는 바로 기념비가 있는 여기다. 1947년 11월 27일 열린 기념비 제막식에 수만명이 참석했다. 김구·이시영 등 추도사가 낭독됐고, 병천 주민과 참석자들은 이곳에서 27년 만에 감격에 벅차 “대한독립만세!”를 다시 외쳤다.
이 기념비는 해방 후 전국에 처음 세워진 한글 비석이다. 비석은 일제가 숭배를 강요한 ‘황국신민서사탑’를 재활용했다. 유관순 열사와 처음 확인된 아우내만세운동 순국자 19명 이름을 서사비 표면을 갈아내고 그 위에 새겼다. 당시 주민들은 이 비를 ‘전승비’로 여긴 까닭이다.
시는 이런 구미산 기념비 주변을 ‘기억이 살아 숨쉬는 병천 희망공원’으로 조성,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그 ‘기억(기념비)’을 옮기면 어쩌란 말인가. / 천안·아산 선임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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